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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언어생활을 위한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월
평점 :
글을 쓸 때마다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한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카톡을 보내면서 맞춤법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걸 알고 반가웠다. 매일 사용하는 우리말인데도 매번 맞춤법은 어렵다. 어디 맞춤법 뿐인가. 우리말을 배우고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어렵다고 느끼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우리말 맞추기 퀴즈인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면서도 맞추는 것보다는 틀리는 게 훨씬 많다. 시청할 때마다 우리말의 세계에 놀라곤 한다.
잘 모르고 사용하는 우리말은 얼마나 많은가. MBC 아나운서국에서 엮은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세상에나, 내가 사용하는 말들이 이렇게 틀렸다고. 그런데도 틀린 줄도 모르고 그냥 사용했다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몇 년 전 논란이 되었던 ‘명징하게 직조한’ 이란 영화평이나 ‘심심한 위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간단하게 줄이는 말, 기존과는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말, 변화하는 말들 속에서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은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을 살펴보면 이렇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말들이지만 헷갈리는 맞춤법, 잘못된 발음에서 이어져 틀린 상태로 굳어져 사용하는 표현, 익숙해진 외래어를 바르게 쓰는 표기법,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쓰도록 순화어 안내까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었다. 목록을 따라 사용하는 말들을 보면 이게 맞는 거라고 하며 놀라는 말들이 많다. 내가 알고 사용한다고 여겼던 우리말이 잘못된 거라 여기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어느 집에나 있는 곽 티슈는 옳은 말일까? 맞춤법 검사를 돌리는 바로 곽 티슈를 갑 티슈로 수정하라고 안내한다. 그렇다.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를 나타내는 표준어는 갑이다. 곽 티슈 아니고 각 티슈도 아니고 갑 티슈가 정답이다.
이 책을 저 갑에 넣어봐.
휴지 한 갑만 주세요.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했고 주변에 누군가 바로잡아주는 이가 없어서 그냥 사용하는 말들은 어떤가. 자주 쉽게 쓰는 들르다 와 들리다를 보자. 비슷한 말이다. 들르다, 들리다로 쓰고 보면 확연하게 다른 것 같지만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의 뜻을 담은 우리말은 들르다로 ‘친구 집에 잠깐 들렀다’,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러서 친구를 만났다’를 ‘친구 집에 잠깐 들렸다’, ‘퇴근길에 포창마차에 들려서 친구를 만났다’로 쓰면 틀린 것이다. 정말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이다. 책에서 정리한 것을 기억하면 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틀리게 사용하게 있는 말은 얼마나 많을까. 책을 따라 읽으며 하나하나 고쳐가며 내 것으로 흡수하는 과정도 뿌듯하다.
근처에 오면 꼭 들러주세요. - 근처에 오면 잠깐 방문해달라는 뜻
근처에 오면 꼭 들려주세요. - 근처에 오면 무엇을 듣게 해달라는 뜻
이처럼 책은 쉽고 친절하게 우리말을 설명한다.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순화어는 바로 일상에서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가오는 3·1절이나 광복절에 집집마다 국기를 게양하라는 안내방송은 국기를 달다로 순화하여 태극기를 달다, 국기를 올리다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나부터도 이렇게 바꿔 사용해야겠다.
뭔가 공부를 하거나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치는 대신 몰랐던 단어의 뜻을 알아가는 재미, 내가 알게 된 것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쉽게 알려주는 기쁨으로 책을 만나면 좋겠다. 우리말보다는 외래어, 줄임말에 익숙한 청소년 세대가 많이 접했으면 좋을 책이다.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첨부된 책 꾸미기 스티커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우리말을 쓰면서 자신감이 상승할 것이다. 물론 한 번으로는 어렵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