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절로 튀어나온 말.. 미쳤다. 사랑에 미쳤다. 영혼의 짝이라는 게 있을까?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게 있을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누군가를 미친듯이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사랑을 위해 명예를, 기존의 안정적인 삶을 버린 이들의 이야기에 "미쳤다."만 연발하게 된다. [연애의 사생활]을 읽었다. 아홉편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미적지근한 사랑이 아니라 뜨겁고 열정적이고 폭발할 것 같은, 그래서 어휘력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은 "미쳤다."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인물들이라면 내가 앞서 던졌던 질문 "영혼의 짝이라는 게 있을까?"와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 모두에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갑자기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사랑 밖에 난 몰라."..... 분명 열정적인 사랑의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사랑에만 몰두했던 그들이 무책임해 보였다. 그들의 사랑놀음을 뜯어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나. 역시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일까. 예전에 영국의 에드워드8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했을 거라고 여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한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왕좌조차도 내던졌던 사나이. 하지만 그는 행복했을까? 그들은 행복했을까? 허영심 많던 심슨 부인은 에드워드8세라는 사람보다 그의 왕좌를 사랑했던 게 아닐까? "최근 심슨 부인과 에드워드 8세의 세기의 로맨스에 의문을 품게 하는 공식문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에드워드 8세와 염문을 퍼뜨릴 당신 심슨 부인에게 있던 또 다른 애인에 대한 이야기나 독일 나치에 대한 심슨 부인의 열열한 지지와 주영대사로 나와 있던 독일인과의 밀회 이야기 등은 왕위마저 박차고 나온 에드워드 8세의 로맨스를 어둡게 하고 있다."(p32) 에드워드 8세는 왕좌를 내던진 순간을 후회하며 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자뻘 되는 찰스 왕세자의 사랑도 예뻐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다이애나를 결국엔 죽음로 내 몬 것은 그의 이상한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아니다. 에드워드8세나 찰스 왕세자나 사랑과 왕좌를 택일하게 만드는 "왕실"이라는 품격의 희생양인 걸까?. 존 레논과 오노 요코에 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실 실망스러웠다. 존 레논 자신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힘들어 했다면서, 그 자신도 유부남이었고, 오노 요코 또한 유부녀인 상태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 때문에 기존의 가정을 버렸다는 사실이... 비비안 리와 로렌스 올리비에의 사랑 역시 그랬다.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서로를 향한 열정적인 마음에 이혼을 하면서까지 결혼했고, 하지만 너무나 열정적이었던 사랑이 버거워 헤어졌던 그들. 사랑이 너무 늦게 찾아온 걸까. 그게 진짜 사랑이었을까.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던가.. 뭐 하여간, 그들의 사랑이 무작정 예뻐보이지만은 않았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사랑은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하지만 샤자한과 뭄타즈마할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살아서도 그렇게 예쁘게 서로를 사랑했고, 죽어서도... "아들에게 감금당한 샤 자한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그의 탑 창문에서 바라다 보이는 타지마할이었다."(p56)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사실 이 책은 "사랑"보다는 재미있게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던 책이다. 물론 좋은 역사공부가 되기도 했지만, 사랑과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끔 했던 책이기도 하다. 치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들. [연애의 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