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 청년들의 불안하고 불행한 일터에 관한 보고서 이웃집 연구자 2
천주희 지음 / 바틀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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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천주희 지음, 바틀비, 2019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는 청년 퇴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터에 관한 이야기이다. 청년, 여성, 노동, 빈곤, 소수자에 관심이 많은 저자 천주희는 청년 퇴사자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퇴사란 일하지 않는 상태,
즉 실업자를 자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은 

퇴사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은 보지 못하게 만들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특히 불안정한 노동시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퇴사는 단순히 실업으로 등치시킬 수 없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112)


노동시장이라는 거대 담론을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청년들은 일터에서 상식적이고 합법적인 수준에서의 처우와 관계를 원하지만 기성세대가 일터에서 생각하는 상식합법은 청년들의 생각과 상당한 간극이 있을 터이다. 저자는 이 간극을 줄이는 출발점을 오늘날 한국 사회가 놓여 있는 상황과 일터의 풍경을 직접적으로 그릴 수 있는 청년 퇴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에서 전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1장 취업시장의 문턱


개인이 경제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사회는 점점 일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경제성장도 과거처럼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0~30
대 청년들은 잦은 퇴사를 경험하면서,
취업준비라는 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것임을 자각한다.
오래된 스펙은 다시 갱신해야 하고,
취업 후에도 더 나은 나를 위해 전문성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인은 점점 노동시장에서 소외된다. (28)


2장 수상한 노동 세계


낯선 환경에서 처음 일을 하는 사람이 입사하자 마자 업무에 능숙할 리 만무하며,
동료를 하대하는 문화는 평등한 일터로 가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미숙하므로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관습은
사회초년생들에게 투잡을 강요하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 위해서라도 경력이 필요하다.
경력을 쌓기 위해 저임금,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조직문화, 고된 노동환경 등이
부당하다고 느낄지라도 참아내고 있었다. (58)


3장 일신상의 사유


일터는 꼬리표처럼 늘 따라다니고 이직을 할 대 전 직장의 평가는 중요해 진다.
평판 조회가 신경이 쓰이기에 일신상의 사유로 쓰고
무난하게 퇴사하는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비자발적인 퇴사가 자발적인 퇴사로 포장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일터에서 겪었던 폭력이나 부당함을
퇴사 후에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108)


4장 퇴사란 무엇인가


중요하 것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동안에
일이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어떤 직장이 비합리적인 곳인지, 폭력적인 곳인지, 열악한 곳인지,
자신에게 맞는 일터의 기준을 만들고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주체적인 사람으로 일을 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일과 실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탐색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나만의 서사는 강한 힘을 지니게 된다. (137)


5장 퇴사해도 괜찮은 사회


사회가 퇴사해도 괜찮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퇴사해도 괜찮은 사회란() 일하는 사람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안전하게 퇴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사회를 뜻한다. (140~141)



지난 20년 동안 청년들은 구조적으로 점점 악화되는 고용과 실업 문제를 경험해왔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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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원리 (리커버 에디션) - 승진할수록 사람들이 무능해지는 이유
로렌스 피터.레이먼드 헐 지음, 나은영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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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원리, 런스 피터, 레이먼드 헐 지음, 나은영, 서유진 옮김, 21세기북스, 2019


<피터의 원리>2002년과 2009년 발간된 <피터의 원리>와 그 후속작인 <피터의 처방>을 한본 한 개정판이다. <피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승진할수록 무능해진다는 것이다. 위계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은 무능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승진을 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이로 인해 개인은 물론 사회도 불행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피터의 처방>은 이러한 무능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계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31)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무능력은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정도이지 해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능하면 해고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유능한 사람은 위계질서를 어지럽히고,
위계조직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계층구조의 첫 번째 규율을 위반하기 때문이다.(51~52)


처음에 <피터의 원리>무능의 단계주장이 억지스러웠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최고위직에 오르는 승진과정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 받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쉬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시험 받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내에서 승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능력의 한계라면, 그의 역량은 거기까지, 혹은 그 이전 단계까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터의 원리>에서는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는 경우에도 무능의 단계에 도달하지만, 새로운 업무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발생하고, 유능한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들이 정치를 하게 될 때도 무능의 단계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이러한 무능의 단계에 도달하지 않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피터의 처방>에서 제시한 66가지 처방을 읽다 보니, 경남 거창고의 직업선택의 십계가 떠올랐다. 가히 직장생활의 66라 할 만하다. ‘직업선택의 십계에서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고,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며,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는 말들은 <피터의 원리>에서 승진의 유혹을 이겨내라.(219)’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뛰어들어라.(266)’는 처방과 맞닿아 있다.


거창고 직업선택의 십계
1계명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계명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계명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계명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계명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계명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계명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계명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계명 부모나 아내가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하지 말고 가라.
10계명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
전성은의 <왜 학교는 불행한가>


유능한 일에 매진하기 위해 적절한 무능함을 보이고, 승진제의를 거절하라는 <피터의 처방>을 직장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유능함보다는 무능함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소하게 가장된 무능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결함으로 보여 그가 가진 유능함을 펼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가장된 무능으로 무능의 단계에 보다 빠르게 도달하게 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또한 위계조직의 전형인 학교 제도로 인해 위계조직에 순응하는 인간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년도 보장되지 않고, 노후도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현재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위계조직의 영향을 받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정체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체성은 내가 나를 보는 관점,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167)


<피터의 원리>는 지금과 같은 뉴노멀 시대의 저성장기에 더욱 들어맞는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다. 조직이 성장하지 않으니 승진도 정체되고, 정체되니 과거 대리, 과장급에서 하던 일을 부장이 되어서 하고, 과거 부장이 하던 일을 상무, 전무가 되어 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점차적으로 무능의 단계에 이른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무리한 승진을 위해 가족을 소홀히 하고,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무능의 단계에 이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다른 것을 얻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 A.
쇼펜하우어 (168)


이 사회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나의 존경심을 말로써 그리고 행동으로써 표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나는 삶의 질을 추구하여 그에 맞는 결단과 행동을 할 것이며,
무능의 단계로 올라서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나는 나 자신과 꾸준히 대면하겠다고 다짐합니다.
- L.
피터 (180~181)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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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기로 선택했다 - 힘겨운 시간과 마주하고 얻은 지혜
김가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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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기로 선택했다, 김가희 지음, 미다스북스, 2019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이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합니다.

신영복처음처럼중에서 (99)


인생의 사계절은 느닷없이 닥치거나 순서가 뒤바뀌어 오기도 한다.

<나는 행복하기로 선택했다>는 갑자기 맞게 된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이겨내고 푸르름에 생동감이 넘치는 여름을 맞이하기 까지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쓴 어른의 성장기록이다. 아직 겨울 추위에 온 몸이 얼어 붙어 옴짝달싹 못하는 이가 있다면 읽어 보길 권한다.


 

시련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시련을 바라보는 태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두운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120)


이 책의 저자 김가희는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어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사랑하는 연인과의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이 한 후 지독한 절망감에 빠진다. 깊은 절망감의 바닥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자신을 찾은 저자는 스스로 원하는 행복을 찾기 위해 크고 작은 시도를 거듭한다. 그리고 가족, 동료, 제자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제자리로 돌아온 후 오롯이 자신의 기준으로 행복해 지기 위해 매 걸음 도약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인간은 생각의 크기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원하는 만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213)


책을 읽고 내가 느꼈던 절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절망의 한 가운데 있던 과거에도 이미 지난 일이 되어버린 현재에도 나는 내가 겪은 절망의 크기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절망의 크기는 줄이고 그 자리에 행복을 채워 넣을 수 있다면 나는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감사일기를 쓰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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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를 찾는 당신에게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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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이은정 지음, 마음서재, 2019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삶의 시간이 덧대어질수록 상처도 늘어난다. 나에게도 무수한 상처가 있다. 무용담을 쏟아내게 하는 영광의(?) 상처가 있는가 하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꼭꼭 숨긴 상처도 많다. 영광의 상처보다는 숨겨놓은 아픈 상처가 더 많다. 그 상처를 숨기고 사는 것이 나를 세우는 것이라 믿고, 꼭꼭 숨겨놓아 때로는 나조차도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잊은 것도 많다.


 

아니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통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읽을 수록 나도 잊을 만큼 꼭꼭 숨겨 놓았던 아픈 상처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었다.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툭툭 튀어나왔다. 어떤 상처들은 새살이 돋지 않고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나기도 했다. 구겨 넣은 상처는 결코 새살이 돋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딱지가 떨어져 다시금 피를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말이 되고, 글이 될 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칼날 같은 말이 되곤 한다. 종이에도 손이 베이듯 무심히 상처를 내는 것이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상처주는 칼날 같은 말이 아니라, 상처가 아물고 돋아난 새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작가의 이야기로 꺼내어진 내 상처에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위로가 되었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통해 꺼내어진 아픈 상처들을 또다시 구겨 넣지 말고, 새살이 돋아 흉터조차 남기지 않도록 이제는 당당히 마주하며 어루만져보고자 용기를 내어본다.


 

가난을 결코 낭만적이지 못했다.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욕심을 낼라치면 가정이 무너질까봐
한숨을 쉬며 살아야 했던 날들 속에 가난은 결코 먼저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꿈은 스스로 찾아오는 법이 없었다.(45)


 

먹고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인지상정의 논란이 없지만,
꿈을 향한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47)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서사에서 빠져나오면 조연이 된다.
더러는 엑스트라이기도 할 것이다.(
)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장르를 만들고
나만의 서사를 이끌어야 한다.(67)


 

어떤 이별도 어떤 슬픔도 그렇게 무뎌진다.
잊지 않으려 애쓸 필요는 없지 싶다.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감정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애쓴다고 멈추는 건 없으니까.(94)


 

이기심은 결국 자기연민에서 파생된다.
자기연민은 상처로 파괴된 자아의 열등의식과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 자괴감의 결과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틀린 시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반복된 슬픔 속에 몸부림치는 것.
그것이 자기연민의 굴레다.(174)


 

진정한 부끄러움은 그 순간이었다.
동전을 세고 있던 내 모습도,
동전을 들고 물건을 사러 갔던 내 모습도 아니었다.
동전 쓰는 것을 부끄러워한 것이
진정 부끄러운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181)


 

젊어 좋겠다. 많이 배우고,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고, 신나게 살그라.
남 눈치도 보지 말고 남 뒤치다꺼리나 하고 살지도 말고,
지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되는 기라. 그게 사람인 기라.
젊어서 배워본 게 없으니께 나이 들어서 시작도 못 하거든.
우야든동 니 꼴리는 대로 사는게 좋은 기다.(216)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가정도 잘 이끌고 싶어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들이 병들고 있다.
그렇게 애쓰는 동안 정작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어간다.
노력이 무시되고 결과가 나쁠 때 종종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 사람이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고 도무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을 때,
그때 필요한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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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김도언 반올림 45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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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김도언, 김하은 지음, 바람의아이들, 2019


<변사 김도언>은 초기 무성영화 시대에 관객들에게 영화를 해설해주는 변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김도언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한 편의 짧은 소설이지만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일본제국주의 식민 지배 시절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변사라는 직업을 통해 태동기의 한국영화 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고,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정신도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여성 차별, 여성 배제가 당연시되던 시절의 여성으로써, 여성직업인으로써, 여성독립운동가로서 삶도 들여다볼 수 있는 묵직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김도언은 역관의 딸로 태어나 글 공부를 위해 남장을 하고, 아버지의 중국인 지인의 딸 쩡루이쩐에게 장사와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활동사진(영화)를 통해 변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김도언은 여성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최초의 여성 변사가 된다. 독립운동을 하는 오빠를 찾아 떠난 상해에서도 김도언은 변사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고, 상해에서 만난 오빠가 활동하고 있는 은성단이라는 비밀결사 조직에 가입하게 된다. 무장투쟁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독립운동가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연락책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변사 김도언>3.1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의 일제치하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많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선 왕조 복위를 위해 독립운동을 하기도 하고, 왕이 아닌 민중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도 있다.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무장투쟁과 요인암살을 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패물도 팔아 독립운동의 자금을 마련한 사람들, 독립운동가들에게 정보를 주고 받으며 연락을 전달한 사람들 등 방식은 다르지만 일제로부터 독립된 나라를 세우겠다는 같은 목표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야기는 함축적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뒤섞여 있지만, 가상 인물이라 하여 완전 허구의 인물이라기 보다는 기록되지 않고 그림자처럼 가려져 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소설인 <변사 김도언>의 이야기는 해방과 함께 끝이 나지만, 친일의 역사는 해방과 함께청산되지 못하고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로 둔갑하고, 친일로 축적한 유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해방된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그 후손은 여전히 잘 살고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그에 반해 맨 몸으로 해방을 맞은 독립운동가는 해방 공간에서 홀대 받고, 그 후손은 여전히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변절의 대가는 지금까지 후했고, 모진 독립운동의 대가는 이후의 삶도 모질게 만들었다.


20191118, 독일에서 93세의 노인이 법정에 섰다. 그의 죄목은 살인 방조죄. 무려 5,230건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다. 그는 70여년 전 나치 치하의 폴란드 유대인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유대인 학살을 방조한 혐의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독일에서 홀로코스트에 가담한 사람은 그가 고령일지라도, 말단의 공무원으로 단순가담한 것이라 주장할지라도 처벌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나치를 옹호하거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여도 처벌을 받는다. 나치 옹호는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가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공공연히 친일의 역사를 미화하는 주장이 여전하다. 한번도 제대로 된 단죄조차 하지 못했는데, 단죄하려 하면 국론분열이라며 국민화합, 국민통합을 이야기한다. 사죄와 반성도 없는데 용서와 화해를 먼저 이야기하는 모순은 여전하다. 과거는 묻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를 잊어서도 안되고, 그 역사의 과오를 덮어서도 안된다.


독립운동가들이 염원한 평범한 일상이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았기에, <변사 김도언>의 짧은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온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이 모두에게 오기를!”(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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