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배와 항해 이야기 역사 명저 시리즈 4
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훈 옮김 / 가람기획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졸업도 했고 다시 평화로운 생활(거짓말)로 돌아왔으니.... 다시 성실한 블로거로 되태어나자는 취지에서 포스팅 개시하겠습니다앗-

[고대의 여행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흥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가 쓴 또 다른 책이로군요. 진냥은 어쨌든 고대의 어쩌구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기 때문에(이제와 설명할 필요 없나...) 책을 보자마자 덥썩 해버렸습니다.

뜻밖에도 처음에는 무진장 지루했습니다만...=ㅁ= 용골의 발전양상이라느니 장부와 장부구멍이니 하는 조선술 이야기는 문외한이라서 읽기가 괴로워요.... 하지만 화제가 수중발굴이며 해전으로 가면 굉장히 재미있어집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전함 트라이림과, 그것을 복원한 학자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더군요. 3단선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헌을 참고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실제로 한 척의 배를 복원해낸 학자들의 오타쿠心노력은 정말이지 고개가 숙여집니다.

책의 두께에 비해 재미와 흥미도가 월등히 높았던 책입니다만...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는 없었던 게....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한 것을 동네 도서관에서 무심코 반납해버려서 말이지요...=ㅅ=

물론 권수가 안 맞는 것을 바로 알아채어 도서관 사서에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만, 다른 도서관 책이 섞여들어올 리는 없다는 완강한 반응. 하는 수 없이 일단 재대출을 하고 책이 있을 법한 곳을 다 뒤졌습니다만 행방이 묘연. 슬슬 체념하고 돈으로 물어줘야 하나.. 하고 생각했었더랬습니다만, 며칠 뒤에 문제의 동네 도서관에 가니까 사서 책상 위에 당당하게 놓여있더군요.

....몇 마디... 아니 꽤 여러 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만 참았습니다. 아옳옳.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 - 제국 전성기
제롬 카르코피노 지음, 류재화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예고했던 대로 오늘의 독서일기는 존경스럽기 그지없는 '우물이 있는 집' 출판사의 일상생활 시리즈. 이번에 방문하는 곳은 고대 로마입니다(무슨 여행사 광고 멘트). 책 자체는 오래 전에 나온 모양이지만, 지금 읽어도 뒤떨어짐이 없는 능란한 문체와 충실한 고증이 멋지군요. 물론 비전공자인 진냥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먼 눈)

개인적으로 난해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고증이 치밀한 것은 좋은데 공간적 감각이 떨어지는 진냥으로서는 '현재 남아있는 유적으로 보건대 길이는 몇 미터고 너비는 몇 미터니 나불나불'하는 서술을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실감이 들지 않습니다. 진냥으로서는 역시 문헌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ㅜㅜ

그런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난처한 것이, 간혹 인용하는 작품이나 설명하는 인물에 대해서 주석을 달지 않거나 단다고 해도 간결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대 로마에 대해 학구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가 읽을 것이라 전제하는 모양입니다=ㅁ= 심지어 논문과 학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당시 연구 경향을 뭐라뭐라 서술해놓는데,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지극히 초보적인 교양의 독자로서는 저 하늘의 안드로메다 성운 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일 뿐인 것입니다ㅜㅜ

그런 점에서는 앞서 읽었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 쪽이 이 책보다는 좀 더 일반 독자 성향에 맞는 작품일 것 같더군요.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두 책 모두 비등비등합니다만 문제는 접근도라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또 재미있는 것이, 그렇게 심오하게 나가면서도 저자의 문체는 상당히 박력이 있다는 겁니다. 뭐랄까, 감정적이라고나 할까요? 격렬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대 로마의 현실을 폭로합니다. 처음에 진냥은 프랑스 사람이라서 그런가 했으나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을 지은 저자도 프랑스인이었습니다. 미스터리, 미스터리.

이런 폭넓은 지식과 호소력 있는 문체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고대 로마에 대한 환상을 타파해나갑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고대 로마에 대해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생각이라면 번영과 문명의 중심지이며, 꿈과 같은 이상의 도시라는 관념이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집집마다 수도가 들어온다던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렴풋한 환상에 대해 날카롭게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노예의 유입과 그 처우, 더럽고 무질서한 거리, 배금주의와 무도덕, 허황된 장광설을 일삼는 연설가만 배출하는 로마의 교육 같은 것들을 말이지요. 로마는 자신이 자초한 모든 것에 의해서 천천히 질식되어 멸망했다-라고. 많은 학자들은 거인과도 같은 로마의 멸망이 서구 역사에서는 다시없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책은 그것이 당연한 인과관계에서 일어난 일임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는 더욱 호오가 갈릴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한 글은 나름의 논지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린애 억지같은 논지라면 곤란하지만요. 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이래저래 수 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이전과 생각을 달리 한 사안도 많지만, 대학교 면접 때에 대답한 그 생각만큼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역사가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역사다. 객관적인 사실만 서술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사실史實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 가지, 몇 번이나 부언하는 것이 있습니다. 당대 로마의 그 모든 악덕- 배금주의, 해체되어가는 가정, 무도덕과 신에 대한 조소-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교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요. 중세와 르네상스에 걸쳐 굉장한 타락의 역사를 남긴 종교이니만큼 아직도 그에 대해 꺼림직한 눈으로 보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최소한, 고대 로마라는 세계에 있어 그리스도교는 더할 나위없이 적요한 해독제였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단언하는가 싶은 분들은 어서 책을 읽으러 도서관으로 GoGo!(웃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산 창원 역사읽기
마산창원지역사연구회 엮음 / 불휘미디어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서가를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발견하고... 뿜은 제목입니다.

...아니 마산이 뭐가 잘났다고 대학 도서관에 향토사 책이....

이렇게 말하는 진냥도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살아온 마산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요.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초등학교 무렵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향토의 역사]라는 책을, 단지 할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탐독을 거듭하여, 마산의 향토지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아잇쿠 손이 미끄러지듯 대출해버리고 만 이 책. 상당히 불안감을 안고 페이지를 펼쳤습니다만... 의외로 흥미진진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헉 모교의 터가 일제 시대 신사 자리였다고라!?라든가, 혹은 그 유명한 가고파의 작사자인 이은상 선생이 상당히 논의가 분분할 행위를 했다든가, 댓거리와 어시장의 유래, 마산만 매립에 얽힌 이야기 등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서술되는 방식이 너무 치우치지 않고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연구되어야 할 문제이다'하는 식으로 완곡하게 묘사된 것이 참 좋더군요. 물론 뜨억스러운 기분으로 읽은 부분도 아주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만....

요전날 추석에 본가에 내려갔을 때, 아버지와 함께 해안도로를 산책했습니다. 제법 멀리 나왔을 때 부두에 푯말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푯말은 고 김주열 군의 사체가 떠올랐던 장소를 표시하는 푯말이었습니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에 대항하여 마산에서 일어났던 시위 중 이 김주열 군이 행방불명되었고, 한 달 남짓이 지난 4월 10일 바로 그곳에서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시 한 번 시위의 불길이 당겨져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하는 데에 이르는 것이었지요.

이 책은 그 푯말이 담은 역사의 한 자락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생하게.

이렇게 향토사를 즐기고 있노라면, 역사의 큰 줄기가 이곳까지 이어지고 이 작은 샘에서 시작한 흐름이 시대의 흐름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감탄합니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실감하게 됩니다.

과거에서 이어져내려온 역사가 지금 개개인의 현재를 만들고, 오늘 이 순간 인류 개개인이 한 일이 역사를 만든다는 사실을.

역사를 안다는 것,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이만큼 가치있는 일도 드물고- 또 의외로 그렇게까지 거창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로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서사의 서막 -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관심도 없는 분야의 책으로 고통받다가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감개무량!(근데 무관심 분야 책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ㅅ=)

프랑스 혁명사를 다룬 책이야 많고 많... 은 정도를 넘어서서 트럭으로 실어야 할 정도겠지만(....) 작정하고 통독한 책은 없는 듯하네요. 그런 가운데 다른 SNS 서비스에서 이 시리즈를 칭찬하기에 한 번 작정하고 달려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나저나 저자 이름이 낯익? 낯설...?었는데 말이죠... [대항해 시대]를 쓴 주경철 교수라든가....

약력을 보니 다른 분으로 한국교원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라고요. 허어, 동종업계 분이셨군요....

게다가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흥미로운 책을 쓰기도 하고 번역도 하셨더란. 이 저자 책도 지긋이 달리지 않으면~~~

헌데 서문부터 급발진. 2015년 대한민국에서 프랑스 혁명을 배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대뜸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5.16 군사정변도 혁명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목에 세운 핏대가 보이는 듯합니다. 일본을 느닷없이 때리질 않나!

바스티유 감옥 수비군 지휘관이었던 르네의 비참한 죽음과 혁명을 무한 긍정하는 빅토르 위고의 시. 이 선명한 대비는 프랑스 혁명을 바라보는 기존의 여러 시각- 부르주아 혁명일 뿐이라고 꼬집는다든지, 야만으로 추락한 광기의 향연(오브라이언-머투린 시리즈의 스티븐 머투린이 이런 관점입니다. 아마도 작가의 관점이겠죠?)이라든지. 인권의 개념을 낳은 인류의 지평이라든지-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을 기르라는 저자의 조언 같네요.

이 책의 제1부는 앙시앵 레짐을 분석합니다. 여태까지는 앙시앵 레짐이 프랑스 혁명의 원인으로 두말할 나위 없을 듯이 여겨졌으나 저자는 아래와 같이 질문하며 이 또한 재고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다양한 관점에서 앙시앵 레짐을 다시 보네요.

제2부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논하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들의 비극적인 생애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고등법원과의 대립, 루이 15세 시기의 반왕권활동, 두 사람에게 아들이 없을 경우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가질 동생들인 프로방스 백작과 아르투아 백작의 행보도 언급하는군요.

제3부야말로 루이 16세의 즉위에서부터 전국신분회 개최. 오프닝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네요!

이 시기 민중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바탕도 면밀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 개요서... 이 시기 모든 출판물은 당국에 의해 검열되었지만 단 하나 예외가 이것. 변호인이 제출하는 이것은 정치적인 재판에서는 몇 백 부나 인쇄되어 팔려가기도 하고, 또는 변호인 측이 일부러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되는 여론의 힘이야말로 루이 16세가 간과했던 무기였다나요.

그리고 전국신분회 대표 선거가 1789년 4월에 열리면서 여기에 참여한 이들이야말로 '시민'으로 정치화되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지요.

이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끈 인물... 대표로 선출된 인물 중 진짜 농민이자 유일한 농민, 렌의 미셸 제라르. 그래도 대표로 뽑힐 정도니 어느 정도 식자층이었을 테지만요. 전국신분회 당시 그야말로 농민 그 자체의 모습으로 예복도 없이 궁전에 들어선 그에게 루이 16세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면서 그의 존재는 일약 명성을 얻어 '제라르 영감'이라는 호칭으로 친숙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제라르 영감'은 다비드의 그 유명한 그림-역사 교과서에서도 허벌나게 실리는-에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딘지 두려워하는 듯 손을 모은 그가 혁명을 거치면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을까요...? 이 책은 이에 대해 답을 줄까요?

아! 힘내서 팍팍 읽지 않으면!

부록은 루이 16세의 대관식과 축성식을 묘사합니다. '옛 시대'를 묘사하는 데에 이보다 설득력 있는 소재는 없을 테지요.

...그나저나 대관식과 축성식에 쓰이는 7가지 보물이라니....

크킹이라면 보라색템

페그오라면 보구(그만해 이 오타쿠야)

오늘은 어제의 유일한 미래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랜드 투어 -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
설혜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 귀족의 생활](이것도 언젠가 백업본이...)에서 흥미롭게 여긴 그랜드 투어라는 개념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읽기로 한 책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글루스와 트위터에서 게임 전문 기자로 활동하시는 분이 대학 시절에 이 분의 강의를 매우 즐겁게 들으셨다고요. 리포트로 역사 소설(비유가 아닌 진짜로!)을 써서 내기도 했다니 과연 부러운 강의입니다...!!!

저자는 남동생도 박사로, 영락없는 학자 집안입니다. 그런데 모친께서 '네 책 너무 어려움' 드립을 시전하고, 부친과 남동생까지 동의했다나요. 그리하여 가족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지요. 그 책이 바로 이것!

1장은 그랜드 투어... 정확히는 학문 습득을 위한 여행의 역사를 다룹니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여행자는 헤로도토스. 나아가 로마 시대부터 그리스 고전에 등장하는 장소를 여행하는 관광이 유행하였답니다. 중세야 말할 나위 없이 성지 순례가 유행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산티아고의 조가비 같은 기념품, 패키지 순례 상품(....) 등이 등장했다나요. 나아가 중세 말~르네상스에 이르러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유산이 일약 주목받는 한편 17세기 이후 종교 갈등이 완화되고 각국이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데다 경제적 풍요가 이루어지면서 그랜드 투어의 밑바탕이 마련된 겁니다. 최초의 그랜드 투어 경험자는 필립 시드니!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시대 명문가 자제로 32세에 요절하였지만 그의 유고로 그랜드 투어의 안내 책자인 [유익한 가르침]이 출간되면서 동경을 한 몸에 모았다지요.

브루스 레드퍼드가 정의한 그랜드 투어는 영국의 젊은 남자 귀족 및 젠트리가 주체로 동행 교사를 두고 로마를 최종 목적지로 하여 2~3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여행입니다. 나중에는 가족, 불륜 여행도...=ㅁ=

이러한 여행은 선현의 가르침... 여행 안내서를 참고하여 계획을 짜고 실행했다고 합니다. 여행 필요 물품이라든가... 하지만 아무래도 귀족이 되놔서. 빌링턴 백작은 가방을 878개나 꾸려서 다녔다는걸요.... 또한 여행 루트 뿐만 아니라 배워야 할 것, 현지에서 해야 할 질문 리스트 등 정석적인 소개에서부터 자신의 관심, 타국인이나 자신의 혐성(....), 진실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바뀌어갔다고 하네요.

예전에 시공 디스커버리에서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과 문화를 소개한 [술레이만] 책자를 흥미롭게 읽은 바 있는데, 여기에서 인용된 오스만 제국의 하렘에 관한 사료를 남긴 영국의 여성 여행자 메리 몽태규도 이 책에서 언급됩니다! 상당히 기구한 삶을 살았더군요... 남편은 돈 버는 데에 열중해 그녀를 소홀히 대하고, 아들은 방탕에 빠지고 딸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 결국에는 그녀 자신도 사랑의 도피를 하고 맙니다. 두 번이나!... 두번째 상대는 이탈리아의 음악가 알가로티였는데 그는 프리드리히 2세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떠났다고요. ....엄청난!!! 막드!!!

그랜드 투어의 여행 경로는 도버에서 칼레, 그리고 파리를 거쳐 로마에 이르는 루트가 정석이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스위스니 나폴리니 네덜란드니 독일을 거쳐가는 코스는 여행자 본인의 재량이었다는 듯해요.

현재 읽기로 재미있었던 구절은 영국 여행객들이 파리의 요리가 맛없다고 떠드는 내용. 18세기 영국 요리는 고기의 비중이 커서 더 맛있게 느낀다나요. ....하아? 진짜로?(저자가 영국 요리의 악명을 넌지시 언급해서 웃겼습니다)

또한 그랜드 투어를 하면서 인맥을 넓히는 것 또한 상류계층의 소양... 하지만 너무나 사교에 열중해 교양을 키우는 본분을 잊어선 안된다고 아들을 꾸짖은 체스터필드 경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랜드 투어는 현대 박물관의 기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은 그랜드 투어리스트들이 교양을 키울 목적으로 만들었던 스투디올로(=호기심의 방? 귀중품을 모아두는 서재를 일컫는 용어) 트리부나에서 유래했다지요. 오죽했으면 영국의 샬럿 왕비는 이 방을 그려오라고 화가를 보내기도 했을 지경이었으니. 이러한 예술품을 이해하기 위해 예술가를 채용하기도 했는데 당대 예술가들이 정작 미술품에는 관심 없는 고용주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지요.

동행 교사와 하인들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로크와 홉스, 애덤 스미스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그랜드 투어의 동행교사로 뺑이를 치기도 했다니...! 하인 하녀가 말썽(임신이나 비밀 결혼 등)을 피워서 들볶이는 경우도 많았다는 모양이에요.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 로버투 무디라는 하인은 모시는 도련님을 출세시키고자 [고귀한 배너스티 메이너드의 여행]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드물었겠지만....

해외여행은 과연 자신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랜드 투어리스트 중에는 고국인 영국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기 위해 나간다거나, 나가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실컷 혐오하는 글을 남기는 등 아주 지랄염병을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외국물이 너무 들어서 오는 젊은이들을 영국에서는 마카로니라 부르면서 멸시하기도 했다니.....

이러한 그랜드 투어는 미국인이 참가하고, 기차와 증기선이 등장하여 여행이 대중화되며, 교양을 갖춘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루소 여행', '바이런 여행' 등 흥미 분야를 핀포인트로 다루는 테마 패키지 여행이 등장하면서 점차 쇠퇴합니다.

자기네 영역이 침범당하자 상류층은 남프랑스의 니스, 온천 도시인 바스, 해수욕장인 브라이턴에 건설된 로얄 파빌리온 등으로 향하지만... 이 모든 시설 또한 현대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요.

여행이 가져다주는 배움과 변화, 그리고 기쁨, 저자는 시종일관 그것을 따수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그랜드 투어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해외여행의 근대적 출발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전에 인간이 떠나왔던 길고 긴 여정을 투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는 그 발걸음을 계속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