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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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크게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가족에 관한 것이다. 가족이니까 다 알아야 하고 안다고 생각한다. 가족 구성원이 좋아하는 색깔, 싫어하는 음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때로 의사를 묻지 않고 임의대로 결정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함께 참여하게 만들고 어떤 의무감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겉모습만 단란한 가족이 늘어나고 가족 간 분쟁과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돌아보면 부모나 형제를 탓할 일이 아닌데 그들 탓으로 돌리고 화풀이를 한 적이 있다. 가족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다.

 

 ‘기대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얼마든지 기대를 해도 좋다. 이런 경우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자기 탓이요, 그  책임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러니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도전할 수도 있다.’ (48쪽)

 

 그렇다면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저 처음부터 내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 언니, 할머니 개인이란 단위가 아닌 가족이란 단위로 말이다. 희생을 강요하고 적당하게 필요한 거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쉽게 상처를 준다. 상처받았다는 걸 알아도 가족끼리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무시해버린다. 책은 이런 가족은 진정한 가족이 아니며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을 말한다. 저자의 경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크게 실망하고 관계를 단절했다. 암 투병을 할 때에도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다.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정이 부담스러워 거리를 두었다. 대화의 주제가 가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는 관계를 지속하지 않았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을 반려자라 부르며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결속의 관계가 아닌 동행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보통의 부모 세대가 부모와 형제를 무조건 이해하라고 한다면 저자는 단호하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가족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마음이 먼저 있고, 그다음 가족이라는 틀을 만들어가야 진정한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DNA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111쪽)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여전히 복잡하다.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을까. 가족에 대해 더 많은 걸 알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피할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말미에 고인이 된 아버지, 어머니, 오빠에게 긴 편지를 통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독립적 자아로 서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부모와 형제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면 가족을 이해할 수 없다. 혼자임을 즐길 수 없으면 가족이 있어도 고독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늘 혼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기분을 가늠하고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이나 사회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다. 가족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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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5-08-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어려운 주제입니다, 가족은

자목련 2015-08-13 17:32   좋아요 0 | URL
네, 힘겨운 주제입니다. 가족이 늘어날수록 더 어려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