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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ㅣ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평점 :
『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박 지음, 포르체, 2020.
잘
구성된 정원을 산책하듯 명시를 산책 할 수 있게 구성된 <내가 사랑한 시옷들>에는 사랑, 존재, 삶을
테마로 총 서른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시인의
펜 초상화, 간단한 약력, 영문본 시, 번역본 시, 저자의 시 해설, 영시로
배우는 영어까지 명시 한 편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가 조금은 가깝게 다가와 가슴에 묵직한
여운을 툭 남기고 간다.
산을 넘을지라도 그대 앞에서 길이 늘 열리기를.
샴페인 케이스를 들고
밤거리를 걷는 일들이 계속되기를.
동물들과 늘 더불어 살고 소들과 까마귀들에게 노래해주시기를.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늘 책을 읽으시기를.
난파할 때조차, 일순 번쩍이는 번개가
그대 얼굴에 번뜩이는 기쁨의 빛을 드리우기를.
강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절망의 낚시 갈고리를 피하시기를.
- 앤 마이클스의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중에서
그러므로 시는 사랑에 온전히 붙잡힌 사람의 삶을 나열한다.
“산을 넘을지라도 그대 앞에서 길이 늘 열리기를”이라는
구절은 그대가 막다른 길에 한번도 다다르지 않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막다른 길 앞에 서서 ‘괜찮아, 돌아 나가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라고
중얼거리며 새 길을 열어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삶의 길을 여는 태도를 기원하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발이 미치는 곳마다
그렇게 길이 열리기를 소망하는 마음과 같다. (313쪽)
자극적인 매체들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시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삶을 살다 보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시’ 를 일부러 찾아 읽고 삶에 녹여내는 일이 ‘좀 더 나은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되기를 소망하며 더 많은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나 반갑다.
진정한 강인함은
자신의 연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1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