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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 / 중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초등학교인지 중학교 무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수업인지는 모르겠는데 매주 비디오를 보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어린이용의 영어 애니메이션(디즈니=ㅁ=/)이나 어린이용 영화를 틀어주었습니다만, 여기서 선택한 사람의 교육관을 재고케 하는 작품을 틀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얼라이브]. 1972년 우루과이 대학의 럭비팀이 탑승한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여, 생존자들이 인육을 먹으면서 살아남아 구조를 받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지요.
....초딩들에게 이런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결정한 은사님은 대체 누구셨는지=ㅁ=)> 기억이 안 나서 오히려 다행일는지도요=ㅁ=)>
작품 자체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였습니다만, 초딩쪼렙이었던 진냥은 다른 의미에서도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극한에 몰리면 같은 인간, 가까운 혈육의 살을 씹기까지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 사람은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과연 사람을 그렇게까지 몰아넣는 극한 상황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나도 똑같이 극한에 몰리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까?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극한 상황'이라는 테마는 저의 관심사에서 대략 순위권을 차지하게 되어, 극지 탐험에 대한 책을 탐독하는 계기가 되었고... [바다 한가운데서]라는 책을 손에 잡게 된 이유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지금까지 탐독했던 어떤 탐험 이야기, 극지 이야기보다도 독자인 저의 바램에 부합한 책이 되어주었습니다. 기아에 대한 여러 실험과 실제 기록을 토대로 기아와 물 부족이 사람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을 치밀하게 묘사해놓았으니까요.
더군다나 뭔가 악의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게..=ㅁ=)/
이 책의 내용은 1820년 낸터킷을 중심으로 포경업이 한창 활발하던 무렵, 포경선 에식스 호가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고 난파하여 승무원 20명이 망망대해를 80여일 간 표류한 실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헌데 시종일관 저자의 딴지 정신이 빛나고 있죠. 포경선 승무원들의 열악한 환경, 인종 차별, 원주민의 식인 편견.... 당시 부를 창출하는 사업 중 하나였던 포경업의 실체와, 흑인 자유를 보장한다고 여겨졌던 낸터킷 문화 저변의 은근하고도 절대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비유... 저자가 그린피스라서 포경업에 대한 모종의 악의로 널름널름 불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정도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참으로 황폐한 내용이었지만 그 질만큼은 뛰어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는 것입니다=ㅁ=/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에식스 호의 승무원들이 에식스 호를 공격한 고래를 보고 느낀 것이었습니다.
고래는 바다 생물 중에서 비교적..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면에서 온순한 생물에 속하고, 해파리에 쏘여서! 라든가 상어한테 잡아먹혔다! 라는 사인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고래가 죽였다! 라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수면에 떠서 포경선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접근해 포경선을 들이받는 향유고래라니.
책에서는 물론 고래의 그 행동에 대해 동물행동학적인 면에서 납득할 만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저로서는 포경선 선원들까지도 느꼈던 '이상한 주시'가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포경선 선원이 고래에게 가지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위해 당연히 죽어줘야 할 말 못하는 동물이...
만약 그에 대해 미움과 복수심을 가지고, 단호한 의지로 복수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간으로서는 좀 무서운 전망이 아닌가 하고 여겨집니다=ㅁ=/
결론은 러브 & 피스. 그리고 편견은 가지지 않는 편이 좋다라는 것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