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현대의 지성 94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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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미시사를 거론할 때 반드시라고 할 만큼 이름이 나오는 책입니다. 그래서 전부터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어째 역사 쪽 서가를 아무리 쏘다녀도 안 보이지 뭡니까. 나중에 찾아봤더니 어느샌가 4층 사회과학자료실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어째서!?

이 책은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 절대왕정의 빛이 찬란히 빛나면서도 근대 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기 직전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크와 로코코 하면 떠오르는 궁정의 화려한 생활을 다루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농민, 도시 브르주아, 경찰, 철학자, 책을 좋아하는 상인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여겨지기 힘든 사람들의 삶을 정말이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어려웠지만...(특히 백과전서파 디드로의 사상의 철학적 줄기를 파헤치는 부분은 거의 못 읽고 날려먹었죠=ㅁ=/) 다른 부분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교육학에서 온갖 학파에 영향을 끼친 루소의 저서를 애독했던 상인의 책 주문 목록을 다룬 부분은 실로 흥미진진했지요. 당대 루소의 교육관과 저작이 얼마나 사람들을 경도하게 만들었는지 볼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루소는 '신 엘로이즈'라는 연애소설도 썼는데, 그걸 읽고 정신줄 놓은 채 울어젖혔던 귀부인들의 일화를 읽고 있자면 우스워서..=ㅁ=/

6장 마지막에는 저자가 역사가의 작업에 대해서 논평한 글이 따르고 있습니다. 역사가에 대하여 저자가 인용한 Marc Bloch의 표현이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역사가는 전설 속의 식인귀를 닮았다. 인간 육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는 자신의 제물을 그곳에서 발견할 것임을 알고 있다.


좋은 역사가는 전설 속의 식인귀를 닮았다. 인간 육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는 자신의 제물을 그곳에서 발견할 것임을 알고 있다.

.....님하 자기를 굳이 식인귀라고 묘사하고 싶나여... 하긴 재미있는 역사 관련 서적을 찾아 서가를 헤맬 때, 제가 끌리는 역사 서적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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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탐미의 시대 유행의 발견, 개정증보판
이지은 지음 / 지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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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연예인 가쉽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역사적 가쉽은 퍽 좋아합니다. [왕의 정부]나 [파리의 여인들] 같은 것도 재미있게 읽었고....

두껍고도 뭔가 멋진 표지의 이 책도 그래서 대출했습니다.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라구! 그래서 나쁘냐!

하지만 이 책은 정확히는 오브제 아트를 통해서 본 프랑스 왕정의 역사입니다. 오브제 아트란 것은 가구라든가 접시라든가, 그런 과거의 미술품의 통칭이라는군요.

이 책의 포인트는 박물관에서 멋지다, 예쁘다 하면서 시큰둥한 감상을 던지는 고전 예술품이 전문가의 눈으로는, 그리고 역사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요. 유명한 루이 13세며 퐁파두르 부인이라든가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당대의 명품을 만든 가구 장인들도 등장합니다. 전문 용어가 꽤 많이 나오지만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여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쌩초보도 문제 없음.

하지만 뼛속까지 서민인 저로서는 불초한 궁둥이를 들이대기에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가구들은 너무 휘황찬란해보여서 실감이 안 나네요.... 하긴 저 앤틱 가구들을 이제와 써먹으려고 거금을 들여 사는 사람들은 없겠지만요.(서양골동양과자점 제외)

아무래도 오브제 아트를 만든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프랑스 혁명을 보고 있기 때문에, 혁명에 아주 질겁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재미있군요. 귀중한 가구들을 부숴버리거나 헐값에 팔아치우거나... 물론 서민 프롤레타리아인 저는 그걸 팔든 어찌하든 관심 없지만요=3=

내용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루이 14세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네 장의 초상화. 하얀 피부에 천사같이 예쁘장한 어린애가 느끼한 호색한으로 변하는 모양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쇼킹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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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지도로 본 도시의 역사
제러미 블랙 지음, 장상훈 옮김 / 산처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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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정말 읽고 싶었던 책과 같은 제목이라 흥미가 생겨 읽기로 했는데 말이죠....(그 책 감상은 복구 포스트에...)

고대 이래 '벌어지는 장소'로서의 도시를 여러 지도와 설명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례 연구라는 표제로 어떤 도시만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하고요. 다문 그 지도 자체만 설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도를 둘러싼 시대, 사회적인 측면도 서술합니다.

....좀 중구난방인 것 같기도 하지만요!

나름 1장은 고대, 2장은 중세 대항해시대, 3장은 18세기 제국주의 시대, 4장은 19세기 혁신의 시대, 5장은 20세기 세계화의 시대, 6장은 프린트에서 픽셀로- 미래 도시를 다루고 있지만 일관되게 흘러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지도의 비중이 너무 커서인가...

그래도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지도 제작자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시카고의 커뮤니티별 분포... 히스패닉이나 흑인 커뮤니티를 표시함은 아마도 당시 행정가들에게 예비 범죄 발생지역을 파악하고자 했음이겠지요. 마카오의 지도와 함께 중국이 민족주의를 휘둘러 서양이 중국에 만들어놓은 도시들은 nation(자치도시)의 지위와 다문화 정체성을 잃게 되었음을 꼬집는데요.... 그 '만들어놓은' 과정에서 침략이 있었음은 노코멘트인가요~?

최후로 실린 지도는 5세기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린 '신의 도시'라는 개념과 현대 도시를 비교하면서 인상적으로 마무리짓습니다. 이 책에서도 미래도시로서 송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 또한 놀랐네요.

도시는 꿈과 희망의 장소이자, 비전과 질서의 장소이며, 또한 파괴와 갈등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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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역사
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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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제목이지만 어디까지느 프랑스 근현대에 한정되어 있는 카페 이야기. 더군다나 역사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례별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커피가 최초로 발명된 이슬람 문명권의, 물담배 향기가 피어오르는 매혹적인 실내에 대해 묘사한 거라면 좋겠다고 실컷 김치국을 들이마셨기 때문에... 내용을 보고 조금 실망했습니다. 흑흑 기대한 제가 나쁜 거겠죠.OTL

대개 프랑스의 카페라고 하면 기라성같은 예술인들이 꿈을 키운 장소-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요. 헌데 이 책에서는 물론 그런 영감의 요람으로서의 카페도 등장하지만, 정치의 장으로서의 카페, 시골의 카페, 타락과 음주의 카페 등, 다양한 모습의 카페를 조명해줍니다.

당대 유명 예술가들의 묘사를 통해 그 무렵 카페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것도 재미있지만, 실제로 현재 프랑스에 남아있는 남아있는 옛날풍의 카페를 찾아가서 찍은 사진도 실려 있는 것이 멋지네요.

또 압생트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어째 저에게 압생트라고 하는 술은 추리소설에서 많이 접한 소재인데=ㅁ= 이게 알콜도수 70도에 달하는 독주였을 줄은OTL 게다가 중독증상도 일으킨다고 하니, 추리소설의 느와~르한 분위기를 풍기는 압생트의 이미지는 이걸로 저하늘의 별이=ㅁ=/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 책은 현대에 이르러 변해가는 카페의 모습을 쓸쓸한 듯이 묘사하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어딘지 젊은 시절의 추억과도 같은 카페-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억일 따름으로, 결국에는 사라져버릴 뿐인 걸까요.

고등학교 동창들이 약속이라도 한 양 모였던 케익 카페 코아. 동아리에서 늘상 드나들었던 보드 게임 카페.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추억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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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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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을 달리는 한국 근대(대충 1930년대) 경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소설식으로 구성한 책입니다.

워낙에 센세이셔널한 사건들 뿐이라 일반화는 시키기 뭣하지마는, 근대 식민지 조선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인 순사가 살해당한 사건에서 용의자들이 얼마나 들볶이는지, 용의자가 일본인 주부일 때 얼마나 재판이 날림으로 진행되는지 등등. 그밖에 근대의 물을 먹었다고 하는 모던 인사들이 벌이는 추태도 참..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ㅅ=)>

하지만 저는 조선 귀족이 언급된 사건이 가장 흥미롭더군요. 조선 시대 귀족이란 개념은 없었죠? 즉 조선 귀족이란 것은 한일합방 이후 일본에게 공로(무슨 공로인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ㅁ=)를 인정받아 작위를 수여받은 인사들을 말합니다. 요샛말로 하면 매국노들이려나.

제일 쇼킹했던 사건은 채무왕 윤택영. 무려... 순종의 장인입니다=ㅅ= 합방 전에는 딸과 사위한테 돈 달라고 사정하고, 합방 후에는 총독부에 가서 돈 달라고 애걸했던, 실로 세기초 인간말종이랄까.... 결국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순종 장례식에 귀국, 빚쟁이들에게 쫓겨서 졸곡도 못 치르고 또다시 달아났다고 합니다. 이역땅에서 비참하게 죽은 것은 말할 것도 없죠. 빚을 그렇게나 졌습니다만 다 자신의 유흥과 향락을 위해 탕진했다는 점에서 인간말종 크리티컬.

이런 인간을 황제의 장인으로 삼을 만큼 대한 제국 황실이 망조가 든 건지, 망조가 들어서 저런 인간을 황제의 장인으로 삼은 건지. 이건 완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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