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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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목록을 살핀다. 무엇을 줄여야 할까. 생활비에서 뺄 게 없다. 배달 앱과 쇼팽 앱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실행하지 못한다. 규모 있는 삶을 지향하지만 종종 타인의 삶에 오래 바라본다. 원하는 삶을 사는 일은 가장 쉬워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말이 길어진다. 조여름의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때문이다. 작은 도시에 방점을 찍는다. 작은 도시, 그러니까 서울이 아닌 그렇다고 광역시도 아닌 지역의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솔직한 이야기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닌 저자가 고향으로 내려와 취업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복잡한 빌딩 숲, 쫓기듯 서울살이는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혹한 주제다. 서울에 지친 이라면 조금 벌어 조금 쓰며 살아도 충분하다는 이에게는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작은 도시로 향하는 일은 금물, 어떤 결심이 섰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반갑고 유용할 것이다.


도시에 있을 때는 오직 ‘나’의 존재만을 느끼고 나머지는 모두 불필요한 배경이었는데, 시골에서는 나 또한 고즈넉하고 잔잔한 배경의 일부였다. (29쪽)


저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고향이다.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었고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는 곳. 상주에로 내려온 저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완벽한 자급자족은 아니지만 제철 재료를 맘껏 먹을 수 있고 남들과 비교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게 그저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했던 서울과는 다른 풍경에 스며드는 일상이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녔던 기억과 동시에 고향이 주는 평온과 포근함이 느껴졌다.그렇지만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니 일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곶감 농사는 실패였다. 성공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실패의 경험은 실패가 아니니까.


정직한 경험이야말로 가장 오래가는 자산이다. 실패와 포기의 경험도 정직하게 부딪힌다면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닐 것이다. (62쪽)


본격적인 취업을 위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다가 저자는 ‘임기제 공무원’제도를 발견한다. 그리고 응시해 의성에 일하게 된다. 서울에서 상주를 거쳐 의성에서 제목 그대로 봉급생활자가 된 것이다. 소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창업에 대한 비전이 적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성에서 일하며 만난 창업자의 만족도는 높았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했다. 소도시는 개척하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이곳이 아닌 다른 도시의 삶도 궁금했고 저자는 도전한다.


바로 제주의 삶이다. 제주로 면접을 보면서도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저자는 제주에 거주하며 일한다. 육지에서 온 사람이기에 제주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배우고 알아간다. 그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정착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소도시에서 살기 위하 알아야 할 것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를테면 시골의 도로와 버스 상황, 월급, 월세 동향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업 지원 같은 것.


우리나라 곳곳의 소도시에는 흙 속에 알 굵은 감자처럼 숨어 있는 알짜배기 기회가 많다. 나는 여러 도시를 거치면서 발견한 세계를, 잘 몰라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도시들의 크고 작은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205쪽)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를 꿈꾼다면 이 책이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경험은 내 것이 아니니 소도시의 삶을 원하다면 직접 지자체의 창구를 두드려야 한다. 우선은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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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7-1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고물가 시대에 외식비를
줄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이
참 낯설지 않네요.

작은 도시에서는 돈 쓸 곳이 없
어서...

자목련 2024-07-19 11:35   좋아요 2 | URL
외식비와 배달비를 줄여야 하는데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속수무책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