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내맘대로 좋은 책 연말 스페셜!
제대로 된 책읽기를 소망함은 말 뿐이었다. 언제나 급한 밥을 먹듯이 체할 듯 그렇게.. 그리하여, 한 해를 지나고 보니 이 책이다, 라고 소리내어 말할 책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소중한 책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책을 아끼는 마음에 대한 표현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었는데, 나의 표현은 언제나 어떤 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역시나 한국문학중 소설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시를 많이 읽으려 했으나 한 권, 한 권, 늘어나는 시집으로 족한다.
사실, 신경숙의 책을 근래에는 부러 읽지 않았다. 그냥, 슬픔을 피하고 싶었다고 할까. 결국은 <엄마를 부탁해>를 만나고 내내 눈물속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여기 저기 소문을 많이 냈다. 내게는 이제 엄마라고 부를 그 존재가 없다. 이제 그 엄마가 되었고. 나는 어떤 엄마로 살아야 할지. 그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이다.
<내 아들의 여인>정미경, 그녀를 좋아한다. 고요하면서도 적나라하게 삶을 그려낸다. 꿈틀대는 욕망, 슬그머니 눈을 뜬다. 어디선가 그녀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아름답게 미화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는 좋다. 그녀의 책을 만날 때마다 설레며, 구절 구절, 너무도 행복하다. 지금도 새로운 소설이 얼른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읽으며 시인의 사랑에 슬퍼했던 시절. 숲에서 나는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책, 더러워진 내 영혼이 조금은 깨끗함을 받는 듯 했다. 소설이 아닌 산문 읽기의 즐거움을 준 책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나의 그대는 나의 숲에 언제 올까.. 나의 숲을 알기나 할까.
출판사 이름 때문에, 책의 제목에 혹하여 구매한 책이다.<그림에, 마음을 놓다> 출판사는 앨리스라니,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출판사인지.. 그림을 모른다. 시골 미술관을 기웃거린 기억이 전부다. 이주은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재주를 지닌 듯 했다. 그림을 설명하면서 마치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그녀의 글이 참 따뜻했다. 언젠가 직접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마주 할 날이 오면 좋으련만..
정혜윤의 두 번째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에 대한 평은 둘로 나눠진다. 심한 혹평, 극찬을 아끼지 않는 호평. 뭐라도 좋다. 나는 이 책이 좋으니까. 즐겁게 만났으니까. 내 서고를 꿈꾸고, 내 글을 꿈꾸게 하는 책이었으므로. 다만, 그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
백발이 너무 멋진 분, <광휘의 속삭임>,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울 때, 눈물을 감추고 싶을 때, 시를 읽는다. 정현종님의 시...
작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시작으로 김연수를 만났다. 올 해 <여행할 권리>, <스무살>,<7번 국도>,<밤은 노래한다>를 차례로 읽었다. 그 중에 내게 최고의 책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다. 작가, 김연수를 만난 듯한 소설이었다. 김천의 뉴욕 제과점을 떠올리고, 그 시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싶은...
가끔 작가가 리뷰에 덧글을 써주었다거나, 혹 사인한 책을 보내주었다는 이웃들의 글을 보면서 몹시도 부러워했다. 여하튼 김연수는 인기 작가이며, 이웃집 이웃 같은 작가다. 이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니, 팬인 나 역시 그 수상 소식에 맘껏 기뻐하고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리뷰에 반해서, 허연을 만났다. 나 역시도 리뷰를 올려야 할 책이다. 남기고 싶은 기록들. 푸른빛, 파란색, 나의 청춘은 어떤 색일까. 시를 위한 시, 시인을 위한 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여전하게 책을 읽고 있다. 읽고 싶은 책들, 읽어야 하는 책들로.. 책은 계속 내게로 온다. 나도 책에게로 가고 있는게 맞을까. 힘이 되는 소식으로 2008년의 마지막 날을 만났다. 그 기뻤던 기억으로 올 해를 살고 싶다. 내게도 분명 무언가가 있을꺼라 그렇게 믿고 싶다. 책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