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프리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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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제 무식이 괴로운 사람들은 손에 쥐고만 있어도 똑똑해지는 기분이 드는 책을 아주 좋아한다."(p211) 사실 제목도 어려운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덤벼든 이유가 바로 그거다. 내 무식이 괴롭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책은 "손에 쥐고만 있어도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읽으면 좀 똑똑해지려나. 비슷하게까지는 안 되더라도 "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매번 좌절한다. 독해할 수 없는 언어로 씌인 글을 읽기라도 하듯.. 더러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 책 [리영희 프리즘]도 내겐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은 리영희 선생의 팔순(2009년 12월)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소박한 뜻이 담겨 있지만 리영희에게 바치는 책은 아니다."(p5) 그럼 이 책은 뭔가? 열 사람의 글을 묶었다. 열 명의 글쓴이에는 교수, 논설위원, 기자, 자유기고가와 에세이스트까지 다양한 직업군의(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글이나 말로 생계를 잇는다는), 연령대도 다르고 글쓰는 방식도 다른 이들이 섞여 있다.

    이 색다른 글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내겐 어려운 과제다. 제목은 [리영희 프리즘]이다. 왜 제목을 이렇게 정했을까. 이 책의 어느 글에도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내가 놓친 걸까?) 가르쳐주지 않으니 내 마음대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열 명의 글쓴이들이 "리영희"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세상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그렇게 정한 것 아닐까 하고.. 처음엔 "리영희"라는 사람에 대한, "사상의 은사"라고 불리는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한, 찬사의 글들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아니다. 그런 성격에 부합되는 것 같은 글은, 안수찬 기자의 <진짜 기자의 멸종> 밖엔 못 찾겠다. 어떤 이는 리영희를 통해 <영어라는 우상>을 이야기하고, 어떤이는 그를 통해 <사회과학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그를 통해 "책읽기"(<책읽기와 청년, 그리고 자유>)"를 이야기한다.

 

    "나는 리영희의 아들이 아니다. 70년대에 태어났고, 80년대엔 너무 어렸으며, 90년대에 비로소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그의 드높은 이름에 대한 감동이 나에겐 없다. -중략- 굳이 따지자면 방계 증손자뻘이 되려나."(p148)는 어느 글쓴이보다도 뒷세대인 나는, 그러므로 리영희의 방계 고손자뻘 자리도 차지하기 어려운 나는 이 책을 통해 읽으며 생각한다. 리영희와 같은 "진짜 기자의 멸종"이 슬픈 것 같고, "영어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문제인 것도 같다고.. 지금의 한국 기독교가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고, 또 어떻게 하면 리영희와 같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나는 <전환시대의 논리>나 <8억인과의 대화>를 읽어보지 못했다. 그저 그와의 인터뷰를 담은 책 [대화]를 읽고서 내가 태어나기 전(어렸을 때를 포함해)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숨막히는 공간이었는지, 그 시대를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었구나 정도를 생각했던 것이 "리영희"라는 이름과 관련지을 수 있는 전부다.

    앎이 부족해 글을 다 읽고서도 얻음이 적다. 그를 사상의 은사라 불리게 했던 책들, "자신이 직접 관계한 적도 없는 온갖 사건들의 '간접적 주범'이 되"(p14)게 했던 그의 책들을 제대로 읽어봄이 이 책보다 우선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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