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봄처럼 꽃샘추위가 날카롭다. 유독 올해가 더 춥게 느껴지는 건 지난봄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사느라 바빠서 그 봄을 잊고 있다가 다시 냉이, 달래, 쑥의 맛으로 채워진 봄을 떠올린다. 어설픈 쑥국을 끓이던 시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던 그 봄. 누구에게나 봄이 다시 오는 게 아니라는 명징한 슬픔. 3월에 내리는 폭설에 탄성을 지르는 이는 순수한 아이들뿐이다.

꽃별 - 이선식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나무인줄 알았다
몇 날 며칠 나무의 관절들이 욱신거리더니
이윽고 봇물 터졌다
나무가 땅속에서 길어 올린 별
환한 얼굴처럼 다닥다닥
꽃이 피었다
물을 긷는 물관일 줄 알았던 뿌리가 실은
별을 긷는 두레박이었던 것
땅속에도 별이 있듯이
사람의 가슴에도 별이 있다
사람의 가슴에 별을 긷는 사람이
그 사람의 정인(情人)이다
이 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만났다는 증표처럼
공중에 별들이 빼곡하다 (『시간의 목축』, 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