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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고운 천사들 - 두푸딩 언니의 동물 구조, 그 10년의 기록
두푸딩 언니 이현화 지음 / 시월 / 2024년 8월
평점 :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아이가 좋아해서, 아이들이 다 커서, 어쩌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이유는 다양하다. 덕분에 나도 이름을 아는 아이가 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의 식구이니 나도 챙기는 거다. 반려인의 인구가 늘고 있지만 나는 반려인에 속할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임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마냥 예뻐서, 충동적으로 반려동물과 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평생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다. 그래도 냥이와 강아지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 봉사활동을 하거니 정기적인 기부에 동참한 적은 없다는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해한 적도 없다. 뉴스를 통해서 듣는 소식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며 지나쳤던 게 전부다. 때문에 이현화의 『결 고운 천사들』를 읽으면서 나는 많이 놀랐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더욱 놀랐다.
반려인이나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두푸딩 언니로 잘 알려진 이현화는 『결 고운 천사들』을 통해 유기견 구조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물 구조 10년의 기록은 참혹하면서도 따뜻했고 감동을 안겨주었다. 유기견을 구조하고 돌보는 일은 방송에서 연예인의 봉사활동이나 캠페인으로 본 게 전부다. 이효리를 꼽을 수 있다. 이효리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통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의미와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해외 입양에 대해서도 이효리가 출연한 방송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 이효리 이야기는 그만하고 두푸딩 이현화가 들려주는 유기견 구조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반려견 두부와 푸딩을 키우는 닉네임 두푸딩 언니는 반려동물 동반 렌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동물 구조 활동가다. 사실 나는 동물 구조에 관해 잘 몰랐다. 고백하자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펫숍이나 번식장 개의 학대와 방치에 대해서도 뉴스에 언급되는 사건만 알뿐이었다. 구조되었다는 뉴스만 기억할 뿐 그 이후에 구조된 이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유기견들이 동물 보호소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겨우 10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임보(임시보호)란 말은 들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 말 그대로 잠시 데리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 기간 동안 함께 지내는 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두푸딩 언니는 특히 노견, 환견, 장애견을 구조에 집중한다. 이 책에서 만나는 구조견의 사연은 하나같이 아프다. 병이 들어서, 장애가 있어서, 나이가 많아서 입양은커녕 구조조차 하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건 구조 이후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를 한 경우 대부분 수술과 재활 치료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는 모두가 예상하듯 경비가 필요하다. 단 한 번의 수술비가 아닌 지속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고민할 법도 한데 두푸딩 언니는 주저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녀와 같은 마음의 후원자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수술을 해주는 동물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결 고운 천사를 지키려는 결 고운 마음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구조 후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던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 구조된 개가 방송에 노출되어 이슈가 되는 경우에는 구조 요청 당시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던 단체가 구조된 개를 데리고 가겠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조 활동이 아니라 후원금을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허탈하고 가슴이 아플까.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직접 겪고 이별해야 하는 마음을 짐작할 수 없다. 책을 통해 나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미용 실습견의 존재와 작고 예쁜 강아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용 실습견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이용만 하는 경우, ‘티컵 강아지’(찻잔 속에 들어갈 만큼 작은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미숙아를 태어나게 하는 행태는 경악 그 자체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볼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아이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상당수는 동물을 그저 예쁜 인형으로 생각해 가지고 놀다가 짐이 되면 키우지 않는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시작하지만 결국엔 동물을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동물을 버리게 되는 그 애정과 무책임의 교집합, 모순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결국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초래된다. (210쪽)
모두가 알다시피 구조견을 구조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만큼 이후의 삶도 책임져야 한다. 두푸딩 언니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그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의 끝도 같아야 한다는 것.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며 파양하고 몰래 버리는 행동의 시작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위대함과 무게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었다. (35쪽)
유기견을 입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구조의 마지막인 입양은 두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한 아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위기에 처한 다른 유기 동물을 구해서 데리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70~271쪽)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응원할 책이다. 구조와 봉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도 그 방법을 알려준다. 반려견과 살아갈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 본 드라마 속 장면이 함께 떠올랐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 사랑하고 길들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말.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
여우가 말하자, 왕자도 읊조립니다.
“난 나의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