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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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 다산책방 / 2019

공감과 연민 그리고 희망 사이 그 어디쯤 에 있을 영오와 미지에게
내 나이 마흔이 넘고 난 후 에야 지난 삼십대가 젊었음을, 이십대가 꽃 같았음을, 십대에는 무한한가능성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좀 더 젊게 꽃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살 수 있었을까.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지 않을까 싶다. 오십대 이상의 인생 선배님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코웃음으로 응대해 주시겠지만… 오십대 보다 젊은 사십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젊음을 모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의 주인공. 서른셋 오영오와 열일곱 공미지.
서른 셋 오영오의 어머니는 몇 해 전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서먹하게 지내던 아버지마저 영오가 서른 둘이었던 해에 돌아가신다. 친척과도 소원하게 지내던 외동딸로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혈혈단신이 되어 남겨진 주인공 오영오.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아버지의 단칸방에서 유품이 발견된다. 아버지의 유품은 영오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수첩.
소설은 아내의 죽음 뒤 단칸방에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던 아버지가 차마 본인이 내밀지 못했던 손을 대신해 수첩 속 인물과 딸의 만남을 통해 영오가 외로움이라는 동굴에서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른셋 영오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이나 돌아가신 직후나 늘 외롭다. 젊음을 즐길 수 없는 청춘. 돌아보니 나의 삼십대가 그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지도 않았고 외동딸도 아니지만 그 시절 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을 받기 전까지의 영오처럼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 속 인물을 만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영오처럼 어느 날 문득 만난 사람들이 나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모든 삼십대가 영오처럼 외로움을 느끼진 않겠지만 온 우주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영오를 통해 충분히 공감하고 영오에게 또한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 보길,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있을지 모를 희망으로 그 둘을 위로해 보길 권한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열일곱 공미지는 학교에서의 따돌림, 친구의 자살 등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고입 포기라는 원대한 결심으로 엄마와의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는 열혈 청소년이다. 소규모 학습지 출판사에서 국어과 편집자로 일하는 영오에게 매일 전화하는 학습지 구독자이자 친구인 미지는 영오 인생에 희망의 열쇠를 쥔 등장인물. 한없이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미지는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열일곱 미지를 통해 따뜻한 삶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는 건 소설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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