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낮은 겨울 단화를 샀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동상에 자주 걸렸던 기억이 있어 발이 자꾸만 춥다는 생각을 몰고 온다. 지금도 양말 위에 덧신을 신었다. 지난번 주문을 잘못해서 반품하고 다시 주문을 했다. 두 신발을 비교하면 비슷하다. 누군가는 왜 반품을 했나고 물을 것이다. 사이즈 때문도 아니고 아주 작은 장식 하나 때문에 배송비를 들여가며 반품하냐고 말이다. 그래도 신발을 볼 때마다 그 신발 생각이 나고 후회를 하는 일이 생기니 반품을 하는 게 맞다. 더 꼼꼼하게 살피고 주문하지 못한 나를 탓해야 한다.

 

 밤새 눈이 내렸다. 겨울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차곡차곡 추위를 쌓아 올리고 사람들은 온기를 찾는다. 어제는 붕어빵이 생각났다. 호빵보다는 붕어빵. 학창시절 버스를 기다리며 길 위에서 먹던 붕어빵. 어린 시절 겨울밤 광에서 꺼내온 잘 익은 홍시도 떠오르고. 정작 지금은 홍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오르한 파묵의 소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소설은 하나의 추억을 소환한다.

 

 필립 로스의 에세이를 읽지 못하고 있다. 앞부분만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렇기도 하고. 집중해서 읽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이 아니라서 그런가 본다. 소설 속 죽음은 하나의 구성이며 하나의 장면이라 여길 수 있지만 에세이는 그게 잘 안된다. “죽는 것은 일이었고 아버지는 일꾼이었다. 죽는 것은 무시무시했고 아버지는 죽고 있었다.”이런 문장을 읽는 일은 너무 힘들다.

 

 읽는다는 일은 그것과 하나가 되는 건 아닐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럴 것이다. 오래 기억에 남아 다시 펼치는 책도 있고 읽었어도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책도 있으니까.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하다는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문학을 주로 읽는 내게 지인이 좋아하는 책의 분야는 낯설고 대단하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에 빠진다. 책이라는 거대한 우주에 우리는 자신만의 별에 살고 있고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책이 거주하는 별이라는. 반짝이는 별빛들을 보면서 그 별이 궁금하지만 거리는 너무나 멀고. 그리하여 서로의 빛을 보면서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

 

 어쨌든 우리는 책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 유영하는 것이다. 아마도 좋은(적어도 내게) 책은 이런 책일지도 모른다. 시인의 산문집 『최소의 발견』, 소설가의 에세이 『우리가 녹는 온도』, 대문호의 걸작 『전쟁과 평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열정 『고마워 영화』. 당신에게 좋은 어떤 책일까, 그 책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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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09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의 이 글 참 좋아요*^

자목련 2017-12-12 13:01   좋아요 0 | URL
hnine 님의 댓글이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