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38
광기에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법이세.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광기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네. 그런 감정의 폭풍우에 휩쓸려보지 않고 그런 지진에 의해 토대가 흔들려보지 않은 삶, 지금까지 오성과 예의범절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유지된 모든 것을 울부짖으며 내동댕이치고 지붕 위의 기왓장을 날려버리는 돌풍에 휘말려보지 않은 삶, 그런 삶은 초라할 걸세.
2. 343
라자르는 언제나 진지하게 선입견 없이 현상이나 생각에 주의력을 집중하면서, 결코 어느 것에도 마음을 다 주지 않았어.
3. 376
어느 날 문득 일과 시간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참으로 의의 없고 견딜 수 없는 삶이라고 깨닫네. 어떻게 그렇듯 몇 년 동안이나 어처구니없는 시간 분배에 맞추어 살 수 있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 이런 식으로 우리의 주변과 내면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일세. 새로운 질서와 영혼의 안식, 그리고 변화마저도 고유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데, 이 법칙은 언젠가는 시효가 만료된다네.
4. 413
이를테면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는데 도무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이미 땅속에 묻혔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지만, 집에서는 하품을 하고 콧등을 긁고 책을 읽고 온갖 생각을 하네. 다만 자신이 애도하기 위해 상복을 입은 사람만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거지. 겉으로는 엄숙하고 품위 있게 살지만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을 깨닫고서 자신도 놀라네. 기껏해야 죄책감 어린 만족감이나 안도감을 느낄 뿐일세. 그리고 무관심, 극도로 무관심한 자신을 느끼네. 한동안, 며칠 아니면 심지어는 몇 개월 그런 상태가 이어지네. 사실은 죽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관심 있는 척 꾸민다네. 그러다 나중에, 일 년 후에 죽은 자의 코가 떨어져나갔을 무렵,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네. 마침내 이해하는 탓에 벽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어. 무얼 이해하냐고? 그야 물론 죽은 자와 묶여 있던 감정을 이해하지. 죽음의 의미. 땅속에 아직 남아 있는 모든 것을 파내도 다시는 그의 미소를 볼 수 없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 지혜와 권력도 죽은 자와 다시 만나게 할 수 없다는 사실. 군대를 동원하여 온 세계를 정복해도 소용이 없어. 그때 인간은 절규하기 시작하네. 아니, 그럴 여력조차 없네. 멍하니 길거리에 서 있는데, 세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세상 천지에 홀로 있는 듯 마음이 극히 허전해지는 게야.
5. 426
사람은 웬만큼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것에서, 그러니까 사랑의 물리적은 영역인 침대에서도 진실을 찾는 법일세. 상대방이 아름다운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마련일세. 또한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이 뛰어나고 매력적이고, 현명하고, 노련하고, 호기심 많고, 탐욕스럽고, 관대한가도 중요하지 않아. 그렇다면 뭐가 중요하냐고?
진실
6. 옮긴이의 말
주인공들이 털어놓는 세 개의 독백, 세 편의 이야기는 매번 새로우며 독특한 감동과 묘미를 자아내면서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독자를 빨아들인다.
...
사랑과 결혼의 승리는 결국 불타오르는 감정과 주위 환경을 슬기롭게 조화시킨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