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 친구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오랜만의 휴일을 잠으로 채웠다며 놀이터에서 바람과 마주하는데 조금은 서럽다는 문자였다. 친구의 마지막 문자를 받은 3월 이후로 처음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안부 문자를 보냈지만 그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종종 있었던 일이라, 그저 잘 지내리라 믿고 있었다. 친구는 나와 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녔다. 언니들과 함께 자취를 하던 친구 덕분에 나는 맛난 집 밥을 자주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 젊은 날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 변덕스러운 감정을 견뎌 준 친구였다. 서럽다는 문자에 나는 엉뚱한 답을 보냈다. 이 계절에 잘 먹어야 하고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고.
어디 서럽기만 할까. 때로 화나고 분노하며 외로운 게 삶이 아닐까. 친구와 이런 책을 함께 읽고 싶다.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인 <세상에 예쁜 것>, <펄벅의 인생 수업>을 건네면 서러운 마음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분명 친구도 분명 좋아할 허연의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도 잊지 말아야 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떤 인연과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는 친구를 나는 좋아한다. 학창시절 함께 라디오를 듣고 그 시절에는 당연했던 우정 반지와 목걸이를 나누던 날들이 기억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 친구. 아, 그 반지와 목걸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자면, 올리버 색스의 책이 나왔다. 부제가 더 눈에 들어오는 <깨어남>, 그의 책은 어렵지만 언제나 궁금하다. 이 책은 아마도 영화로 만들어진 그 소설이 아닐까 싶다. 몇 달 전 EBS에서 통해 영화를 본 후 검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잘 알려진 유명 소설의 뒷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도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줄 것 같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