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사냥꾼>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올해는 무더위가 꽤 오랫동안 기승을 부린 것 같습니다. 찜통이란 표현을 체감하면서도 여름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 포도, 참외, 수박, 자두, 복숭아, …… , 집 근처의 작은 마트에만 가도 여러 과일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잘 익은 과일을 한입 베어물었을 때 입 안 가득히 퍼지는 시원하고 달콤하고 상큼한 맛은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브라질에 도착한 저자는 관광지를 돌아다녀 보지만, 상처는 계속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큰 감흥을 얻지 못하고 해가 저물었을 때 그는 사푸카이아 열매의 빈 껍질을 발견합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처음 보는 과일들을 한아름 사서 돌아온 그날 이후, 저자인 아담은 과일의 에덴동산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과일에 대한 꿈을 꾸며, 과일을 맛보고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세계 각국을 떠돌아다닌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어쩌면 과일이 그를 사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일의 세계에 빠진 사람들
과일의 달콤한 맛과 신비함이 주는 매력은 아주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회에서는 '신에게 다가가는 통로'로, 어떤 부족들에게는 윤회의 사슬로, 숭배의 대상으로, 축제를 위한 매개체로 과일이 존재하였습니다. 16세기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생과일의 맛에 매료되었고, 어떤 통치자들은 원하는 과일을 들여오기 위해 무역 조항을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신선하고 맛있는, 또는 희귀한 과일에 대한 갈망은 오늘날에도 이어집니다. 과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 세계를 찾아가는 과일사냥꾼, 과일을 들여오기 위해 밀수를 하는 위험도 무릅쓰는 과일 수집가, 과일만을 먹고 사는 과일주의자 등 과일의 세계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일을 정말 알고 있을까요?
현재 전 세계에는 700여종의 사과가 있다고 합니다. 라즈베리, 회향 열매, 파인애플, 계피, 수박, 브로콜리, 바나나 헤즐넛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사과, 겉껍질이 거뭇거뭇한 길리플라워 사과, 상아 색깔의 하얀 투명 사과, 오렌지색 속살의 살구 사과, 짙은 붉은색 속살 사과- 상상도 못했던 사과들이 가득합니다. (p.22)
게다가 잠보, 마라쿠자, 아바까시, 아카이, 아메이셔, 구푸아쿠, 그라비올라와 같은 생소한 과일들, 젤리사탕과 크림 캐러멜을 섞은 맛, 코코넛 크림 맛,`피나콜라타 맛처럼 신기한 맛을 지닌 과일들도 있다고 하니 직접 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실존하는 과일들은 많은데도 우리의 손에 닿을 수 있는 종류는 그리 많지 않음이 아쉬워집니다.
|
|
|
|
유감스럽게도 20세기에 이르러 과일의 생김새와 생산량만 강조하는 바람에 맛이 떨어지는 과일이 대량생산되었다. 운송업자나 도소매상인들에게는 저장수명이 길며 크고 단단한 과일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품종개량을 할 때 고객의 요구도 반영한다. 맛은 품종개량을 위한 과일을 선별할 때 고려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생김새, 단단하기, 저장수명, 생산량, 크기, 형태, 색깔, 병충해 저항력, 개화 시기, 수확량, 사전 수확 가능성을 고려한다. 과일의 맛도 어느 정도 고려하지만, 대량수송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뚫고 그 맛까지 보장하기란 아직까지 어려운 일이다. -p.388 |
|
|
|
|
또한 이 책에는 유전자조작 식물, 과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살포하는 살충제와 제초제의 위험성, 과일의 좋은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하기 전에 추가하는 색소나 방부제, 멸종 위기에 처한 품종을 보존하기 위한 씨앗 은행, 밀수 등 과일과 관련된 환경적, 경제적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보르네오섬의 모든 과일을 먹어보겠다고 떠났던 저자는 과일을 통해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느낌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과일의 세계에서 무한한 자연을 깨닫고 그 전체에 다가갈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생소한 과일과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여 다소 낯선 부분이 많기는 하였으나, 과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과일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