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살이 찌고 있다. 가을에 많이 먹고 많이 논 탓이다.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매일매일 살이 찌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도 방치한다.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저녁에는 먹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뭔가 먹고 있는 나. 그런데도 자꾸만 주전부리를 찾고 있다. 마음을 살찌우는 독서는 뒤로 미루고 몸만 살찌우고 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날들, 두툼한 외투에 몸을 감추기 좋은 계절. 이 살들을 어찌하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생각의 다이어트. 종종 집을 떠난다. 여행은 아니다. 떠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떠난 자리에서 이곳을 생각할 수 있고 조금은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과 이곳, 모두 소중한 공간이다. 혼자와 함께를 생각하는 곳. 지난 금요일 집으로 돌아왔고 나를 반기는 건 역시나 책들. 택배 상자를 뜯으며 소중하고 친근한 인연이 보내준 책을 쓰다듬으며 내가 없던 내 공간을 바라본다. 내가 김숨을 좋아한다는 걸 잊지 않고 신간을 보낸 이, 시의 새로운 감각을 보여줄 함민복의 시그림책.

 

 

 

 

 

 

 

 

 

 

 

 

 

 

 

 

 

 

 세탁기를 돌리고 물을 끓이고 쓰레기를 버린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러나 편안하고 소중한 일상. 그곳에서는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만나는 것 같다. 이곳보다는 그곳이 친구와 더 가까운 곳이기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건 소중하고 재미있다. 마치 낯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내가 모르는 나를 듣는다. 사는 일에 대해, 늙는 것에 대해,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통화를 자주 하는 사이가 아닌데도 우리는 만나면 수다쟁이가 된다.

 

 어딘가 내린 첫눈이 아직 이곳에는 내리지 않았고 오늘은 입동이다. 온수매트를 꺼내고 밤이면 모아둔 커튼을 펼친다. 커튼이 펴치면서 아늑한 밤이 된다. 누군가는 겨울이라고 말하는 순간, 겨울은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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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오늘은 입동인데, 곧 겨울이 온다는 소리 같아요.
자목련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자목련 2017-11-08 16:16   좋아요 1 | URL
가을도 그렇지만 겨울은 왠지 마음이 바빠져요.
서니데이 님도 포근한 오후 보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