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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 안그라픽스 / 2010년 6월
평점 :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그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얼마전에 읽었던 『파리는 깊다』를 통해서였습니다. 본문에 19세기 중반 파리에서 시행되었던 도시계획과 재개발에 대하여 르 코르뷔지에가 쓴 글이 짧게 인용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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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망 남작은 파리를 아주 폭넓게 절개하고 엄청난 출혈이 따르는 수술을 감행했다. 파리는 오스망의 외과수술을 견디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파리는 이 과감하고 용기 있는 한 남성이 이룩한 업적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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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깊다』, p. 2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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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파리를 여행하다 - 문화예술이 담긴 시간 속으로
거장의 젊은 시절을 엿보다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가 20대에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 등을 여행하면서 적었던 글들이 실려있습니다.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이 담겨 있지요. 현대 건축의 아버지가 되기 전 르 코르뷔지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그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11년에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적은 글인만큼, 그 시대의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의 전통'이라고 일컫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마치 옛날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저자가 감상하는 20세기 초 동유럽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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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탐불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고, 알라의 거처인 모스크는 모두 돌로 지어졌다. 넓은 언덕의 측면은 에메랄드 색조가 감도는 보랏빛 양모 양탄자 같다. 꼭대기에 있는 모스크는 화려한 모양의 고리 장식을 연상시킨다. 이곳에는 건축 양식이 두 가지뿐이다. 홈이 파인 타일을 덮은 납작한 지붕, 아니면 첨탑이 솟은 모스크의 둥근 지붕. 묘지가 이 지붕들을 서로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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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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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글의 분위기를 맛보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술술 읽히는 책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담한 크기의 여행기이니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뭔가 꼬이고 복잡하게 보이는 표현력이 독자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들의 구사하는 문장은 오늘날의 글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20세기 초에 지식인들이 쓰던 문체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책인데, 여러 이유로 저자와 공감을 하기 힘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여행의 설레임과 흥미로움보다는 지루한 느낌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고요. 르 코르뷔지에의 인생 중 한 토막을 공유했다는 것으로 허전함을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