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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는 시간 -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를 찾는 당신에게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19년 11월
평점 :
『눈물이 마르는 시간』, 이은정 지음, 마음서재, 2019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삶의 시간이 덧대어질수록 상처도
늘어난다. 나에게도 무수한 상처가 있다. 무용담을 쏟아내게
하는 영광의(?) 상처가 있는가 하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꼭꼭 숨긴 상처도 많다. 영광의 상처보다는 숨겨놓은 아픈 상처가 더 많다. 그 상처를 숨기고 사는 것이 나를 세우는 것이라 믿고, 꼭꼭 숨겨놓아
때로는 나조차도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잊은 것도 많다.
아니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통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읽을 수록 나도 잊을 만큼 꼭꼭 숨겨 놓았던 아픈 상처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었다.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툭툭 튀어나왔다. 어떤 상처들은 새살이
돋지 않고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나기도 했다. 구겨 넣은 상처는 결코 새살이 돋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딱지가 떨어져 다시금 피를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말이 되고, 글이 될 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칼날 같은 말이 되곤 한다. 종이에도 손이 베이듯 무심히 상처를 내는 것이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상처주는 칼날 같은 말이 아니라, 상처가
아물고 돋아난 새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작가의 이야기로 꺼내어진 내 상처에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위로가 되었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을 통해
꺼내어진 아픈 상처들을 또다시 구겨 넣지 말고, 새살이 돋아 흉터조차 남기지 않도록 이제는 당당히 마주하며
어루만져보고자 용기를 내어본다.
가난을 결코 낭만적이지 못했다.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욕심을 낼라치면 가정이 무너질까봐
한숨을 쉬며 살아야 했던 날들 속에 가난은 결코 먼저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꿈은 스스로 찾아오는 법이 없었다.(45쪽)
먹고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인지상정의 논란이 없지만,
꿈을 향한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47쪽)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서사에서 빠져나오면 조연이 된다.
더러는 엑스트라이기도 할 것이다.(…)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장르를 만들고
나만의 서사를 이끌어야 한다.(67쪽)
어떤 이별도 어떤 슬픔도 그렇게 무뎌진다.
잊지 않으려 애쓸 필요는 없지 싶다.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감정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애쓴다고 멈추는 건 없으니까.(94쪽)
이기심은 결국 자기연민에서 파생된다.
자기연민은 상처로 파괴된 자아의 열등의식과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 자괴감의 결과물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틀린 시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반복된 슬픔 속에 몸부림치는 것.
그것이 자기연민의 굴레다.(174쪽)
진정한 부끄러움은 그 순간이었다.
동전을 세고 있던 내 모습도,
동전을 들고 물건을 사러 갔던 내 모습도 아니었다.
동전 쓰는 것을 부끄러워한 것이
진정 부끄러운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181쪽)
젊어 좋겠다. 많이 배우고,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고, 신나게 살그라.
남 눈치도 보지 말고 남 뒤치다꺼리나 하고 살지도 말고,
지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되는 기라. 그게 사람인 기라.
젊어서 배워본 게 없으니께 나이 들어서 시작도 못 하거든.
우야든동 니 꼴리는 대로 사는게 좋은 기다.(216쪽)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가정도 잘 이끌고 싶어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들이 병들고 있다.
그렇게 애쓰는 동안 정작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어간다.
노력이 무시되고 결과가 나쁠 때 종종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 사람이다.
모두 내 탓인 것만 같고 도무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을 때,
그때 필요한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