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창문을 열였다 닫기를 반복한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을 먹는다. 어제 저녁에 라면을 먹었다. 점심으로 또 라면을 먹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ㅅ라면은 유통기한은 한참이나 지났다. 그런 라면이 아직 많이 있다. 버리지 않고 먹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라면이 많이 남았을까. 익숙한 라면이라 순서에서 밀린 것이다. 냉면과 ㄲ면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ㅅ라면을 먼저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책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구매하거나 곁에 둔 책들을 차례대로 읽지 않으니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부탁을 받은 책, 선물받은 책, 리뷰를 써야 할 책으로 분류한다고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은 리뷰를 써야 할 책일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해도 다시 연장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게 정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말을 건네는 표지가 있다. 내가 알아보기 전에 먼저 나를 알아봐 달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다, 이 말은 그럴듯한 말이고 눈에 띄는 표지가 있다는 거다.) 백영옥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로 만난 『스타일』을 비롯해 그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산문으로 만난 느낌이 좋아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제목의 소설도 궁금했는데 표지부터 말을 건넨다. 처음엔 장미꽃인 줄 알았다. 풍선이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생각난다. 그 책에도 풍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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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노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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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한 표지(누구라도 반했을 것이다)는 모던 클래식인데 단연 『녹턴』이다. 유통기한이 있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했다. 책장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다. 미안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르동의 ‘베일을 쓴 여인’이 표지다.
비는 잠시 그쳤다. 다시 창문을 열고 점심을 먹어야 겠다. 라면을 먹을지, 김치찌개랑 밥을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 매콤한 쫄면이 먹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