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 익명의 스물다섯, 직장인 공감 에세이
김가빈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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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김가빈 지음, 스노우폭스, 2019

 


퇴사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취업을 준비하고 입사하고 퇴직하면서 겪은 26명의 경험이지만, 이는 모든 직장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로 직장 생활 16년차인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직장생활 중 어려운 점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사괌과의 관계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경험담에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들이 많이 담겨 있다.

사수로부터의 이유 없는 갈굼(?)과 냉대, 불명확한 업무 지시,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 등.


이러한 어려움에 퇴직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조직이라면 어딜가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직자를 낙오자 취급하는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그럴수밖에 없다.


 

이만한 연봉에 복지와 대출 제도까지 갖춰진 일자리를
또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쉬이 사직서를 내밀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하는 말도 무시 못했죠.
네가 여기서 나가떨어지면 그저 낙오자가 될 뿐이야.
버티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왜 낙오자가 되려는 거야?”(P52)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음에도 병가를 내지 못하고 일과 치료를 병행하며 몸을 혹사시켜야 했던 이야기는 남일 같지 않아 더욱 가슴아팠다.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몸을 혹사하며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전치 두 달 진단을 받았다.
병원을 오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회사에는 나를 대체할 인력이 없었다.(
)
결국 새벽에 진통제를 맞고 출근해서 점심 먹으러 나갈 때
물리치료를 받는 생활을 이어 갔다.(P64)

 


학창시절 직업은 자아를 완성하는 것이라 배웠다. 그러나 직업은 나홀로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직장은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기는커녕 정치만 난무한 곳이다.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질수록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동료를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들만 있게된다. 주인의식을 요구하지만,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신입사원과 로열패밀리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급받는 급여에 정비례한다. 급여라는 말이 불편하다면 각종 복리후생을 포함한 처우라 하여도 무방하다. 임원의 10분의 1 급여를 받고 임원 만큼의 로열티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요구가 부당하다.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학교는 우리에게 노동자의 권리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 경영마인드라는 미명하에 자본주의, 기업의 시스템을 순응하도록 가르친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에도 취업만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실상은 정년을 채우기도 힘들고 50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시스템이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퇴사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문제를 개인화하며 덮지 않고 근본적인 시스템을 고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기업은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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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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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허영선 지음, 마음의숲, 2019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은 옿1947년부터 1954년까지 77개월간의 제주 4.3항쟁으로 인해 이유도 모른 채 받은 총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피해자들과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파도 아프다고 평생 말하지 못한 생존피해자들의 이야기는 가슴아프게 전해진다.

194921, 시퍼렇게 칼 선 성산포 터진목 집단학살터 현장이었어. 영문 모르고 끌려 나온 수많은 인근 마을 사람들과 함께였어. 젊은 엄마는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꼬옥 품에 안고 바람 부는 모래밭에 나왔다지. 당연히, 설마, 쏘랴 하셨겠지. 하늘을 뚫고 탕탕탕, 순간 몸을 관통한 총알에 엄마는 아기와 함께 스러졌지. 피범벅이 된 엄마의 가슴에서 하늘을 찢는 세 살배기의 겁 질린 울음이 곤드박질쳤어. 엄마의 피 가슴을 쥐어뜯던 아기가 꼬물꼬물 모래밭에서 버둥거렸어. 가슴과 양쪽팔에 세 발의 총알을 맞고 피투성이가 된 아기가 본능적으로 기어나왔던 것이지. 그러자 멀리서 다시 쏘았어. 그런데도 아기는 죽지 않았어. 그러자 다시 쏘려던 토벌대는 이놈은 하늘이 살린 놈이다. 죽여선 안 되겠다그랬다지. 아기는 당시 성산초등학교 앞에 살던 고모한테 강제로 맡겨졌지.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은 그때 의약품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잘 키우라 했다지.(P252-253)


, 그땐 봄이었습니다. 고사리가 너무 좋았어요. 지천에 깔렸어요. 난 벗들이랑 매일매일 새벽부터 들에 나가 고사리를 꺾었습니다. 생고사리는 열네 살에겐 정말 무거웠어요. 등짐 져 나오는데 친구들은 다들 자기네 집에서 마중 나왔어요.
근데 우리 집에선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앋았던 겁니다. 왜 나만 마중 오지 않느냐고 집에 와서 막 울었어요. 그런데도 뒷날은 또 갔어요. 한 포대기 등에 지고 오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
멀리서 우리 아버지가 뒷짐 지고 겅중겅중 마중 오고 있었어요. , 우리 아버지구나, 난 속으로 기벘뻤어요. 아버지가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때 저 동쪽으로 순경들이 발 하나 가득 보였어요. 순경 10여 명이 팍팍 날아왔어요. 팡팡 쏠 것 같아서 난 무서웠어요
……
밤이 캄캄해도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어요. 동네 사람들도 형님만 안 보인다고 찾으러 다니고. 초하루 달이 불그스름하게 져올 때 …… 가서 보니 아버진 구덩이를 이만큼하게 파놓고 거기에. 얼마나 못 견뎠는지 꽝꽝한 조밭을 막 손톱으로 판 흔적이 보이는 겁니다. 피만 졸졸 나고 있었어요. 그게 마지막이야.……
나 때문에 고사리 마중 나갔다가 죽었다고 막 소문 파다했어요. 장례를 치르고 나니 가을 들었어요. 난 고사리가 정말 지긋지긋합니다.(P20-21)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통해 제주 4.3항쟁을 마주하면서 나는 80년 광주민중화운동이 떠 올랐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누구도 나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신문에서도 티비에서도.


고등학교까지 역사과목을 좋아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작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은 줄줄이 외우고 각각의 왕들의 재임시기에 있었던 일들은 연도까지 줄줄이 외우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부분과 반쪽짜리에 불과한 내용 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를 알기 전에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많은 책들을 탐독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고,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주 4.3항쟁을 마주하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제주 4.3항쟁은 광주 5.18과 같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학살 사건이면서 77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자행된 학살이라는 면에서 더 충격적이었다. 민족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보다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자행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제주 4.3 항쟁도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이 누구에 의해 왜 자행되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고, 아직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감내하며 참아내는 생존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가족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연좌제라는 덫이 있어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이야기도 못하는 생존자들의 아픔은 세월로 덮는다고 덮어지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게 되면 잃어버린 다리에도 고통이 느껴져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있는 다리가 아프다면 움켜쥐고 주물러보기도 하겠지만 잃어버린 다리는 주무를 수 없어 고통이 더하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고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유가 밝혀지고 책임있는 자의 사죄만이 아픔을,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누군가의 평생을 괴롭히고, 누군가의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했던
장면들 앞에 가해자들은 모른다고 잡아떼리라.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조차 없이, 타인의 삶에 평생의 상처가 될지 모를 행위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다 하겠는가.(P106)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를 교훈 삼아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음이라고 했던가? 그런면에서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은 집단과 블랙리스트로 정적을 제거하고 국정을 농단한 집단을 마주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역사를 통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

언제까지 사리사욕 가득한 정치집단은 이익을 가져가고,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은 희생양이 될 것인가. 무고한 희생에 대한 책임은 무겁게 하여 다시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적 수단을 악용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본다.


해녀 세계에서 가장 냉정한 것은 이다.
욕심은 금물, 해녀들에게 숨비소리는 생명의 또다른 신호다.
삶의 철학이다.
살기 위해 물의 생을 택했으나, 목숨은 그 숨과의 안 보이는 대결이다.
숨은 인생이다. 우리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이 시대 권력자들이 보이지 말아야 할 바닥을 보이는 현실에서
해녀들은 자신의 숨을 조절하며 살라고 한다.
숨비소리를 들으라고 한다.(p127)


나날은 행복해야 한다. 역사의 블랙리스트로 사라진 이 땅의 삼촌들과 그들의 후손인 모두의 가슴에도, 그리고 정의는 늘 가슴 깊이 불꽃을 태우는 자들에게서 왔음을 잊지 말자. 행복도 그렇다. 얼음을 깨고 기어코 샛노란 복수초가 눈을 뜨듯. - P66

누군가의 평생을 괴롭히고, 누군가의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했던 장면들 앞에 가해자들은 ‘모른다‘고 잡아떼리라.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 성찰이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조차 없이, 타인의 삶에 평생의 상처가 될지 모를 행위 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다 하겠는가. - P106

해녀 세계에서 가장 냉정한 것은 ‘숨‘이다. 욕심은 금물, 해녀들에게 숨비소리는 생명의 또다른 신호다. 삶의 철학이다. 살기 위해 물의 생을 택했으나, 목숨은 그 숨과의 안 보이는 대결이다. 숨은 인생이다. 우리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이 시대 권력자들이 보이지 말아야 할 바닥을 보이는 현실에서 해녀들은 자신의 숨을 조절하며 살라고 한다. 숨비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 P127

오랜 저항 정신이 스며 있는 제주도의 지울 수 없는 상처는 현대사의 비극, 제주 4.3항쟁이다. 제주도를 하루아침에 ‘붉은 섬‘으로 내몬 가장 참혹했던 역사의 바람이었다. 국가 공권력이 동족끼리 적을 만들었던 야만의 시대, 광기의 시대였다. - P259

남보다 한발 앞서 걷는 사람들의 길은 척박하고 힘들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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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 -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문제 해결까지!
우와후지 이치로우 외 지음, 진솔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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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 우와후지 이치로우 외 지음, 진솔 옮김, 한빛미디어, 2019



별자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들 사이에서 별과 별이 선으로이어져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형태로 보이길 기대해 보지만, 까만하늘에 촘촘히 박힌 무수한 점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별자리를 알고 찾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선과 선이 이어져 별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분석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라는 무수한 별들 중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듯 하다. 분석할 수 없다면 한낱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올해로 직장생활 16년차.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엑셀과 씨름하며 지낸다. 엑셀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 대고, 그 숫자들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눈이 빠져라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과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인해 마음을 접거나 다른 업무에 밀려 후일로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이 많은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정보가 없을까 싶어 분석 스킬을 높이기 위해 엑셀 함수 책도 사서 읽어봤지만, 함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결과값에 대한 해석, 분석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통계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통계학, 정보분석 관련 책을 사서 읽었으나, 이번에는 이를 엑셀에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 쉽게 연결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또 최근에는 파이썬을 이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고 하여 파이썬에도 도전하였으나, 여전히 데이터 분석에 대한 낮은 이해도라는 장벽으로 손을 놓아야 했었다.


그래서 좀 더 쉽게 엑셀 함수를 이용해서 통계학 기반의 데이터 분석기법을 설명해주고, 이를 실습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엑셀 함수 책과 통계학 책을 접었는데, 드디어 이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책, 『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을 만났다.


데이터 분석 3단계(데이터 수집&검토→데이터 집계&분석→데이터 시각화&응용) 전반에 대해 정리가 되어있어, 데이터 분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함께 엑셀 실습 과제를 따라하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


한 번 읽고 따라했다고 해서 완벽히 이해하는 수준은 되지 않았다. 한 번의 실습으로 바로 체화가 되어 업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지만, 반복적인 실습과 응용을 통해 이해의 수준을 높인다면, 엑셀의 바다 속에서 유의미한 진주 같은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입문용 수준은 아니어서 엑셀 함수에 대한 이해나 통계학에 대한 이해가 낮다면 다른 책들을 먼저 읽거나, 함께 보는 방법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데이터 과학에서는 정보 기술이 ‘주연‘이고 데이터는 이를 보좌하는 ‘조연‘이지만, 이 책에서는 반대로 데이터가 ‘주연‘이고 정보 기술이 ‘조연‘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습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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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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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 다산책방 / 2019

공감과 연민 그리고 희망 사이 그 어디쯤 에 있을 영오와 미지에게
내 나이 마흔이 넘고 난 후 에야 지난 삼십대가 젊었음을, 이십대가 꽃 같았음을, 십대에는 무한한가능성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좀 더 젊게 꽃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살 수 있었을까.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지 않을까 싶다. 오십대 이상의 인생 선배님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코웃음으로 응대해 주시겠지만… 오십대 보다 젊은 사십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젊음을 모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의 주인공. 서른셋 오영오와 열일곱 공미지.
서른 셋 오영오의 어머니는 몇 해 전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서먹하게 지내던 아버지마저 영오가 서른 둘이었던 해에 돌아가신다. 친척과도 소원하게 지내던 외동딸로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혈혈단신이 되어 남겨진 주인공 오영오.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아버지의 단칸방에서 유품이 발견된다. 아버지의 유품은 영오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수첩.
소설은 아내의 죽음 뒤 단칸방에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던 아버지가 차마 본인이 내밀지 못했던 손을 대신해 수첩 속 인물과 딸의 만남을 통해 영오가 외로움이라는 동굴에서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른셋 영오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이나 돌아가신 직후나 늘 외롭다. 젊음을 즐길 수 없는 청춘. 돌아보니 나의 삼십대가 그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지도 않았고 외동딸도 아니지만 그 시절 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을 받기 전까지의 영오처럼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 속 인물을 만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영오처럼 어느 날 문득 만난 사람들이 나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모든 삼십대가 영오처럼 외로움을 느끼진 않겠지만 온 우주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영오를 통해 충분히 공감하고 영오에게 또한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 보길,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있을지 모를 희망으로 그 둘을 위로해 보길 권한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열일곱 공미지는 학교에서의 따돌림, 친구의 자살 등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고입 포기라는 원대한 결심으로 엄마와의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는 열혈 청소년이다. 소규모 학습지 출판사에서 국어과 편집자로 일하는 영오에게 매일 전화하는 학습지 구독자이자 친구인 미지는 영오 인생에 희망의 열쇠를 쥔 등장인물. 한없이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미지는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열일곱 미지를 통해 따뜻한 삶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는 건 소설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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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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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 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뜨인돌, 2019

 



지은이 로렌스 앤서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툴라툴라를 만들고 일하던 중 TV를 통해 이라크 전쟁 소식을 듣고,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이라크행을 결심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
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다하더라도 전쟁이 한창인 국가로, 아니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은 도시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은 쉽게 할 수 없다. 내 기억 속의 이라크 전쟁은 지금의 컴퓨터게임과 같이 느껴졌었다. 건물 옥상에서 야간 전투 장면을 열화상카메라로 찍은 영상 속의 대공포 화염과 스커드 미사일 폭파장면이 흡사 게임과 같았던 것이다. 미군 종군기자에 의해 미군의 시각으로 전개된 전쟁 화면은 위험한 전쟁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게임방송을 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도 가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들어간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분명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리에 대한 응답 없이는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책으로 읽는 나도 느끼는 것이겠지만, 당시 이라크의 미군도, 이라크 사람들도 의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P41)

 


저자가 바그다드에 가게 된 계기와 바그다드 동물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전투가 한창인 바그다드 한 복판의 알 라시드 호텔에 숙소를 잡기까지의 과정은 읽는 나에게도 현장의 긴박함과 위급함이 전해졌다. 사방에서 언제 총탄과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은 정말 숨막힐 정도였다.


바그다드 동물원을 복구하고 위기에 처한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읽으면서는 전쟁과 인간, 동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전쟁으로 인해 기아와 약탈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동물원에 있는 약한 동물은 모조리 약탈되고 강한 이빨과 발톱만 가진 동물만 남았으나, 굶주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나에게 고기가 있다면 나는 이를 사람에게 줄 것인가? 동물에게 줄 것인가? 고민했을 것 같다. 사람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일인가 고민되었다.


동물원의 먹이를 약탈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훔쳐가는 행위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에 내 가족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고기를 마다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행위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먹이와 물을 제공하는 것이 지구에서 자연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총탄과 포탄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지만 전투의 규칙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도록 하고,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이 동물들도 구분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슬프게도 인류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병원이나 학교와 마찬가지로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동물을 위한 피난처,
동물병원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 또한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그다드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P344)

 


전쟁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정치행위이다. 이러한 정치행위를 선택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역설이다. 선택한 사람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 고통 받는 사람이 다른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은 사람이 하는데, 동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전쟁이 없는 지구를 꿈꾸는 건 허망한 꿈일까? 아니면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간의 전쟁에 동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일까?

 


한반도의 정전 상황을 호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치집단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으로 누가 피해를 볼 것인지는 자명하다. 선택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일 것이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P155)

 


저자 로렌스 앤서니가 참혹한 전쟁의 상황에서 바그다드 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을 통해 일깨워준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바탕으로 이 땅에 전쟁이 없어지길 바라본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 - P155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 - P41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 - P27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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