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봄처럼 꽃샘추위가 날카롭다. 유독 올해가 더 춥게 느껴지는 건 지난봄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사느라 바빠서 그 봄을 잊고 있다가 다시 냉이, 달래, 쑥의 맛으로 채워진 봄을 떠올린다. 어설픈 쑥국을 끓이던 시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던 그 봄. 누구에게나 봄이 다시 오는 게 아니라는 명징한 슬픔. 3월에 내리는 폭설에 탄성을 지르는 이는 순수한 아이들뿐이다. 

 

 

 

 

 

 꽃별 - 이선식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나무인줄 알았다

 몇 날 며칠 나무의 관절들이 욱신거리더니

 이윽고 봇물 터졌다

 

 나무가 땅속에서 길어 올린 별

 환한 얼굴처럼 다닥다닥

 꽃이 피었다

 

 물을 긷는 물관일 줄 알았던 뿌리가 실은

 별을 긷는 두레박이었던 것

 땅속에도 별이 있듯이

 사람의 가슴에도 별이 있다

 사람의 가슴에 별을 긷는 사람이

 그 사람의 정인(情人)이다

 

 이 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만났다는 증표처럼

 공중에 별들이 빼곡하다 (『시간의 목축』,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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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3-1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연 참 좋아요. 자목련님에게도 어서 따스한 봄이길 빌어요. 작년 3월 이맘때 어디에 있었던가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추억이 떠올라 순간 행복해지더군요.

자목련 2016-03-15 18:02   좋아요 0 | URL
돌이켜보면 봄을 기다리는 마음 언제나 이미 봄으로 충만했던 것 같아요. 포근한 봄이 빨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