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32 Dr
사상범 체포는 항상 밤에만 이루어진다. 갑자기 잠을 깨워 마구 흔들거나 어깨를 거칠게 휘어잡는 우악스러운 손, 눈에 들이대는 불빛, 침대 주위의 험상궂은 얼굴들은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재판과 체포에 대한 보고서 따위는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밤중에 사라져버린다. 사라진 사람의 이름은 호적에서 지워지고, 그에 관한 모든 기록도 말소된다. 그가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도 부인되고, 끝내는 완전히 잊혀져 버린다. 그러니까 그는 아예 없어져 무가 되는데, 이런 것을 두고 흔히 '증발되었다'고 말한다.

2. 277
실력을 쌓으려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물론 과거의 신문이나 역사책은 어떤 사실에 대한 미화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견으로 가득 찼지만, 오늘날과 같은 날조는 불가능했다.

3. 289
결국 문제는 교육에 달려 있다. 요컨대 명령을 내리는 지도층과 그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방대한 대중 집단의 의식을 끊임없이 조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의 의식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가벼운 영향만 줘도 조종된다.

4. 366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5. 373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가 있지. 복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네.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권력자의 의사에 복종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가운데 존재하는 걸세. 그리고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권력자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뜯어 맞추는 거라네.

6. 398
고통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네. 인간이란 죽을 고비를 만나더라도 고통을 참고 버티어내는 경우가 있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참을 수 없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 있게 마련일세. 그건 용기나 비겁함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지. ... 자네에게는 쥐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이지. 그것들은 자네가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종의 압력인 셈이네.

7. 409
물론 그런 일이 닥치면 누구라도 그렇게 할수밖에 없겠죠. 목숨을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하는 걸 거예요.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길 바라는 거죠. 그래요. 그런 일이 닥치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건 개의치 않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게 마련이죠.

8. 옮긴이의 글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
하는 걸 거예요
바라는 거죠
괴로워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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