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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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젊은 남자가 한 젊은 여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이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 일인가. 한데 그 여자에겐 이미 정혼자가 있다. 부적절한 관계라 할 수 없는 삼각관계지만 18세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젊은 남자 베르터의 생은 환희와 고통의 세계를 오간다. 때문에 슬픔이 아닌 고뇌인 것이다. 로테를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기에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베르터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사랑이 전부라고,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내 사랑이 상대의 사랑에 비해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에 사랑을 강요하는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활화산 같았던 그 감정들이 지속되는 시간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고통을 안다고 조금은 말할 수 있다. 한데 과연 그 고통을 아는 게 맞을까, 나는 그가 아닌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슬픔이 아니라 고뇌가 맞는지도 모른다. 한 여자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원했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나는 이렇게 가진 게 많지만, 그녀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144쪽 - 10월 27일 저녁 일기)

 

 스물다섯살의 청춘이 쓴 글이라 그럴까. 아니면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그럴까. 괴테는 순수하면서도 여린 베르터를 온전히 책 속에 담았다. 닿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과 비통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기 형식은 비밀로 존재되어야 할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 로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베르터의 심경은 어땠을까. 죽음만이 그 사랑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은 건 분명 어리석지만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음이 더 슬프다.

 

 로테를 잊기 위해 그녀를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 일에 몰두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지만 그에게는 단 한 사람 로테만이 필요했다. 베르터에게 로테는 천사였고, 전부였다.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에게 어떤 결함도 없었기에 베르터는 더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알베르트와 베르터, 그리고 로테는 한편으로는 우정이라는 이름의 가장 안정적인 삼각구조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불안정하며 위태로운지 말이다.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변하는 베르터의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이라 지금까지 사랑받는 건 아니겠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폐부를 찌르는 소설이다. 그렇게 때문에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에게는, 사랑이라는 덫에 빠진 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설사 그들이 죽음 그 이상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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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1-0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과 고뇌는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져요. 이 책으로 새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담아가요.
자목련님, 차분하게 초겨울아침 시작해요, 우리^^

자목련 2012-11-10 08:21   좋아요 0 | URL
베르터의 맑고 투명한 사랑보다는 그가 겪었을 수많은 불면의 밤들의 시간을 담고 싶은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겨울을 차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