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 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뜨인돌, 2019

 



지은이 로렌스 앤서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툴라툴라를 만들고 일하던 중 TV를 통해 이라크 전쟁 소식을 듣고,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이라크행을 결심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
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다하더라도 전쟁이 한창인 국가로, 아니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은 도시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은 쉽게 할 수 없다. 내 기억 속의 이라크 전쟁은 지금의 컴퓨터게임과 같이 느껴졌었다. 건물 옥상에서 야간 전투 장면을 열화상카메라로 찍은 영상 속의 대공포 화염과 스커드 미사일 폭파장면이 흡사 게임과 같았던 것이다. 미군 종군기자에 의해 미군의 시각으로 전개된 전쟁 화면은 위험한 전쟁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게임방송을 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도 가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들어간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분명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리에 대한 응답 없이는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책으로 읽는 나도 느끼는 것이겠지만, 당시 이라크의 미군도, 이라크 사람들도 의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P41)

 


저자가 바그다드에 가게 된 계기와 바그다드 동물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전투가 한창인 바그다드 한 복판의 알 라시드 호텔에 숙소를 잡기까지의 과정은 읽는 나에게도 현장의 긴박함과 위급함이 전해졌다. 사방에서 언제 총탄과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은 정말 숨막힐 정도였다.


바그다드 동물원을 복구하고 위기에 처한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읽으면서는 전쟁과 인간, 동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전쟁으로 인해 기아와 약탈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동물원에 있는 약한 동물은 모조리 약탈되고 강한 이빨과 발톱만 가진 동물만 남았으나, 굶주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나에게 고기가 있다면 나는 이를 사람에게 줄 것인가? 동물에게 줄 것인가? 고민했을 것 같다. 사람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일인가 고민되었다.


동물원의 먹이를 약탈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훔쳐가는 행위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에 내 가족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고기를 마다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행위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먹이와 물을 제공하는 것이 지구에서 자연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총탄과 포탄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지만 전투의 규칙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도록 하고,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이 동물들도 구분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슬프게도 인류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병원이나 학교와 마찬가지로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동물을 위한 피난처,
동물병원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 또한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그다드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P344)

 


전쟁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정치행위이다. 이러한 정치행위를 선택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역설이다. 선택한 사람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 고통 받는 사람이 다른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은 사람이 하는데, 동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전쟁이 없는 지구를 꿈꾸는 건 허망한 꿈일까? 아니면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간의 전쟁에 동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일까?

 


한반도의 정전 상황을 호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치집단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으로 누가 피해를 볼 것인지는 자명하다. 선택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일 것이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P155)

 


저자 로렌스 앤서니가 참혹한 전쟁의 상황에서 바그다드 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을 통해 일깨워준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바탕으로 이 땅에 전쟁이 없어지길 바라본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 - P155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 - P41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 - P27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