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
작가들은 소설을 쓸 때 자기들이 하느님이라도 되듯 그 누군가의 인생사를 훤히 내려다보고 파악하여, 하느님이 몸소 이야기하듯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어디서나 핵심을 집어내어 써낼 수 있는 양 굴곤 한다.

2. 66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자기 삶의 요구가 가장 혹심하게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는 점, 앞을 향하는 길이 가장 혹독하게 투쟁으로 쟁취되어야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운명인 이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경험한다. 삶에서 오로지 한 번, 유년이 삭아가며 서서히 와해될때, 우리의 사랑을 얻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떠나가려고 하고 우리가 갑자기 고독과 우주의 치명적인 추위에 에워싸여 있음을 느낄 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것에,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가장 살인적인 그 꿈에 한평생 고통스럽게 들러붙어 있다.

3. 75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그게 전부야. 네가 알고 싶었던 일도 정확하게 그래.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자세히 바라봐. 그에 대해서 그 자신보다 네가 더 잘 알게 돼.

4. 76
예를 들면 그런 나방이 자신의 뜻을 별이나 뭐 비슷한 곳까지 향하게 하려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겠지. 다만 나방은 그런 따위 시도는 안해. 나방은 자기에게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 그것만 찾는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지.

5. 93
바깥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관심도 없이 행동했으며 여러 날을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리고, 강물 소리를, 거기 내 마음속 지하에서 출렁이는, 금지되어 있는 어두운 강물 소리를 듣는 데만 열중했다.

6. 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7. 129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8. 131
당시에 나는 흔히들 말하는 대로 <우연>에 의해서 특이한 도피처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9. 147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질랑 말도록.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인도로 올라서는 것이며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10. 151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11. 191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12. 200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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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1일 알라딘구입 37,100
사회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이후, 2002년 9월)
젊음 ♣젊은 날의 깨달음♣ (고종석, 정혜신, 조정래, 홍세화... 인물과사상사, 2005년 5월)
의사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리더스북, 2005년 4월)
한자 ♣꼬불꼬불 한자 쉽게 끝내기♣ (이래현, 키출판사, 2002년 3월)

 

 

 

 

 

5월18일 알라딘구입 14,960 (30,050 에서 마일리지 적립금 15,090 차감)
중국 ♣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소나무, 2004년 2월)
정신 ♣죽비소리♣ (정민, 마음산책, 2005년 1월)
인생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보리, 1997년 10월)
생물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궁리,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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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으로 재미있게 읽은 '바람의 그림자'
사랑스럽다 사랑스럽다 하였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을 준다.

책에 관련된건 다 좋은데...
'북라이트 웻지 리딩라이트'라... 기대. ^^

Thanks to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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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0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밤에도 맘놓고 책보시겠군요..
근데, 저거 지워놓으시니까 더 눈에 띄어요.. 이벤트 페이지 찾아가면 이름 다 나오는뎅~~ㅎㅎ

물만두 2005-05-09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려요. 저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요 ㅠ.ㅠ;;;

하루(春) 2005-05-0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책 좋다고 하시더니, 이벤트 당첨까지.. 축하합니다.

▶◀소굼 2005-05-0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런데..가리셔도..당첨자 페이지에 가면 다 나와있는걸요; 가려놓은 부분만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 리딩라이트라면..그거 아닌가요? 어두워도 볼 수 있게 책아래에 끼워서 불비춰주는 그런 기기..그거 좋아보이던데^^

진진 2005-05-1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이벤트 페이지로 가기 귀찮을거라는 짧은 생각으로.. 어흑..

물만두님: 감사합니다. ^^*

하루님: 책 좋아하면 이런것두 생기고..계속 좋아해야지. ㅋㅋ

피라님: 제가 어리석었군요.. 그냥 '2등'이라고 했으면 몰랐을텐데.. 우앙. 진짜 바부같다. ㅋㅋㅋ 저...그냥...2등이예요...우앙. 2등중에서도 1등이예요...우앙.

히나 2005-05-10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려요~~~ 좋겠어요~~~ ^ㅂ^

진진 2005-05-1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후후후후. 감사합니당..................
 

 

 

 

 

1. 99
"나는 길잡이는 아니지만, 당신과 같은 보배를 찾는 일이라면 천릿길이건 만릿길이건 바다를 헤쳐 가리다. 오, 나의 줄리엣."
 - '로미오와 줄리엣' 2막2장 -

2. 243
"아름다움이란 건 쓸모없는 거야. 세월이 지나는 만큼 사그라지고, 남이 나한테 너무 기대를 하게 만들거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보기가 좋다고 향기가 좋은 건 아닐 텐데도 겉가죽이 볼 만하면 향기까지 좋은 줄 기대하지. 그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기대했다가 기대대로가 아니면 자기들 마음대로 실망을 해. 너도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실망하는 얼굴들을 보게 되는 게 얼마나 씁쓸한 일인지."

3. 267
스스로 괴로워하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하는 일이 없이 연애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 앙리 드 레니에 -

4. 작가후기
'누나와 나, 혹은 그 녀석과 나'를 쓰던 2월쯤 친구에게 처음 시놉을 이야기해 주었을 때 친구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별로일 것 같아. 기억상실증 이야기는 지금도 넘치는데."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아주 흔한 건 아닌데. 스물아홉 여자가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가 된 게 그렇게 흔한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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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0
이별이란 어쩌면 가장 손쉬운 사랑의 회피수단이지. 그러니까 가장 통속적인 사랑의 결말이 이별이란 말일세.

2. 132
심리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 유전자는 어떤 유전자와 몸을 합치면 좀더 나은 유전자를 재생산해낼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은 DNA의 자기증식 본능일 뿐이라고. 우리의 몸과 정신은 다만 DNA의 숙주, 숙주가 하는 일은 의지로 해결될 수 없으니 우리는 그저 마음 편하게 즐기면 그뿐이라고, 그러는 게 진화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그 친구는 말했다. 친구는 자신이 몹시 급진적인 선각자라고 믿고 있는 자 특유의 뻔뻔스럽고도 해맑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3. 147
"어머니 때문만은 아니었고...... 우리 박신부님이 말이야. 책을 쓰셨는데 그런 말이 있더라구. 신학교엘 갔는데 그만두고 싶었다나? 그런데 차일피일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고 내가 그만두면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실망하실까, 우리 본당 신부님은 얼마나 실망하실까, 내 친구는? 내 동료는? 내 은사는? 그래서 용기 없는 자기 자신을 질타하며 시간이 많이 흘러 신부가 되었는데 어느날 알게 되었다고 하시더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끌려왔다고 생각했던 거, 자기가 눈치보았다고 생각하는 거, 다른 게 아니라 실은 그게 사랑이고 그게 소명이라는 걸...... 나 그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지."

4. 154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회사를 그만둔 것, 혹은 진석과 헤어진 것 그중 어떤 것이 먼저 떠나라고 그녀를 부추겼는지 그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5. 155
스물아홉 해를 사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6. 157
이제 곧 서른이 되니까, 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시집도 가지 않고 새엄마와 성 다른 남동생과 함께 사는 일도 염치가 없긴 했으니까, 서른이 넘은 사람은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고, 독일이나 빠리에서가 아니라 사막에서 사막으로 떠돌다가 이 지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건 스스로의 책임일 뿐일 테니까, 그러자 그녀는 낯선 별로 떠나는 여행객처럼 얼마간 서러운 기분이 들었다.

7. 157
로또복권이 당첨된다 해도 넌 결혼하겠니?

8. 162
힘겹다 해도 젊다는 것은, 힘겹지 않아도 늙은 시간보다 반추하기에 즐거운 것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9. 170
어쩌면 그와 헤어진 일보다 더 힘든 것은, 누구도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진석과 수연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듯한 친구들에게 다시는 그녀와 연관해 그의 이름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일이었다.

10. 198
처음 출판사에 입사해 교정을 보았던 책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의 사촌을 죽이고 울부짖던 말, 나는 운명에 희롱당하는 바보야! 하는 절규가 들려오는 것처럼, 누구에겐지 모를 배신감이 울컥거리며 올라왔다. 이럴 때 누구를 가장 많이 원망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어서 수연은 문득 여기까지 찾아와 나연을 찾아낸 자신이 미웠다.

11. 210
"저에 대해 물으신 게 먼저였죠? 아무런 장애가 없다면 나연이랑 결혼하게 되겠죠. 그러나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죠. 결혼은 우리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때, 남들도 그러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그때, 마침 내 앞에 애인 없이 나타난 상대방과 하게 되는 거니까. 그러고 나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우린 그 사람과 결혼할 수 없는 거, 그게 보통의 룰이겠죠."

"그게 보통의 룰이군요."

수연이 명섭의 말끝을 따라 했다.

12. 218
"그래. 네가 수연이구나. 살아 있으니까 널 만나는구나. 어떻게 이렇게 왔니? 어떻게 이제야 왔니?"

13. 223
"너희 아버지 원망하지 말아라. 좋은 분이셨다. 만일 네게 엄마에 대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그건 미워서가 아니라 매우 사랑해서였을 거야. 네 아버지 네 엄마 정말 사랑했으니까. 너무 사랑하면 너무 무서워져서 아무 말도 할수 없고 아무 기억도 하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네 아버지 죽을 때까지 아마 엄마 잊지 못했을 거야. 네 엄만 참 좋은 여자였으니까."

14. 작가의 말

무슨 고집인지, 신념인지 혹은 종교인지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을 만난 때 그들을 내가 써야 할 글과 연결짓지 않는다. 뭐랄까, 언제부터인가 고민해온 문제, 즉 산다는 것이 쓴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 그러니 혹여라도 내가 글을 쓸 생각으로 그들을 만난다면 내가 그들을 내 취재거리로 생각하게 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백퍼센트 진지하게 인간적으로 그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을 이마에 써붙이는 것도 아닌데 혼자, 비장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살고 나면 쓸 수 있어, 열심히 살면 그러면 쓸수 있어, 친구야 그렇지? 하지만 나는 거의 오년이 넘도록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좀 쉬자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써지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떨어지는 이파리와 부는 바람, 피는 꽃을 봐도 그저 멍했다. 사십년 만에 처음으로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시간들이었다. 무서웠다.

나는 처음으로 오래도록 술을 마시지 않았다. 스물아홉살 무렵이던가,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아니, 내 앞에 다른 현실처럼 펼쳐지던 한밤중의 악몽이 두려워서 동굴처럼 막막한 잠을 자려고 마셔댔던 독주들을 치워버렸다.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가, 왜 묘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가, 왜 저 사람의 웃음 뒤에 울음이 차오르고 있다고 느끼고야 말았던가? 나는 그런 통찰력을 받았던가? 왜 스무살 시절 엄마의 말을 듣지 ㅇ낳고 내 인생을, 감히 여자가 이 한국이란 땅에서, 나는 내 인생을 살겠어,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인생을 내 인생으로 살아가겠어, 라고 그토록 굳게, 돌이킬 수도 없이 결심했던가. 가끔씩 글이 풀리지 않으면 그런 쓰잘데없는 회한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가끔씩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멍해 있으면, 나를 배반하지 않는 것은 글쓰기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건 전적으로 내게 달린 일, 나의 감각을 인화해내고, 나의 경험을 완성해주어서, 내게 삶을 삶으로 명확하게 살도록 해주었으니까. 잘못되었을 경우 내 탓이라고 하면 되니까, 책임의 실체가 있고 능력의 부재가 뚜렷한 거니까. 최소한 운명이나 배신은 아닌 거니까...... 그러니 이제는 알게 된 것이다. 쓰는 일보다 사는 일이 더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두 개가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는, 실은 처음부터, 갈라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모든 인생길이 나침밤처럼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새삼 내가 작가라는 일이 감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러는데, 진심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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