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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지돈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소설을 읽을 때 항상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읽다가 멈추는 소설이 늘어난다. 소설의 문장만 읽고 있을 뿐 작가가 그리는 그림이나 메시지를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라는 걸 안다. 취향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인물을 이해하는 게
힘들다고, 그래서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읽는다고 말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보니 나도 그런 때가 오는 건가 싶기도 하다.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다가 든 생각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소설집을 다 읽지 못했다는 말이다. 궁금했던 작가의 소설과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만
읽고만 것이다.
처음 읽게 된 홍희정의 「앓던 모든
것」은 무척 아름다웠다. 홍희정이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일흔넷의 화자 ‘나’는윤오라는 청년을 수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갈 곳이
없는 윤오에게 자신의 집의 방을 내준다. 누가 보면
할머니와 손자처럼 보이는 사이다. 그러나 ‘나’에게 눈부신 청춘인 윤오가 다르게 보인다. 한때 문학에 적을 두었던
나에게 노랫말을 쓰는 윤오는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진다.
그러니까 젊음에 대한 욕망을 조심스럽게 탐한다고 해야 할까. 윤오의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사고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독특한 관계 설정과 아름다운 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백수린의「첫사랑」은 아련하고 아득한 기분을
몰고
온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는 ‘나’는 짝사랑했던
J선배와 만날 약속을 한다. 만약을 위해 예쁜
원피스라도 장만하기 위해 동기의 소개로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곳에서 만난 동기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 통폐합 위기에 처한
현실을 생각한다. 동기들은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만 하는 나에게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다 J선배의 근황을 듣게 된다. 소설을 첫사랑이라는
제목처럼 낭만적인 부분이 등장하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일이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도 잘 보여준다.
김엄지의 「느시」는 다시 읽어도 묘한 매력을 지녔다. 무기력한 일상의
반복임에도 경쾌함 같은 리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개인적인 애정에서 비롯된 감정일 듯하다. 궁금했던 정영수의 소설
「애호가들」도 나쁘지
않았다. 스페인 문학을 강의와 변역을 하는 주인공을 둘러싼 관계를 무척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박민정의 「버드아이즈 뷰」는 몰래카메라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왕따와 관계의
단절에 대해 말한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날카로운 일침을 던진다고 할까. 오한기의 「사랑」은 기괴하면서도 독특했고 신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 않는 김솔의 「누군가는 할 수 있어야 하는 사업」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에도 유행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시류에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정지돈, 이상우(후장사실주의자)가 주목받는 작가라는데 그들의 소설이 내게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쉽지 않다. 해박한 지식과 이론을 병행한 이야기, 모든 것을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에
동의하지만 아직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