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 용산 ㅣ 걸어본다 1
이광호 지음 / 난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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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면 장소는 무심하고 자명하며, 가까이서 보면 장소는 비밀스럽고 남루하다. 생의 매 순간 우울과 설렘 속에서 자리잡은 특별한 장소가 있을 것이다. 평범한 장소가 문득 지울 수 없는 뉘앙스로 마음에 새겨질 수 있다. 익숙한 풍경이 낯선 시선 속에서 특별한 장소로 전환되는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무감한 시간들을 견딜 수 있는 고유한 장소가 남아 있을까?’ (10~11쪽)

 

 어느 시절 서울은 내 삶의 일부였다. 길지 않는 날들이었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기 위해 도착한 서울은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병원이라는 거대한 공포도 서울에서만 이뤄지는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 앞에 무감해졌다. 병원과 터미널 주변이라는 제한된 공간이었지만 우리는 짧은 만남의 긴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어떤 장소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어떤 장소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광호의 말처럼 내게 서울이란 공간이 그러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용산이라는 공간으로 다가오겠지만 내게는 서울로 대치된다. 때문에 이광호가 부여하는 용산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어느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간이란 그런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 몰랐던 그곳의 역사와 아픔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선다. 그러니 나는 여행객이 된다. 선명하고 담담한 말투의 용산 안내자 이광호를 따라서 말이다.

 

‘어떤 장소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곳의 시간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너의 장소를 벗어난다 해도 너의 부재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88~89쪽)

 

 방송을 통해 만난 용산과 글의 골목을 따라 마주하는 용산은 묘한 슬픔이 감돈다. 현재 용산역의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운 동부이촌동으로 가려진 용산엔 여전히 눈물로 얼룩진 삶이 있다는 걸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건 현재의 용산을 쌓은 수많은 상처의 조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 속 전자상가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이태원, 남산, 한남동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진다.

 

 이광호의 애련하고도 청아한 문장으로 태어난 용산은 아름다운 슬픔이 풍경으로 피어난 공간이다. 용산엔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용산은 어떤 삶의 부재를 증명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첫 발을 내딛는 당신이라면 이광호가 이끄는 동선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해도 좋겠다. 책에서 만난 어느 장소, 어느 공간 앞에 머물러 잠시 멈춰도 좋으리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무심하면서도 웅숭깊은 용산의 목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현듯 떠오르는 특별했던 공간과 해후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이제는 평범한 장소로 전락했더라도 말이다. 분명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과 오롯이 마주한 나처럼.

 

‘어떤 지독한 기억은 이 생애가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반드시 망각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참혹한 얼굴도 마침내 지워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순간에도 망각은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 ‘너를 잊게 된다는 것’은 ‘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152~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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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4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6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무고개 탐정 3 : 어둠 속의 보물 상자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ㅣ 스무고개 탐정 3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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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이야기의 테마는 여행과 모험이다. 여름 방학을 맞은 스무고개 탐정과 명규, 문양, 다희는 단골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말라깽이 형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보물산’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정말 보물이 있는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함께 찾아 나선다. 보물산 속에서 보물을 찾기는커녕 지하 비밀 창고에 갇히고 만다. 누군가가 밖에서 창고의 문을 잠근 것이다. 깜깜한 창고 속에서 핸드폰도 없이 스무고개 탐정과 명규, 문양, 다희는 공포에 휩싸인다.

 

 스무고개 탐정은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무 가지 질문을 시작한다. 여행을 오게 된 동기를 시작으로 보물산을 찾게 된 과정, 이곳에 오면서 벌어진 일들을 질문과 답으로 들려준다.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은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다. 그리고 비밀 창고를 탐색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추리한다. 창고 안에는 다른 비밀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는 보물로 보이는 상자가 많았다. 스무고개 탐정은 뭔가 단서를 찾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 추리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설명 좀 해 봐!”

 “그럴 수는 없어. 아직 모든 것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탐정이 자신이 추리한 내용을 말할 수 있는 건 백 퍼센트 확신이 들었을 때뿐이야.” (103쪽)

 

 마술 학교 수업이 끝나 늦게 도착한 마술사가 말라깽이 형과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한다. 드디어 비밀 창고를 찾아내 아이들과 만난다. 놀랍게도 비밀 창고에 있던 상자엔 정말 국보급 보물이 있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방해가 되자 겁을 주려고 한 것이다. 모든 게 욕심 많은 어른들 때문이다.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의 빛나는 우정이 돋보인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행동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위험에 처했지만 힘을 모아 극복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하다.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는 놀이책이다. 고단한 어린이들이 잠시 힘든 일을 잊고 책 속으로 들어가 스무고개 탐정과 그 친구들과 한바탕 노는 자리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시리즈에 중독되면 정말 큰일이다. 한데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의 눈부신 활약을 만날 수 있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는 즐거운 중독이다. 점점 더 확실해지는 친구들의 캐릭터와 놀라운 추리 능력을 보여주는 스무고개 탐정을 만날 수 있다. 3권 <어둠 속의 보물 상자>는 1,2권 보다 훨씬 강력해진 이야기로 재미를 선물한다. 작가의 말처럼 독자도 즐겁게 놀 수 있는 책이다. 4권은 언제 나올까. 즐거운 기다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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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EBS 다큐프라임
정지은.고희정 지음, EBS 자본주의 제작팀 엮음, EBS MEDIA / 가나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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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한 번쯤 돈을 물 쓰듯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아닌 주체로 살기는 힘들다. 나름 열심히 저축하고 소비를 줄여도 언제나 마이너스인 통장이 서민 대부분의 모습이다. 모두가 잘 사는 자본주의를 꿈꿀 수는 없을까?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는지 확인하다.

 

 책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쉽게 말하자면 돈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과소비를 하지 않는지 알려준다. 어렵게만 여겼던 자본주의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일상에 파고든 금융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은행 직원이 특정한 상품을 권한다면 그것은 본사의 판매 지시에 따른 것이거나 판매 인센티브가 많은 상품일 경우가 많다. 수익률이 최고이며 안전성이 좋다는 달콤한 말로 고객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도 자신이 권하는 상품이 어떻게 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26~27쪽)

 

 주식, 펀드, 보험까지 투자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월급으로 생활하기도 버거운 이들에게 저축은 꿈처럼 아득하다. 하지만 미래를 보장한다는 보험에는 약해지고 만다. 외국병원이 들어오고 의료 민영화가 된다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유입으로 우리는 과거보다 편리한 삶을 살지만 그 미래가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정말 무서운 일은 의료 민영화가 의료보험 민영화로 가는 중간 단계라는 점이다. 의료보험 민영화까지 이뤄지면 상위 20%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미국의 국민들처럼 치료비가 많이 드는 병에 걸리는 건 파산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살게 될 수밖에 없다.’ (69~70쪽)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선 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해야 할까. 이미 우리는 수많은 상품의 유혹에서 살고 있다. 소비 중독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물건들, 명품이라 불리는 고가의 물건들. 유행을 따라 멋지게 살고 싶은 욕망도 매일 자란다. 신용카드로 이뤄지는 소비는 경제 개념을 무디게 만든다. 백화점은 소비자의 감정과 심리를 파악해 시계도 창문도 만들지 않았고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를 염두에 둔 영리한 방법으로 상품을 배치한다.

 

 ‘영수증 관리를 통해 소비습관이 파악되면 보다 경제적인 소비를 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경제적인 소비란 필요 없는 것에 대한 지출을 막고 그만큼의 돈을 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244~245쪽)

 

 이처럼 소비를 유도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소비 생활을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말이다. 영수증 관리나 가계부를 쓰는 일은 귀찮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비참해진다. 그러나 분야별로 지출의 크기를 알 수 있고 계획도 세울 수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책은 아이들에게 금융교육을 시키는 이야기로 자본주의의 미래를 말한다. 돈의 가치와 돈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거대 자본의 세상에서 모두가 교육, 복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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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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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기차, 붉은 동백, 스물한 살로 이어지는 나의 여수엔 어떤 맛도 담겨 있지 않다. 분명 무언가를 먹었을 터. 기억 어디에도 여수의 맛은 없었다. 갓김치, 장어, 굴, 부추는 모두 방송을 통해 만난 여수의 특산물이다. 다시 여수에 갈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책으로나마 여수의 맛을 탐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식 기행이다. 여수와 인연이 있는 다큐멘터리 PD 세 명이 들려주는 여수의 맛 이야기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맛은 갓김치다. 예능 프로 1박 2일에서 갓김치와 메밀국수의 조합은 정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눈으로 보는 맛이 아닌 글로 만나는 맛 역시 다르지 않다. 세 명의 저자는 아주 탁월하게 맛을 표현한다. 갓김치, 돌게장, 갯장어 샤브샤브, 장어탕까지 당장이라도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여행지의 토속음식을 먹어야만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다.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여행지 정보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찾는 일은 어렵다. 이 책은 정말 정직하다. 음식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 아니라 맛 평가도 아주 솔직하다. 무조건 좋고 맛있다는 게 아니라 맛이 없으면 없다고 말한다. 책은 친절하게 가격도 알려준다. 때문에 인터넷으로 여수 맛 집을 검색하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책을 들고 여수로 향해도 좋다.

 

 유명한 해산물도 잠자는 미각을 자극하지만 나는 싱긍벌글빵집에서 파는 빵이 먹고 싶다. 세상에나, 싱글벙글빵집이라니. 정말 행복한 빵을 만드는 빵집임에 틀림없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는 마음으로 만든 빵. 여행지에서 어머니의 맛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주셨던 풀빵을 생각한다.

 

 ‘크루아상도 없고 쿠키도 없고 식빵도 없다. 투박한 찐빵과 야채빵, 햄빵, 도넛이 전부다. 가격도 착하다. 모든 빵이 하나에 600원. 그 맛도 훌륭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빵 같다. 특히 팥소가 가득한 찐빵에서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 준 맛이 느껴진다.’ (214~215쪽)

 

 미식 기행이라 해서 여수의 맛만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여수의 역사와 문화도 만날 수 있다. 여수 근교의 많은 섬에 대한 설명도 있다. 거제도에 위치한 구십 년 된 고가(古家) 여관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본풍 건물은 역사의 아픈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은 특별하다. 육지에서는 아무리 산간 오지라 해도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지만, 섬은 비바람이 조금만 세져도 고립되어 버린다. 국토이면서 마음대로 닿을 수 없는 곳, 섬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삶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를 때 문득 가고 싶은 곳이 섬이다. 섬은 반도의 끝에서 뚝 떨어져 육지인의 애환을 받아주는 곳이다.’ (246쪽)

 

 떠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여수로 향하게 만드는 책이다. 멀지 않은 그곳에 여수가 있다고 말이다. 다시 여수를 떠올린다. 아직 예정되지 않은 어느 날, 여수행 기차에 올라탈지도 모른다. 그날을 상상하며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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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4-08-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는 중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곳인데, 이 년전엔가 여수 오동도를 갔어요. 오래전에는 그렇게 크고 넓어보였던 오동도가 아주 조그맣더군요. 저도 이 책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 때문에 여수가 가고 싶은 도시로 될 것 같아요. ^^

자목련 2014-08-13 19:12   좋아요 0 | URL
아무 계획없이 떠난 여수는 무척 강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수는 너무 멀어요. 해서 여행기로나마 이렇게 여수를 만나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여수와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즐겁게 읽으세요^^
 
최후의 언어 - 나는 왜 찍는가
이상엽 글.사진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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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잘 찍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이나 인물사진을 검색하고 보는 걸 즐겼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러니 카메라는 내게 활용도가 낮은 비싼 물건에 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가슴 한편에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남아 있다. 이상엽의 『최후의 언어』는 그런 부러움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이국의 낯선 풍경을 담은 여행 에세이나 보통의 아름답고 예쁜 사진 에세이라고 여긴 것이다. 고백하자면 저자가 사진기자라는 걸 몰랐다.

 

 이 책엔 저자가 소유한 다양한 필름 카메라와 함께 사진이 등장한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인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내용이다. 그러니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필름 카메라를 소장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 책이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사용자인 나는 책에 등장하는 렌즈, 필름 카메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카메라의 역사, 카메라의 구조, 카메라의 기능, 제조사, 카메라의 종류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나 같은 독자에게는 사진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소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노동자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카메라. 그리고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자본.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노동. 그것을 기꺼이 비싼 가격에 치르고 손에 들어 세상을 기록하는 사진가. 뭔가 참으로 가치 있고 의미 깊은 관계인 듯한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잘 안 된다.’ (94쪽)

 

  

 

 

 한 장의 사진과 그 사진을 찍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하다. 아니, 특별하다는 표현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제주 강정의 분노, 울산 현대 자동차 공장 앞 노동자의 외침, 사막으로 변한 새만금의 상처, 진도 팽목항의 슬픔을 담은 사진은 경건한 기도와 같다. 수많은 방송매체와 언론의 보도보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마주하는 진실은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카메라가 삶을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다.

 

  

 

 

 ‘카메라는 사고하지 못한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80쪽)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때로 생경하다. 가족이나 친구를 담을 때는 묘한 감정을 불러오고 자연이 내뿜는 위대한 기운을 받는다. 저자의 말처럼 카메라가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애정을 부여하는 순간 나만의 특별한 대상으로 존재하니까. 시간이 지나 필름을 현상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커지고 다른 것으로 발현될 것이다. 그 감정을 몹시 사랑하는 이를 알고 있다. 내가 그녀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마음이 담긴 그런 사진, 나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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