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어떤 일이든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속상한 일을 당했을 때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 환경을 탓한다. 속상한 마음을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옳은 것일까.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게의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다르게 설명한다. 그건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것이며 용기가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많이 다르다. 그건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세계는 단순하며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가며 인생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누구나 의심을 갖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에 다가간다. 둘의 대화는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러운 청년이 철학자에게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변화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독자는 모두 청년과 같은 입장이 된다. 철학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로 쉽게 설명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외출을 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어떤 상처가 아니라 외출을 하지 않는 게 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을 삶을 사는 게 아닌 타인을 의식해서 생긴 문제라 설명한다. 선뜻 이해가 되는가? 다르게 설명하면 과거에 매여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걷는 것은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네.’ (107쪽)

 

 과거와 타인을 배제하면 아주 쉽다는 듯 말한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 가능한 말인가? 하나의 행동이나 사건에 있어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공이나 명예를 떠올리는 특별한 삶이라는 것 역시 타인의 시선에 비친 삶이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평범이 아닌 특별한 삶을 꿈꾸는가.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 힘든 사람들을 꼬집는다. 결국에 행복은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타인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나와 타인의 관계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청년처럼 직상 상사나 부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자는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용기를 언급한다. 철학자가 제시한 대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인간관계는 좀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타인이 ‘무엇을 했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존재하는 그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는 걸세.’ (239쪽)

 

 존재 자체를 기뻐하고 감사해야 한다니. 점점 더 어려워진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 관계는 용기를 낸다고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걸까? 필요한 건 자기수용이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반복해서 겪는 오류를 떠올리면 어렵지 않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면 된다. 불가능한 것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평범한 삶과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철학자가 하고 싶은 말도 다르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에 관한 것이다. 지난 과거나 닿지 않은 미래는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좀 더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야 하네. 과거가 보이는 것 같고, 미래가 예측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네가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지 않고 희미한 빛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일세.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며,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아.’ (308쪽)

 

 이쯤 되면 독자는 수많은 강의와 책에서 주장하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씁쓸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분명 다르다. 책 속의 청년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청년의 분노와 좌절이 점차 자신을 수용하는 용기로 변하는 걸 확인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그 다름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안타까울 뿐이다. 책을 통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말하는 『올 어바웃 러브』도 생각나는 책이다. 또한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자존감의 여섯 기둥』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필두로 아들러 심리학이 뜨고 있고 기시미 히치로의 책도 함께 인기를 누린다. 더불어 ‘~할 용기’ 제목도 종종 보인다. 어떤 분야든 유행이 있기 마련인데 현재 심리학의 유행은 자존감과 아들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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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19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저는 거의 북플로만 들어오는데다 알람을 끈 상태라 이렇게 여유있게 북플을 살펴보지 않으면 지인들의 북플을 찾기 힘드네요~~~ㅠㅠ
늘 좋은 글을 써주시는 지목련님의 북플도 찾을 시간이 없이 제 북플을 찾아오는 분들의 북플에 답방하는 수준입니다요~~~.
언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생각나는 글인데,,,자존감은 어른이 되어도, 아니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지요. 암튼 늘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2015-07-1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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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떠올리니 시계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밖에 없군요. 스위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는 전혀..단순한 여행서가 아닌 스위스의 내면을 보여주는 알찬 인문여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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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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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밝히는 건 촛불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곧 촛불 대신 어둠에 익숙해진다. 어둠을 온전히 걷어내려면 더 많은 빛이 필요하다.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발하는 수많은 촛불의 희생 말이다. 하나의 촛불이 다른 촛불을 불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버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은 학습이나 세뇌가 아니라 깨달음이다. 스스로 깨쳐야 만 가능한 일이다.

 

 삶의 진리를 깨우치는 게 쉽다면 신과 구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이 아닌 어떤 이상을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다는 건 고행이라는 말은 맞았다. 화랑이 되기 위해 서라벌에 온 원효가 화랑 대신 출가를 선택한 이유는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다. 왕이나 귀족, 진골, 성골을 위한 나라가 아닌 백성 모두를 위한 신라로 태어나기 위해 스스로 촛불이 되는 혜공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라를 이끌 수 있는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고통이라는 진리, 고통이 생기는 원인을 말하는 진리, 고통이 소멸된 진리, 고통을 소멸시키는 길인 진리. 이 모든 진리를 깨달은 부처의 님이 바로 중생이다.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부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제 죄 없이 죽어 간 저 소녀의 가슴 위에서 자고 깨어날 것이다. 거기가 내 감옥이 될 것이며 해탈문이 될 것이다.’ (1권, 254쪽)

 

 왕실을 위해 점점 화려해지는 황룡사를 보면서 과감히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원효뿐이었다. 백제, 고구려와 싸움으로 지쳐가는 백성들의 절망을 원효는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런 원효를 김춘추를 비롯한 왕실에서 곱게 보지 않았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원효를 반역의 주동자로 몰아내고 싶었다. 의상에게 국사라는 거대를 제시해 함께 서라벌에서 당으로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해골물 일화로 원효는 백성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들의 고통 속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킨 한 여자, 요석이 있다. 신라 전부를 다 가질 수 있는 김춘추의 딸 요석.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딸에게 정략결혼을 요구하는 아버지에 반기는 드는 요석. 원효라는 운명을 위해 전부를 내어주기로 작정했다.  

 

  “나는 말이다.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한 일을 하면서 살 거다. 사랑도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2권, 83쪽)

 

 병자와 약자를 돌보고 원효와 함께 새로운 신라를 만들고 싶었던 요석. 요석과 원효의 사랑은 신분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이었다. 그것은 불교의 사랑과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김선우가 재탄생시킨 원효의 일대기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 단순히 요석과 원효의 사랑만 그려냈다면 김선우에 대한 애정이 멈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선우는 달랐다. 1400년 전 원효를 현재로 불러와 법문을 들려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장 하나하나 아름답게 갈고닦아 성찰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통해 나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고정된 나가 아닙니다. 나라는 실체가 따로 존재한다는 환각을 벗어나면 우리 모두가 나입니다. 당신이 바로 나입니다. 남과 내가 둘이 아닙니다. 귀족과 평민이 둘이 아닙니다. 본래적 깨달음은 나에서 남을 보고 남에서 나를 봅니다. 나의 이익과 남의 이익이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나 자신과 내 가족과 가문을 소중히 여기듯 우리 모두가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2권, 163~164쪽)

 

 역사적 사건과 실제의 인물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는 건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역사적 배경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논픽션으로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는 황룡사와 분황사, 첨성대와 같은 역사적 공간과 비담, 김유신, 의상, 선덕여왕, 김춘추란 인물의 등장만으로 <발원>을 역사 소설과 불교 소설이라 선을 그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감히 철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김선우는 원효와 요석과 불교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각각의 당신이 내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김선우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촛불이 되기를 발원한다. 그리하여 1400 년 전 원효가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촛불이 발을 맞추어 걸어가고 상처에 약을 바르고 함께 밥을 먹고 단잠에 빠지는 세상을 소망하는 것이다. 촛불이 사라진 시대 소설로 촛불을 만드는 김선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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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컬러링북 시리즈
이재은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줄 것 같아요.컬러링북을 통해 내가 앨리스를 만드는 느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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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도 사들이는 책에 비해 읽는 책은 적다. 읽고 싶은 책은 사두기만 하고 읽어야 할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결국 정리하고, 사라진 책을 찾고 주문하기도 한다. 엊그제 도착한 요리책은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두껍지 않은 소설책의 첫 장도 만나지 않았다. 주말에 강하게 불어닥친 태풍의 흔적을 기억하면서도 텁텁한 오후가 싫어 비를 기다린다.

 

 책을 사는 것도 즐겁지만 책을 선물하는 것도 기쁘다. 괜히 책 어딘가에 나의 마음이 함께 붙어있을 것 같다고 할까. 읽지 않았지만 그 책의 제목만 봐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래서 선물은 좋은 것이다. 뭔가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작가는 한은형이다. 우선은 제목 때문에 더 끌린다. 노희경의 드라마 <거짓말>로 시작한 나의 거짓말 사랑은 끝이 나지 않는다. <거짓말>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기대가 크다. 그 기대가 조금 크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는 기대만 키운다. 이장욱의 소설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은 여름보다는 다른 계절에 읽고 싶은 소설집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이 소설집을 당장 읽지 않을 거라는...) 김태형의 <고백이라는 장르>는 예쁜 동생에게 안긴 시집이다. <처음 만나는 그림>은 표지 속 소녀가 나를 유혹했다.

 

 나희덕의 <그녀에게>는 곧 만나려고 한다. 여자를 말하는 시집, 그것만으로도 곁에 둘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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