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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타미르 강 1
차드라발 로도이담바 지음, 유원수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개 도서관 인문학 서가는 국가별로 책이 분류되어 있지요. 그 중에서도 서가는커녕 칸 하나도 제대로 못 차지할 것 같은 몽골 문학 서가. 그 중에서 두툼한 하드커버가 상하권으로 들어왔기에 잽싸게 겟했습니다. 바로 [맑은 티마르 강]입니다.
[맑은 티마르 강]은 20세기 초 몽골의 실상을, 그야말로 몽골의 건아라 할 만한 에르덴과 투무르 두 형제와 그 주위 사람의 삶의 곡절을 통해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권세 있는 사람에게 저항하다가 고초만 실컷 겪고 비참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다가 부자인 이르겔트에게 의탁하는 에르덴의 가족. 부호와 영주에게서 말을 훔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맹세한 투무르. 에르덴은 자신이 먹고 살게 해준 이르겔트에게 충심을 바치지만, 이르겔트는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인 인간이라 에르덴의 아름다운 아내 돌고르를 능욕하지요. 에르덴의 아들 바트는 이르겔트의 아들과 절에 공부하러 가지만, 승왕이 지배하는 몽골의 라마교는 바트의 눈에 갖은 타락상을 보여줄 따름입니다. 투무르는 의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중 강제로 이르겔트의 정부가 되었던 돌징과 만나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지만,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있는 투무르에게 평화로운 삶은 요원할 뿐....
이 작품은 몽골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 혁명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주권을 되찾고 평화로운 시절을 맞을 때까지를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와 러시아는 옳고 라마교와 부자는 나쁘다, 하는 단순 논리는 아닙니다. 라마교 승려 중에도 덕 높은 승려가 있고(무려 승왕의 사주로 암살당하지만=ㅁ=) 협동 목장을 강요하는 사회주의자 간부 중에도 권력의 단맛에 취해 전횡하는 인물도 있지요. 물론 선악이 살짝 편중되어 있는 점은 어쩔 도리 없습니다만....
그 무엇보다 작가가 사랑과 힘을 담아 그리고 있는 것은 타미르 강가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한 정이 아닐까요. 기회만 있으면 노래를 부르고, 몽골 초원의 강렬한 색채처럼 열정적인 마음으로 감정을 나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진솔한 필치로 그리는 [맑은 티마르 강]은 소위 현대적인 감수성이라 일컬어지는 문체와는 다른 의미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딱 한 가지 사소한 불만은... 읽으면서 내내 이르겔트 십숑키가 똥망하길 바랬는데 생각보다 똥망하지 않았다는 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