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32
우리는 아빠의 사전과 이곳 할머니 집 고미다락에서 찾아낸 성경책을 가지고 공부한다.
철자법, 작문, 읽기, 암산, 산수 그리고 암기연습도 한다.
우리는 사전을 이용해서 철자법과 낱말 뜻을 익히고, 새 단어나 비슷한 말, 반대말도 배운다.
성경은 소리내어 읽기와 받아쓰기, 암기연습에 이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몽땅 다 외워버렸다.

2. 34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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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35
작정한 게 고작 책방 순례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난 책을 사 모으는 걸 광적으로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그래서 지금도 책에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 41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베니스의 '페기 구겐하임 뮤지엄', 파리의 '로댕 갤러리', 프랑크푸르트의 '모던아트 뮤지엄', 관객이 너무 많아 아쉬운 피렌체의 '우피치 뮤지엄'을 꼽는다.
이번 도쿄 여행에서 나는 일본인들이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라고 자랑하는 롯폰기 힐스의 '모리 미술관'에 가보았다.

3. 81
가끔 어린 학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나는 가끔 아마추어들이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아마도 그들의 그림에 '성실하게 대상을 관찰해 그리려는 흔적'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신이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잘 그리기 위해서는 '그리기'보다 '관찰하기'가 더 중요하다.

4. 104
소년들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아키하바라로 가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미시족이라면 지유가오카로,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아저씨라면 가부키초로, 패션 감각 있는 OL이라면 다이칸야마로, 인디밴드람녀 시모기타자와로 정도가 될 것 같다.

5. 113 2.5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마지막 대사가 생각났다. "세상에 집 만한 곳은 없다."

6. 114
언제부턴가 욕심을 버리면 즐거운 여행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보려고 하면 중요한 다른 것을 놓치게 된다는 이치를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목적이 없다. 목적 없는 여행은 나 자신을,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새롭게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

7. 119
조잘조잘, 와글와글, 키득키득, 알록달록, 번쩍번쩍, 쿵쾅쿵쾅, 지지배배. 내가 느끼는 도쿄의 모습.

8. 157
도쿄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저 만치에 동전이 떨어져 있는 거야. 근데 사람들 눈치가 보여 선뜻 주을 수가 없었어. 이래 뵈도 외국인의 체면이 있지. 안 그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나는 잽싸게 동전을 주었지! 오옷 그것은! 바로 빤짝빤짝 빛나는 배, 백 엔이었어~ 푸하하하 땡잡았네~ 엄마 아빠 이리 와 요것 보세요~ 병아리떼 쫑쫑쫑 땡 잡았어~요.

9. 183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게 되면, 언제 어디서든지 행복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때론 응가를 하다가도 좋아하는 어떤 것을 상상하는 순간 행복은 피어오른다.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해질 확류도 높다.

10. 196
중고 장난감 가게 '렌탈 쇼케이스' 위탁판매 가게로 진열장을 한 칸씩 임대한 후, 그 안에 자기의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판매를 부탁하는 곳이다. 임대료와 판매 수수료만으로 먹고 사는 매우 획기적인 가게인 셈.

11. 209
전자렌지에선 핸드폰 100대 분량의 전자파가 생긴다니 그게 좀 찝찝합니다.

12. 234
닭꼬치가 벌떡 일어났어요. 문어도 따라 일어났어요. 오뎅이 부시시 일어났어요. 빵빠라빰! 자, 우리 모두 행진을 하자. 오빠의 입 속으로~ 쏙쏙! 언니의 입 속으로~ 쏙쏙!


***
저 만치에

***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사랑
사랑밖에는 줄 것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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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 중 -

2. 330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인내심을 가져라. 시간이 제 갈 길을 다 가도록 해주어라. 운명은 많은 우회로를 거치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아직도 확실히 깨닫지 못했는가. 여기에 이 지도를 세우기 위해, 그리하여 이 여자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도록 해주기 위해, 운명이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왔는지는 운명 자신밖에 모를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3. 414
의사의 아내는 작가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작가는 두 손으로 그 손을 잡더니 천천히 자기 입술 위로 들어올렸다. 이윽고 작가가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4. 418
다 빼앗겨버렸어.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여자가 말을 이었다.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 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어쩌면 진짜 그런 건지도 몰라요, 어쩌면 삶은 진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건지도 몰라요, 삶은 우리에게 지능을 준 뒤에 자신을 우리 손에 맡겨버렸어요. 그런데 지금 이것이 우리가 그 삶으로 이루어놓은 것이에요.

5. 449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예요, 기다려봐야 해요, 시간을 줘봐야 해요,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예요, 그런데 혼자 손에 모든 카드를 쥐고 있어요, 우리는 삶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죠, 그게 우리 인생이에요.

6. 461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7. 해설-김용재
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는 예순에 가까운 나이인 1980년 '바닥에 일어서서'를 발표하여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비평가들의 큰 호평 속에 문단의 주목을 뒤늦게 받은 대기 만성형의 작가이다. 그는 특히 80년대 들어 역사와 환상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환상역사소설'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며 포르투갈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
그는 1991년 발표한 '예수의 제2복음'으로 인해 정부와 사회의 박해를 받아 조국 포르투갈을 떠나게 되는 슬픔을 겪는다.
...
사라마구가 사회와 개인의 갈등에 대한 치열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독재와 혁명, 아프리카에서의 무모한 식민지 전쟁 등으로 인간 존재를 한없이 누추하게 만들어왔던 20세기 포르투갈 역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살갗이 벗겨진
꼼꼼히
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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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
개개인의 사람은 필수적인 요소이며, 내 삶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내게 희망을 준 평범하거나 비범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2. 15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 번도 내 정치적 견해-전쟁과 군사주의에 대한 혐오, 인종 불평등에 대한 분노, 민주적 사회주의와 전 세계 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배에 대한 신념-를 숨기지 않았다.

3. 19
사람들은 경험이 풍부하다. 그들은 변화를 바라지만 무력하고 고독하다고 느끼며, 다른 것들보다 웃자란 잔디 잎사귀가 되어 잘려나가길 원치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첫 번째나 두 번째로 움직여 신호를 보내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어떤 시기에서는, 대담한 사람들이 나타나 위험을 무릅쓰고 첫 번째로 움직이고 다른 이들이 그들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신속하게 뒤따르게 된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그러한 첫 번째 움직임을 만들 수도 있다.

4. 104
사람들이 어떻게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었다. 일생 동안 쌓여온 감정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언제나 작은 마주침, 아주 조그마한 경험이 아니었던가.

5. 146
역사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만약 당신이 어제 태어나서 과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정부가 하는 말을 무엇이든 쉽게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그것이 정부가 주어진 사례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절대적으로 입증하지는 않더라도-의심을 품을 수 있고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진실을 알게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6. 170
파리에서 4년 동안 협상하고, 5만5천 명의 미국인과 백만여 명의 베트남인이 죽고, 역사상 큰 강대국이 작은 나라에 가한 가장 맹렬한 폭격이 끝나고, 군사적 승리가 실패로 돌아간 후, 미국은 1973년 초에 북베트남과 철수에 합의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이 사이공에 대한 군사 원조를 계속하면서 사이공 정부와 하노이-민족해방전선 군대 사이에 전쟁이 계속되었지만, 사기가 땅에 떨어진 남베트남 군은 북베트남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1975년 초에 괴멸되었다.

7. 232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책을 읽었다. 여덟 살 때부터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난생 처음으로 읽은 책은 길거리에서 주운 것이었다. 앞에 몇 쪽이 찢어지고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8. 234
내가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부모님은 열세 살 생일 선물로 개조한 언더우드 타자기를 사주셨다. 타자기는 자판을 보지 않고 타자하는 법을 익히는 실습책과 함께 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가 읽은 모든 책에 관한 독후감을 타자기로 쳐서 서랍 속에 보관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독후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그 책들을 다 읽고 그에 관해 무언가를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9. 249 Dr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얼마 후 나는 그가 차고에서 자신의 차 밑에 드러누운 채 치사량의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셔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 287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바로 이러한 장기적인 변화를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관주의는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된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 의지를 무력하게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을 재생산한다.

11. 288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간은 겁을 먹을 수 있고 농락당할 수 있지만 가슴속 깊이 상식을 지니고 있으며, 조만간 그들을 억압하는 권력에 도전할 길을 찾게 된다.


***
찰스 디킨스

***
간간이
곰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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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32 Dr
사상범 체포는 항상 밤에만 이루어진다. 갑자기 잠을 깨워 마구 흔들거나 어깨를 거칠게 휘어잡는 우악스러운 손, 눈에 들이대는 불빛, 침대 주위의 험상궂은 얼굴들은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재판과 체포에 대한 보고서 따위는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밤중에 사라져버린다. 사라진 사람의 이름은 호적에서 지워지고, 그에 관한 모든 기록도 말소된다. 그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도 부인되고, 끝내는 완전히 잊혀져 버린다. 그러니까 그는 아예 없어져 무가 되는데, 이런 것을 두고 흔히 '증발되었다'고 말한다.

2. 277
실력을 쌓으려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물론 과거의 신문이나 역사책은 어떤 사실에 대한 미화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견으로 가득 찼지만, 오늘날과 같은 날조는 불가능했다.

3. 289
결국 문제는 교육에 달려 있다. 요컨대 명령을 내리는 지도층과 그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방대한 대중 집단의 의식을 끊임없이 조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의 의식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가벼운 영향만 줘도 조종된다.

4. 366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5. 373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가 있지. 복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네.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권력자의 의사에 복종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가운데 존재하는 걸세. 그리고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권력자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뜯어 맞추는 거라네.

6. 398
고통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네. 인간이란 죽을 고비를 만나더라도 고통을 참고 버티어내는 경우가 있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참을 수 없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 있게 마련일세. 그건 용기나 비겁함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지. ... 자네에게는 쥐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이지. 그것들은 자네가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종의 압력인 셈이네.

7. 409
물론 그런 일이 닥치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수밖에 없겠죠. 목숨을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는 걸 거예요.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길 바라는 거죠. 그래요. 그런 일이 닥치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건 개의치 않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게 마련이죠.

8. 옮긴이의 글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
하는 걸 거예요
바라는 거죠
괴로워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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