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디트 - 의적의 역사
에릭 홉스봄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서가에서 책을 고를 때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요.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 흥미를 느끼는 제목이 제일이겠습니다만 그것도 없다면 과연 어떻게 책을 고르는가... 역시 척 하고 봐서 팍 하고 오는 필링!!! 이겠습니다만...

저는 주로 하드커버에 필이 옵니다. 그리고 표지가 단순할 것. 앞표지건 뒤표지건 뭐라 나불나불 써 있는 건 딱 질색임다. 책이란 자고로 내용으로 승부하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감상한 것이 이 책, [밴디트]. 붉은 하드커버에 까만 글씨로 BANDITS라고 박혀 있는 것이 멋들어졌드랬죠. ...뒤에 안 일이지만 도서관에서는 표지 껍데기를 벗겨서 소장하기 때문에... 표지 껍데기 있는 상태로 비치되어 있었다면 안 빌렸을지도 모른다는 비화가..(...)

어쨌거나 중요한 내용으로 들어가서.

제목 그대로 산적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만, 그 요점은 '의적'으로서의 산적입니다. 로빈 후드, 홍길동, 양산박... 문화권을 불문하고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의적'이라는 모티브가 과연 허구일 뿐인가, 민중은 왜 의적을 갈망하는가를 의적의 일화와 실제 인물을 비교하면서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산적의 폭력성 같은 것도 한 챕터를 할애하여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 균형 면에서도 문제 없다고나 할까요.

또 옛날 이야기나 민요에서만 있을 법한 의적 같은 인물이 정말로 있다는 데에도 놀랐습니다. 의적과는 조금 다르지만 프란시스코 사바테 요파르트.... 개인적으로 아나키즘은 부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만 이 인물의 일화를 알게 되자 시각이 조금 바뀌려는 판입니다. 우선 아나키즘 서적부터 읽자(....)

민중들이 의적을 동경하고, 산적들이 의적을 흉내내는 이유는, 사실 단순한 것입니다. 책에서 표현한 그대로이지요.

사람은 정의가 없어도 살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희망이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은 마땅히 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타인을 계도하고 다스린다고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조차 정말로 정의를 신봉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죠.

하지만 이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는 그 불타는 희망으로,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 책이 전하는 그 메세지가 묘하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사람은 정의가 없어도 살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희망이 없이는 살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