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왜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가 - 일본사상총서 3
아마 도시마로 지음, 정형 옮김 / 예문서원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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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꼬양(가명)이 일본 신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며 추천해준 책입니다. 덧붙여 5층 서가에 있었습니다. 도서관이 개축하기 전 5층 자연과학 서가에서 근로장학생(통칭 도서관 알바)으로 뛰어본 저로서는 총서와 종교서가 5층에 있는 현실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본인의 종교적 현실은 우리나라와 흡사한 점이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신의 종교는 무엇인가요?'하고 물으면 '종교 업ㅂ음'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면서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불교 행사가 국경일인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교단 종교(카톨릭이나 개신교, 불교 등등)에는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새해의 신사 참배나 실제로는 종교의식인 마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참여하는 일본인의 괴리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이 책의 저자는 이 현상에 대해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나가시(흘리기)ex)게임 [쓰르라미 울적에]의 와타나가시?'로 대표되는 일본의 자연종교 의식이 흘리는(=정화하는?) 것이 나쁜 일, 흉사, 불길한 것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좋은 일까지도 포함하여 일상의 안온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인데.... '원죄'나 '구원', '해탈'같이 개인의 철저한 성찰을 요구하는 세계 3대 종교와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는 거지요.

또한 메이지 시대에 이루어졌던 신도의 국가화, 종교의 어용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막 입헌을 하려는데, 서구 열강의 헌법에서 국교를 설정하는 것이 근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 메이지 정부 인사들은 '신도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터무니없는 전제하에 국가신도를 이룩했던 겁니다. 대체 근대란 게 뭔지=ㅅ= 일본은 아직 이 시절의 악습을 완전히 철폐하지 못한 것 같군요.

여러가지 유익한 이야기(그러나 시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가 많은 책이었습니다만, 저자의 관점 중에서는 제삼자로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끄러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인은 건전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격렬한 고뇌를 필요로 하는 교단종교에 기대지 않는 거다'라고 주장하는 건 좀...ㅠㅠ 자신의 나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건 너무 오버임다....

....뭐, 환단고기 신도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요.

저자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자연 신앙인의 이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은하철도의 밤]을 쓴 미야자와 켄지의 시 '바람에 지지 않고'가 바로 떠올랐어요. 이 시를 소개하면서 감상을 마무리하겠습니다/ㅇㅁㅇ/


雨ニモマケズ (비에 지지 않고) 風ニモマケズ (바람에도 지지 않고) 雪ニモ夏ノ暑サニモマケヌ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않는) 丈夫ナカラダヲモチ (튼튼한 몸을 가지고) 慾ハナク (욕심은 없이) 決シテ瞋(イカ)ラズ (결코 화내지 않으며) イツモシヅカニワラツテイル (언제나 조용히 웃고 있는) 一日ニ玄米四合ト (하루에 현미 네 홉과) 味噌ト少シノ野菜ヲタベ (된장과 얼마간의 채소를 먹으며) アラユルコトヲ (모든 일에) ジブンヲカンジョウニ入レズニ (자신을 계산에 넣지 않고) ヨクミキキシワカリ (잘 보고 들어 깨닫고) ソシテワスレズ (그리고 잊지않으며) 野原ノ松ノ林ノ蔭(カゲ)ノ (들판의 소나무 숲 그늘) 小サナ萱(カヤ)ブキ小屋ニイテ (작은 짚으로 인 초가에 살면서) 東ニ病気ノ子供アレバ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行ツテ看病シテヤリ (가서 간호해 주고) 西ニ疲レタ母アレバ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行ツテソノ稲ノ束ヲ負ヒ (가서 그 볏단을 져주고)

南ニ死ニソウナ人アレバ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行ツテコハガラナクテモイヽトイヒ (가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르고) 北ニケンクワヤソシヨウガアレバ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ツマラナイカラヤメロトイヒ (부질 없으니 그만두라 이르고) ヒデリノトキハナミダヲナガシ (가물 때는 눈물을 흘리며) サムサノナツハオロオロアルキ (냉해의 여름에는 걱정스레 걸어) ミンナニデクノボートヨバレ (모두에게 쓸모없는 사람이라 불리며) ホメラレモセズ (칭찬도 받지 못하고) クニモサレズ (골칫거리도 되지 않는) サウイウモノニ (그러한 사람이) ワタシハナリタイ (나는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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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일본견문록 - 대마도에서 도쿄까지
신유한 지음, 강혜선 옮김 / 이마고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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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그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겪은 모습과, 테두리 바깥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보는 모습이 모두 다른 것이 재미있지요. 저는 어느 쪽이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 사람이 막부 일본의 문화를 볼 수 있었던 조선통신사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일 터입니다만... 그런 마음으로 [조선통신사의 일본견문록]을 봤더니 정말 별 거 없는 게ㅇ<-< 조선통신사에 대한 것을 학문적으로 쓰고 있어서 정작 제가 보고 싶어하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아쉬워하던 차에 [암흑관의 살인]을 찾아 헤매이다 도착한 용산 도서관. 남산 언저리의 도서관에는 찾아가기가 번거로우니 책을 빌려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제목에 낚인 겁니다ㅇ<-< 결과적으로 낚인 보람은 있었지만...

이 책은 서얼 출신인 신유한이 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기록한 일기인 '해유록'을 읽기 쉽고 알기 쉽게 펴낸 것입니다. 그래서 해설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설이 많으면 이해는 쉬운 반면 자유로운 감상을 제한한다고 보는지라.... 저로선 아쉬운 점이지만 남에게 추천하기에는 좋은 점이겠지요=ㅁ=

전해듣기에 조선의 사대부는 일본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여간 아니었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신유한은 서얼 출신이라선지 일본의 사람과 문물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감상을 쓰고 있습니다. 편견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정을 보이고 있달까요.

국사 교사용 지도서에 이름이 실려 있는 아베노모리 호슈가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부친 히데요시를 위해 중건한 대불사에 통신사를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긴 했지만요=ㅁ= 통신사들은 히데요시가 불구대천의 원수라 하여 안 가려고 뻗대었는데, 대마도주가 대불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중건했다고 쓰여있는 역사책을 보여주자 낚여서 결국 보러 가게 되지요. 나중에 귀국해서 조정에서 개털리지만요.

신유한은 일본의 유녀, 남창 풍습도 대단히 신기해하더군요. 특히 남창에 대해 시까지 짓고 있었습니다(....) 놀라워하는 신유한에게 아베노모리 호슈가 웃으면서 "학사께서는 그 즐거움을 모르시는군요"라고 하는 장면도 웃겼습니다(........)

신유한이 만난 관백은 도쿠가와 요시무네. 넵.... [오오쿠] 1권에 나오는 그 쇼군입니다(...) 묘사가 퍽 비슷한 점이 있는 것도 유쾌하더군요.

18세기 초 에도까지 조선 선비의 기분으로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대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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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암흑관의 살인 1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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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신작입니다! 기이한 행적으로도 유명했던 천재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서양식 저택을 무대로 펼쳐지는 기묘한 분위기의 살인사건. 그 관 시리즈의 야심찬 2기를 표방하고 출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실 관 시리즈의 이전 작품(제가 본 것은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은 그다지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암흑관의 살인]은 부인인 오노 후유미의 영향을 받아선지 기괴함과 오싹오싹함이 아주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이죠... BL이 늘었습니다(웃음)

이번에는 상당히 뒤통수를 치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저는 스포일러를 이미 찾아보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런 충격적인 반전을 스포일러 찾아서 어쩔건데!!! 라고 외치지 말아주세요. 어쩔 수 없었어요ㅠㅠ 3권이 도서관에 들어오질 않아서 2권과 3권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었다구요ㅠㅠ

외부인인 주인공 츄아가 암흑관에 드리운 기괴한 그림자를 해소해주길 바랬지만... 무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츄야 자신도 어둠 속에 몸을 던지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희망은 가와미나미에게 달려 있습니다만, 가와미나미에게는 그 어둠을 걷어낼 카리스마가 없었고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숨막힐 만큼 기괴했지만 마지막의 여운이 정말 끝장이었습니다.

집안 사람이라는 의사는 누구였을까요?

피아노를 치던 이는 누구였을까요?

검은 옷을 입은 이는... ''였을까요?

''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저주를 받아들인 ''는.... 저주의 성취를 이루었을까요?

정말이지 오싹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우라도'라는 고유명사는 오노 후유미 원작인 만화 [고스트 헌트]에서도 나옵니다. 비교하는 것도 한 가지 즐거움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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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다 - 한국을 꿈꾸는 메이저리거들
민훈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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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예(이하생략)으로 읽게 된 책. 부제는 '민훈기 기자가 만난 KBO의 외국인 선수, 그들만의 코리안 드림'입니다.

추천사에서는 책 속에 언급되는 몇몇 선수들이 저자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어 인망이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내용 자체는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인생 역정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야구를 하게 된 계기부터 여러 거대 리그에 도전하는 모습, 한국에 오게 된 사연 등을 폭넓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무척 천편일률인 이야기 구조가 될 수 있음에도 각 선수들의 사연이 새롭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만큼 여러 선수들의 인생역정이 다이내믹한 데에 더해 저자의 필력 또한 좋은 덕이겠지요.

저도 한때는 야구를 즐긴 사람으로서,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 필요한 것은- 역사와 마찬가지로 내러티브라고 여깁니다. 부상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가 훌륭한 성취를 이루는 선수. 오랜 부진에 시달렸으나 기적적으로 우승하는 팀....(보고 있냐 롯데) 또한 역으로 도박, 음주운전 등 페어하고 감동적인 스포츠라는 스토리를 침해하는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도 팬도 배격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스토리를 전달하기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원수(줄임) 학생도 다른 책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다고 평하더군요.

가르시아, 클락 등 제가 한창 야구 달릴 때 좋아하던 선수들을 지면으로나마 만나 훈훈하고도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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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위의 세 남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4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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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이름은 [보트 위의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월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로 알게 된 책입니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빅토리아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유쾌한 SF작품으로, 이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오마쥬했지요. 실제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형식과 개그를 많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이너 버전이랄까요.

[보트 위의 세 남자]는 빅토리아 시대에 출간된 코믹 소설입니다. 주인공 J.(저자 본인이겠죠)와 술 좋아하는 해리스, 둔탱이 조지, 그리고 장난이 지나친 폭스테리어 몽모렌시가 템즈 강을 따라 보트 여행을 하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단지 여행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으르고 얼빠진 세 남자가 보트 여행을 하면서 겪는 갖은 고난과 시련을 풍부하게 망라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라고 하면 만화 [엠마] 같은 작품의 배경으로, 실로 로맨틱한 시대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러나 정작 빅토리아 시대 한가운데를 사는 J.와 해리스와 조지와 몽모렌시의 여행에는 로맨틱의 파편조차 섞여 있지 않습니다. 또 J.가 들었거나 회상하는 형식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고즈넉한 묘지라든가 보트 놀이, 산책, 낚시, 사진, 수영 같은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주워섬기고 있는데- J.가 아는 이런 일들에는 로맨스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이에요. 불운이라든가 사람들의 멍청함이라든가 시궁창같은 현실이 섞여서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워집니다. 솔직히 이 작품, 가능하다면 [엠마]의 작가 모리 카오루 씨에게 꼭 읽혀주고 싶더군요(...) 벌써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빅토리아 시대는 반드시 로맨틱하고 청교도적이고 우아한 시대가 아니라, 이런 바보같은 개그를 즐기는 면도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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