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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할아버지 ㅣ 세용그림동화 4
로리 크레브스 지음, 김현좌 옮김, 발레리아 시스 그림 / 세용출판 / 2010년 1월
평점 :
다소 엉뚱한 이야기일런지 모르겠지만.. 양장본에다 이만한 크기의 그림책들은 대부분 매끌매끌 광택이 나는 재질의 종이를 사용한 책이 많던데(표지 말고 이야기가 씌여 있는 속지), 이 책은 도화지 느낌이다. 재질 덕분인지, 글 덕분인지, 그림 덕분인지 혹은 그 셋 모두의 어울림 덕분인지 참 따뜻하다. 따뜻한 책이다.
글쓴이 "로리 크레브스"는 남편이 양봉가이고, 20여년 아이들을 가르쳐왔다는데, 가끔 남편을 교실에 초대해 아이들에게 양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단다. "그 때마다 흠뻑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영감을 얻었"(책 말미 글쓴이 소개 중)다고 한다. 왜, 새삼스레 미국 같은 나라(?)에도 양봉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걸까. 벌을 키우는 것은, 그리고 그렇게 키운 벌에서 꿀을 수확하는 것은 동양에서만 있는 줄 알았었네.
책의 화자는 "우리 마을에서 벌치기 할아버지"로 유명하신 할아버지의 손자. 할아버지가 벌을 치는 과정을 졸졸 따라다니며 벌치는 작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벌을 키우시는 걸 본 적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벌할아버지처럼 전문적인 양봉이 아니라, 마당 한 켠에 작은 벌통 두 통을 두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한 해 동안이었던가,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터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에 그게 그렇게 신기해 보였다. 벌이 좁은 출입구를 통해 들락거리는 모습도 신기했고, 벌들이 그렇게 드나들면서 꿀을 만든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신기했고... [벌 할아버지]의 화자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할아버지의 양봉 과정을 돕기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한다. 신기한 눈으로...
이 책의 장점은 어린이들이 양봉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꿀을 모으는 벌"의 생태나 특성에 대해서도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될 것 같다. 책 속 할아버지의 설명과 그림을 통해 여왕벌과 수벌, 일벌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꿀을 뜨는 과정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꿀을 넣은 머핀을 구워오시는 할머니.. 아.. 참 따뜻하고 푸근한 그림이다.
책 끄트머리에서는 벌, 벌집, 양봉, 훈연기, 꿀가르개, 가루받이 등 이야기에서 소개된 것들에 대해 한번더 항목별로 설명해주고 있어 책내용을 정리해볼 수 있다. "사과와 꿀을 넣은 할머니의 머핀"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점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주는 책 [벌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