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원 역사읽기
마산창원지역사연구회 엮음 / 불휘미디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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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를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발견하고... 뿜은 제목입니다.

...아니 마산이 뭐가 잘났다고 대학 도서관에 향토사 책이....

이렇게 말하는 진냥도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살아온 마산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요.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등학교 무렵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향토의 역사]라는 책을, 단지 할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탐독을 거듭하여, 마산의 향토지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아잇쿠 손이 미끄러지듯 대출해버리고 만 이 책. 상당히 불안감을 안고 페이지를 펼쳤습니다만... 의외로 흥미진진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헉 모교의 터가 일제 시대 신사 자리였다고라!?라든가, 혹은 그 유명한 가고파의 작사자인 이은상 선생이 상당히 논의가 분분할 행위를 했다든가, 댓거리와 어시장의 유래, 마산만 매립에 얽힌 이야기 등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서술되는 방식이 너무 치우치지 않고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연구되어야 할 문제이다'하는 식으로 완곡하게 묘사된 것이 참 좋더군요. 물론 뜨억스러운 기분으로 읽은 부분도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만....

요전날 추석에 본가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와 함께 해안도로를 산책했습니다. 제법 멀리 나왔을 때 부두에 푯말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푯말은 고 김주열 군의 사체가 떠올랐던 장소를 표시하는 푯말이었습니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에 대항하여 마산에서 일어났던 시위 중 이 김주열 군이 행방불명되었고, 한 달 남짓이 지난 4월 10일 바로 그곳에서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시 한 번 시위의 불길이 당겨져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하는 데에 이르는 것이었지요.

이 책은 그 푯말이 담은 역사의 한 자락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생하게.

이렇게 향토사를 즐기고 있노라면, 역사의 큰 줄기가 이곳까지 이어지고 이 작은 샘에서 시작한 흐름이 시대의 흐름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감탄합니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실감하게 됩니다.

과거에서 이어져내려온 역사가 지금 개개인의 현재를 만들고, 오늘 이 순간 인류 개개인이 한 일이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역사를 안다는 것,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이만큼 가치있는 일도 드물고- 또 의외로 그렇게까지 거창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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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가 붙는 자유업! - 마 시리즈 1, wink novel
타카바야시 토모 지음 / 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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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4권인 [내일은 ㉲가 붙는 바람이 분다!]까지 읽었습니다요.

정의감 투철한 고등학생 시부야 유리가, 어느날 삥뜯기는 옛날 동창 친구를 도와주다가 그 건달들에 의해 수세식 변기에 머리부터 처박히는 순간- 이계로 가게 되었는데, 이계의 마족들은 그가 새로운 마왕이라고 지목한다는 어찌 보면 고전적인 스토리.

근데 이게요 재미있었던 겁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시부야 유리 15세가 정의감 투철한 야구소년.

....그것도 포지션은 포수.

.......싫다아, 요즘 제가 빠져 있는 포인트를 콕콕 찌르지 않겠어요오.

이렇게 노려서 던지면 성대하게 홈런을 치는 것이 도리...(뭐)

그리고 진냥이 즐거워했던 포인트 그 두번째는 유리의 입담.

서술방식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그 주인공이란 것이 지극히 평범한 현대 일본의 야구소년인 만큼 현대 일본의 문화와 야구에 빗댄 표현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현대 한국의 야구 관람 0레벨(이번에 플레이오프를 보러 갔다오면 1레벨쯤 오를지도)인 24세 처자로서는 전혀 못 알아먹을 이야기이겠습니다만.... 고맙게도 번역측에서 일일이 주석을 달아주었습니다. 그 방대한 주석은 글을 읽는 데에는 상당히 장애물이 되겠지만 글을 100% 즐기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냉정하게 보자면 구성이나 전개에 있어 어느 정도 구멍이 있는-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를 감안하고서도 조금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가 요구하는 '재미'라는 점만큼은 충족하고 있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것일지도요?

덧붙여 저의 베스트 캐릭터는 그웬달. 성실하고 커다란 남자는 좋군요. 간만에 '남자는 20대 후반부터'라는 과거의 캐치프라이즈에 어울리는 취향을 피력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웃훙.(아니 뭐, 작품 특성상 결코 평범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 수상한 점도 귀여워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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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란토 성 환상문학전집 2
호레이스 월폴 지음, 하태환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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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받아 늘 읽고 싶었지만 학교 도서관에 없어서 좌절하려던 찰나, 집 근처의 구립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희희낙락한 책입니다. 구립 도서관을 얕보면 안되는 겁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대학도서관보다 신간이 풍부해요.

읽고 나서야 알았지만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 중 한 권으로, 작품 자체도 공포파의 효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음음. 고딕 호러 소설이라...

하지만 현대의 독자로서 치명적인 문제점

무섭지 않다

...진냥이 동양풍 공포에 치우쳐 있는 인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만프레드와 ****의 개념 상실한 플레이 덕에 어이가 날아가버려서 조금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유령이라는 분들은 만프레드랑 ****이 한창 개념 내다버리면서 놀 때 등장하여 일갈해주시니, 이 어찌 고맙지 아니하리잇까. 유령이지만 좋은 사람. 표창이라도 해주고 싶어지는데요.

또 무섭지 않은 게 말이지요.... 그러잖아도 ***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클라이막스 직후 유령씨가 합체변신해서 짜잔~ 나타나는데 그때쯤이면 등장인물 전원이 충격적인 클라이막스에 경도되어 거대로봇화한 유령씨의 존재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습니다. ...호러소설로서 이런 전개, 괜찮은 겁니까.

뭐... 그런 '호러 소설로서 전혀 무섭지 않다'라는 문제점만 제외하면 작품 속의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살린, 괜찮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마는.

이 작품의 교훈은 '마누라와 딸자식 우습게 보고 영계 밝히는 놈들 횽아가 존내 패버린다 9초 11초 없다 존내 패는 거다'...가 되겠습니다. 모쪼록 여러분도 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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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의 숲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송경원 옮김 / 하늘연못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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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학교 도서관과 오래비네 학교 도서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진냥이 찾아간 서울시 모 처 구립 도서관. 사랑해 마지않는 가고파 문화센터도 똑같은 감상을 주는데, 요즈음 시민 생활은 너무 하이해요.... 훌륭한 시설에 빵빵한 장서. 거기에 매혹되어서 방황하다가 발견한 커다란 빨간 표지의 책. [시튼의 숲]....

...뭐 아시는 분도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진냥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는 책의 반열 중에 당당히 들어있는 인물이 이 어니스트 톰슨 시튼입니다.

시튼의 동물기는 아동의 필독도서 비슷하게 되어있어 진냥 역시 거의 초등학교 무렵에 접했습니다마는, 차차 성장하면서 시튼이라는 이름을 잊어버렸지요.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은 대학교 들어와서인가요. 동물들의 자못 흥미로운 일화를 모아둔 것에 불과한 줄 알았던 그의 단편들이, 직접 취재한 이야기와 직접 그린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발견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서전까지도 섭렵한 상태(웃음). '검은 늑대'라는 인디언 이름과 늑대발자국 서명을 썼다고 하는 이 사람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함께 진냥이 가장 좋아하는, 글에 숲의 냄새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시튼이 평생을 사랑했을 숲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입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방법, 숲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그리고 그들에게는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인디언의 역사와 영웅담, 그리고 시튼이 직접 관찰하고 스케치한 나무와 새의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시튼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작품인 [작은 인디언의 숲]과 연계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걸 느끼는 것도 꽤 즐거웠습니다.

사실 한국에는 야영을 할 만한 숲이 없는 편이니까, 한국에서 실행하기에는 난점인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그것때문에 이 책이 읽을 가치가 떨어지느냐 한다면, 전 단호하게 아니다, 라고 대답하겠어요.

네에, 저는 시튼을 좋아합니다. 그토록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은 보기 드물어요. 그것이 지금 이 시간 전혀 다른 땅을 밟고 있는 제게까지 전해지는 마음임에야.

무엇보다도 제가 반한 것은, 그 사랑하는 마음이- 사람이 흔히 사랑하는 것에 한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숲과 동물들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저 녹색의 세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상대방이라는 것이 반드시 인간이라는 종에 한정되는 걸까요.

우리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저 숲을, 저 늑대를, 저 모든 동물과 꽃과 나무들.

잃어버리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대체 누구입니까-

거기, 생각도 안해봤다는 사람, 우에키의 법칙 2기 ED '우주선 지구호'라도 들으며 반성하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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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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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제법 이름을 얻고 있는 호러 추리소설. 교고쿠도 시리즈의 하나라고 합니다. 교고쿠도란 작품 내에서 주로 탐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고서점 주인이자 신사의 신주의 별명입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감상을 요약하자면 간단합니다.

.....24 평생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는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니, 못 썼다는 것이 아닙니다. 괜찮은 전개라고 생각해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훌륭하고. 교고쿠도의 민속학 해설은 민속학 매니아인 진냥으로서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긍할 수 있는 점도 있고 부정하고 싶은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선한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헌데 말이죠.....ㅜㅜ

정말 우에키가 없었다면 한동안 우울해서 재기를 못했을 것 같습니다...(먼 시선)

제가 본 [망량의 상자]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인간의 굴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공의 경계]나 오노 후유미 작품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음, 모두 읽어보신 분들은 '설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공의 경계]와 오노 후유미 작품들이 현실과 다른 세계관에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극복(혹은 수용?)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면, [망량의 상자]는....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더러, 그런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전후 일본의 굴절된 세계. 제각각 굴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굴절을 극복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전후 일본. 환타지적인 요소는 거의 나오지 않는(아주 조금 나오긴 합니다. 아주 조금) 세계입니다. 잡지라든지 전사자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가 그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합니다. 하지만 그 현실이란, 전쟁이라는 굴절된 현실을 겪은 세계입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모두 굴절을 품은 사람들. 그러나 그 굴절들이 만나버려서 벌어지는 사건들.

...더없이 현실적인 세계관에서 울려퍼지는 굴절의 불협화음.

작품 속에서는 사람을 상자로 비유하는 표현이 가끔 나옵니다.

아아, 그렇게 생각하면 [망량의 상자]라는 것은 얼마나 잘 지은 제목인지요.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가 자신 안에 요괴 망량을 감춘 상자인 것입니다.

감추고만 있었다면 그렇게 되어버리진 않았겠죠. 그러나 만나버렸고, 상자는 열려버린 것입니다.

....그래요. 괴이怪異를 부정하는 세계 가운데서-

그들은 틀림없이 인간보다 요괴가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보통은 아무리 굴절을 안고 있어도 저렇게까지 가진 않죠.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확률은 몇억만분의 일이 아니겠슴까.=ㅅ=;

보통은요, 사람은 굴절과 동시에 그 굴절을 보상할만한 것도 가지고 있어요. 당장 손에 없다고 해도 앞으로의 미래란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굴절밖에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굴절된 세계를 몰랐다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치만 같은 시리즈 작품인 [우부메의 여름]은 절대 안 볼 것 같군요(먼 시선)

나중에 생각하면서 제일 실소한 점은, 가장 괴이에 가까운 인물인 에노키즈가, 가장 인간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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