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보라색 표지로 나를 설레게 만든 박연준의 시집에 이은 자주빛 표지의 이승희 시인의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과 신동옥 시인의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시집을 들일 것이다. 이승희 시인의 시집은 만난 적이 있지만 신동옥은 낯설다. 풍성하게 11월을 채워 줄 『나우 이즈 굿』과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는 이미 곁에 있다. 포근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이런 책이 나와 함께 11월을 보낼 것이다. 오전에 주문한 이제하님의 소설 『코』, 제목이 독특한 김중일 시인의 『아무튼 씨 미안해요』, 문학동네 세계문학 『외로운 남자』. 그러나 정작 11월을 채울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내가 기다리는 책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시옷의 세계』와 제목을 알지 못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의 산문집이다. 두 권의 책이 11월에 나올 거라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다. 두 작가의 산문집 『마음사전』과 『불안의 황홀』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때문에 아직 만나지 못하는 두 권의 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내일은 입동이고 모레는 수능시험이 있는 날이다. 수험생이 없으니 수능은 남의 일이 되었다. 11월은 근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달이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는, 빈틈없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달이다. 11월처럼 근면한 사람이면 좋겠다. 11월처럼 빈틈없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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