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밀하다란 말이 떠올랐다. 지내는 사이가 아주 친하고 가깝다란 뜻으로 같은 의미로 쓰이는 밀접하다, 허물없다란 말이 있다고 한다. 허물없는 사이, 밀접한 사이보다 친밀한 사이가 더 단단한 관계처럼 느껴진다. 해서 자꾸 친밀하다, 친밀하다, 라고 중얼거린다.

 

 내게 친밀한 당신들을 생각한다.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당신이 있다.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듣지 못한 당신이 있다. 문자를 주고 받고, 안부를 나누고, 때때로 일상이 궁금한 당신이 있다. 무언가를 공유하면서도 무언가는 공유할 수 없는 사이이기도 하다.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받고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받는다. 그러니까 때때로 서툴고 때때로 친밀한 사이인 것이다. 서툰 친밀감 말이다.

 

 한 단어를 생각할 때, 한 도시를 생각할 때, 한 권의 책을 생각할 때 저절로 내게로 다가오는 나의 당신들, 혹은 나만 아는 당신,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 누군가는 낯설어서 더 설레기도 하고, 누군가는 낯익어서 더 반갑다. 그냥 이런 글을 쓰고 싶은 날이다. 그냥 이런 감정을 말하고 싶은 날이다.

 

 책도 그렇다. 익숙한 이름이라 반갑고, 낯선 이름이라 더 궁금하다. 남자 작가에 이어 여자들의 은밀한 수다가 시작되었다. 김이설, 한유주, 구경미의 이름이 반가운 테마 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은 정말 표지부터 아찔하다. 킬 힐이라니, 부실한 체격으로 2cm 이상의 굽을 가질 수 없은 내게는 더욱 매혹적이다. 당연하게 남자 시인이라고 생각했던 김경후 시인은 여자였다. 그래서 더 좋다. 나는 여자를 더 좋아하니까. 열두 겹의 자정이란 제목은 더 좋다. 안도현의 시집 『북항도 나왔지만 나는 김경후에게 더 끌린다. 시는 어떨까, 분명 좋을 것이다. 계간지를 통해 보았지만 제대로 읽지 않은(나는 왜 계간지 장편을 읽지 못하는 것일까) 은희경의 장편소설 『태연한 인생은 과연 은희경다운 소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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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6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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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7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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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5-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또 만나서 친밀..이제 운명인가 봐요..(막 이런다)

2012-05-27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0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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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0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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