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로마의 역사 - 전설 같은 건국에서 장엄한 몰락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초강대국의 이야기
사이먼 베이커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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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라고 하면 역사라는 장르에서 엄청난 메이저입니다만, 흥미를 갖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요. 제국이라는 이름이 뭔가 멋져-!!라든가, 어떤 유명한 로마 역사 교양서를 읽었다든가.... 저의 경우에는 [쿠오 바디스]가 원인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묘사된 호화찬란한 로마 귀족의 생활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이지요. 그러나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로마 상류층의 생활에 대비되는 도시 빈민들의 생활은 어떨까에 생각이 미치고, 기타등등 블라블라.... 딱히 읽을 거리가 없으면 로마사 서가를 배회하며 적당히 아무 거나 찾아 읽는 버릇이 들었지요. 로마 역사 센세이셔널해서 짱 재미있슘다.

그러던 차에 신간 서가에서 발견하게 된 이 책. 역덕후 득시글거리기로 유명한 영국 BBC에서 제작한 고대 로마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해서 쓰여진 책입니다. 지금까지 로마사 책을 몇 권 읽었지만 대체로 흥미거리로 읽은 것들이고 남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없었는데... 이 책만은 꼭 추천해야겠다! 싶어서요.

이 책은 로마사에 있어 중대한 여섯 가지 사건을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다루고 있습니다.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고, 고대사의 종착역이자 중세사의 출발점으로 만든 원동력이 무엇이며, 로마사의 중요한 고비고비마다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달까요.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그렇게 사건을 서술하면서 단지 사실을 줄줄 늘어놓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풍부한 사료를 써서 그들 역사의 주인공들이 생동하는 꽉 짜인 하나의 이야기로 바꿔놓았지요. 재미있으면서도 소설 같은 묘사에 그치는 것은 결코 아니고, 분명한 근거와 사료에 기반을 둔 명쾌한 문체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메리 비어드가 쓴 서문에서부터 빵 터졌습니다(...)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연극, 영화작품이 로마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로마사가 현대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재미있게 풀어낸 서문만 봐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개혁이었습니다.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의 혈연을 가지고 대 그라쿠스라는 부친을 가진 명망 높은 가문인 그가 어째서 평민의 권리와 생활의 보장에 인생을, 결국 그 목숨까지도 던지게 되었는지.... 이 책은 그 과정을 어지간한 소설보다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사건 중심이다 보니 사건 밖에 있는 것들은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인상이 있달까요... 군인 황제 시대나 코모두스 이야기 같은 건 별로 흥미 없지만, 가이우스 그라쿠스 이야기는 좀 더 자세히 쓰여져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만약 그랬다면... 아니,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만두도록 하지요ㅠㅠ

로마인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존엄. 로마인이기에 가져야만 하는 자유. 로마는 이것들을 위해, 혹은 이것들에 의해 후세에까지도 제국이라 칭송받는 세계를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둘이 있었기에 로마는 멸망의 길로, 역사의 뒤안으로 내몰리기도 했다는 기분이 듭니다.

나를, 우리를, 사회를, 국가를 지탱한다고 여겨지는 것들. 그것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필요하면 필요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죠.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번은 자신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것이 왜 당연한 것인지, 어째서 필요한 것인지..... 모처럼 로마가 자신의 흥망성쇠를 역사에 남겨주었으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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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타미르 강 1
차드라발 로도이담바 지음, 유원수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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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도서관 인문학 서가는 국가별로 책이 분류되어 있지요. 그 중에서도 서가는커녕 칸 하나도 제대로 못 차지할 것 같은 몽골 문학 서가. 그 중에서 두툼한 하드커버가 상하권으로 들어왔기에 잽싸게 겟했습니다. 바로 [맑은 티마르 강]입니다.

[맑은 티마르 강]은 20세기 초 몽골의 실상을, 그야말로 몽골의 건아라 할 만한 에르덴과 투무르 두 형제와 그 주위 사람의 삶의 곡절을 통해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권세 있는 사람에게 저항하다가 고초만 실컷 겪고 비참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다가 부자인 이르겔트에게 의탁하는 에르덴의 가족. 부호와 영주에게서 말을 훔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맹세한 투무르. 에르덴은 자신이 먹고 살게 해준 이르겔트에게 충심을 바치지만, 이르겔트는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인 인간이라 에르덴의 아름다운 아내 돌고르를 능욕하지요. 에르덴의 아들 바트는 이르겔트의 아들과 절에 공부하러 가지만, 승왕이 지배하는 몽골의 라마교는 바트의 눈에 갖은 타락상을 보여줄 따름입니다. 투무르는 의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중 강제로 이르겔트의 정부가 되었던 돌징과 만나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있는 투무르에게 평화로운 삶은 요원할 뿐....

이 작품은 몽골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 혁명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주권을 되찾고 평화로운 시절을 맞을 때까지를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와 러시아는 옳고 라마교와 부자는 나쁘다, 하는 단순 논리는 아닙니다. 라마교 승려 중에도 덕 높은 승려가 있고(무려 승왕의 사주로 암살당하지만=ㅁ=) 협동 목장을 강요하는 사회주의자 간부 중에도 권력의 단맛에 취해 전횡하는 인물도 있지요. 물론 선악이 살짝 편중되어 있는 점은 어쩔 도리 없습니다만....

그 무엇보다 작가가 사랑과 힘을 담아 그리고 있는 것은 타미르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한 정이 아닐까요. 기회만 있으면 노래를 부르고, 몽골 초원의 강렬한 색채처럼 열정적인 마음으로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진솔한 필치로 그리는 [맑은 티마르 강]은 소위 현대적인 감수성이라 일컬어지는 문체와는 다른 의미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딱 한 가지 사소한 불만은... 읽으면서 내내 이르겔트 십숑키가 똥망하길 바랬는데 생각보다 똥망하지 않았다는 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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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케 이야기 1 대산세계문학총서 54
오찬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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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케 이야기는 헤이안 시대 말기 무사 정권이 대두하면서 벌어지는 정권다툼 결과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질 때까지의 사건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보이지만, 일본 문화에서는 굉장히 인상깊게 여겨진 것 같습니다. 이 시대 활약한 미나모토노 쿠로 요시츠네는 지금도 일본의 게임이나 만화 등에서 출연하고 있지요. 주로 박복한 영웅이라는 인상이지만.

저자가 없는 이유는, 이 이야기를 세간에 전파한 사람들이 눈 먼 비파 법사라 하여 법사의 모습을 하고 저자에서 이야기를 낭송하는 계층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읽으면서 다소 놀란 점은 다이라 씨의 전횡에 의해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미나모토 씨가 막부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이라 씨가 그리 나쁘게 그려져 있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악역이 미나모토 씨(...) 다이라 쪽의 무사들은 대개 무사도를 알고 귀족적이며 풍류 있고 우수어리게 그려지는 데 반해 미나모토의 무사들은 권모술수와 협잡에 능하고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황금 패턴은 대강 이렇습니다.

1. 다이라 무사가 미모와 무예를 뽐내며 미나모토 무사를 처바름

2. 다이라 무사가 미나모토의 무사가 너무 젋거나, 하여간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어 죽이지 않고 풀어줌

3. 다이라 무사의 고고한 모습에 감탄한 미나모토의 무사는 '저 훌륭한 무사의 목을 내가 가져야겠다'라고 마음먹음

4. 뒤치기

......무사도... 무사도는 어디? 아니 가마쿠라 시대의 무사도와 에도 시대의 무사도는 다르기도 하겠지만....

이런 장면이 한 번만 나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전반적으로 꽤 자주 보입니다. 이런 꼴을 보고 나니 미나모토 씨도 고작 3대에 가서 끝나고 이후 호죠 씨가 정권을 잡게 된 것도 나름대로 납득하고 말았달까요...=ㅅ=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장면은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마쿠라 막부 1대 쇼군이죠)가 가지고 있던 명마 이케즈키에 얽힌 이야기였습니다. 이 명마 이케즈키란 놈은 검은 빛이 도는 구렁말인데, 말이든 사람이든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물어뜯어 '날 것을 먹기 좋아한다'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명마?) 이것을 요리토모의 부하 가지와라가 탐내어 달라고 졸랐더니 이건 자기가 타는 말이라면서 못지 않은 명마 스루스미를 내려줬다나요. 그런데 요리토모가 무슨 변덕이 들었는지 사사키라는 또 다른 무사에게 이케즈키를 대뜸 내주고 말았답니다. 교토로 상경하는 길에 이케즈키의 모습을 본 가지와라는 '우왕ㅋ 내가 그렇게나 조르고도 받지 못한 이케즈키를 사사키에게 내주다니ㅋ 저 놈을 죽이고 나도 죽겠어!'라는 얄딱스러운 마음으로 사사키에게 다가갔답니다. 그러자 사사키는 심상찮은 낌새를 눈치채고 '실은 이케즈키가 하도 타고 싶어서 주군의 마구간을 털어서 쌔벼왔음둥ㅋ'하고 대답. 그러자 가지와라는 껄껄 웃고 화를 풀고 돌아갔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될 리가 있나!!!

가마쿠라의 무사도는 참 아리까리하군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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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중학생을 위한 한국사 교과서 전쟁으로 보는 역사 시리즈
이광희 지음 / 스마트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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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이지만 이 책으로 다섯 번째 독서 일기를 끝마쳤습니다. 1년에 100권씩 쓰기 챌린지인데 저도 늙고 병들어서(응?) 이제는 좀처럼 완수하기 어렵네요.....

이 책의 부제는 '중학생을 위한 역사 교과서'로, 오랫동안 초학자들에게 쉽게 권할 만하고 그리하여 역사를 좋아하는 마음을 눈뜨게 할 만한 책을 찾던 저에게는 환영할 만한 물건입니다.

그런 한편 정말로 중학생 수준의 내용구성이나 사료 선정으로만 이루어진 책은 아니에요. 고조선과 한의 전쟁을 다루면서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하지 않나. 삼국 시대에 이르러서는 광개토대왕릉비나 임나일본부설을 언급합니다. 초학이라기에는 조금.. 선행학습 필요한 거 아닌가요??!! 뭐 수준 높은 과제를 내면 그만큼 초학자들도 따라가기도 한다지만서도....

지도와 유물, 사진이 충실한 점도 호감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왕의 초상화나 동상 등, 후대에 만들어진 이미지의 출처도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지만요. 중학생은 아직 얼토당토 않은 것도 믿어버릴 나이니(편견입니까?) 교차검증은 착실히 익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만 스토리텔링이나 사료 출전 등은 천편일률이라 저 같은 역사 덕후에게 감명을 줄 만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요구할 책은 아니지만서도....

서술이나 묘사는 좀 참신한 부분도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몽진한 일을 두고 '골대를 들고 달아났다'거나 임진왜란 후 대후금정책을 결정해야 할 광해군의 입장을 '어려운 숙제를 받았다'라고 빗댄다거나. 중학생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사기에는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네요.

....으~~~음 그치만 늙은 역덕후인 저로선 빡센 책이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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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1 - 큰 숲 속의 작은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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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ABE 동화 전집에 [큰 숲 작은 집],[초원의 집],[우리 읍내]의 세 권을 통해서 접하게 된 연작입니다. 이 세 권은 천신만고로 입수하여 닳아버릴 정도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하지만 전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 차에, 중학교 때 반 친구의 집에 있는 걸 빌려 읽었습니다. 진초록색에 금박 글씨의 근사한 하드커버 표지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네요.

그 후로 오랫동안 헌책방을 전전하며 전집을 입수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모두 헛고생. 어떻게든 구해서 손에 넣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찰나(여차하면 도서관에서 절도까지 감행할까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넵, 그정도...) 다행히 비룡소에서 새롭게 출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습지요...

왜 만감이냐 하면 기쁘기도 하고 (절도죄를 모면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지만, 동서문화사 판 번역의 고풍스러운 문체에 익숙해져 있던 터에 새로 번역된 현대적인 문체로 읽으면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해서였지요.

이번에 새로 나온 것도 도서관에 들어와서 읽어보니 확실히 어색한 점이 없진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는 데다 [우리 읍내] 편에 이르면 동서문화사 판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된 부분까지 실려있어서 오히려 이득이었습니다. 미국 역사 부분이랑 단어 알아맞추기 게임. 동서문화사에서는 이걸 읽을 어린 소녀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을까요?=ㅁ=

[초원의 집] 시리즈는 소위 말하는 프론티어 시대의 미국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이미지가 나빠진 지금에선 프론티어 정신의 빛나는 이상따위 농담거리에 불과하지만요. 그러나 이 작품에서 로러가 보고 듣고 겪었던 것과 같이, 가혹한 자연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굴의 정신, 자유의 의미는 언제 어느 시대이든간에 마음에 새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작품의 주인공 로러 잉걸스는 열 다섯 살에 교사가 됩니다. 게다가 전공은 역사(....) 교생실습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2년 무렵까지 교직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무렵, '그래도 교사가 되어야겠다'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로러 덕분이었습니다. 저나 로러나 성격 면에서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거 같지 않았거든요(....)

물론 그 후 샘 와인버그 씨가 하얀책을 안고 강림하여 계시를 내려주셨지만요(....)

어쨌든 여건이 된다면 언제라도 단박에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그리고 이 책은 반드시 손에 넣을 가치가 있는 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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