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지음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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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어들었을때 내게 있어 분홍 리본이라고 이름붙일만한 시기가 언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수줍은 마음 고이담아 보낸 어릴적 편지에 그 시절일 담겼을까? 흔희 우리가 예상하는 핑크빛,분홍빛은 아마도 행복이나 사랑으로 대표되는게 당연하리라.그렇다면 그 분홍의 시간이 지난뒤에는 어떤 빛깔의 세상을 만날것인가? 내가 원하는 작약꽃빛이나 에메랄드 바다빛은 너무도 멀리 있고 회색과 검은색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 불그스레한 빛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꼬집어 말하면 이 책엔 분홍빛은 찾을 수 없다. 그에 가까운 어떠한 빛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화려한 가면속에 감춰진 일그러진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모두 7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에는 총체적으로 작가 특유의( 이 한권으로 특유라는 말을 쓰기 어렵지만 이 책에서 보면) 시선이 담겨있는데 그 시선을 뭐라 표현할까 생각하니 질문자의 답변에 단답형의 대답을 하면서도 말이 짧기는 하나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혀를 가진 작가라고 느꼈다.

가을이 오면 - 우아한 엄마를 둔 주인공 로라는 절대적으로 우아할 수 없는 태생을 지녔다. 엄마와 그녀의 관계는 핏줄로 이어진 적의 관계로 묘사된다. 로라라는 이름으로 상상할 수 있는 눈이 크고 외국소녀같은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로라는 피부에서 녹아나는 진물이 범벅이 되는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채로 세상끝에서 세상에 속해 살지만 엄마와도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도 우리는 사실 많은 벽을 쌓고 살고 있다. 물론 극적인 비유였지만 그것 역시도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홍 리본의 시절 - 주인공 나와 내가 한때 사랑한 선배부부의 이야기인 이 소설속에도 상대에 대해 절대로 하대를 하지 않는 선배의 아내과 자유로운 세상속에서 헤엄치듯(그 세상은 바로 아내였지만) 살아가는 선배는 역시나 화려한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남편의 외도와 아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네들의 속내는 선배의 아내가 진실의 혀로 쏟아내는 부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나쁜것,천한 년,밤이나 낮이나 그짓 생각밖에 안하는 새대라기.. 75쪽' 차마 내뱉을 수 없었던 많은 말들은 단어만 다르다 뿐이지 누구가 쏟아내고픈 또 다른 입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전달하겨 애쓰는 작가가 아닐까 싶었다.

약콩이 끓는 동안 - 이 단편이 작가 권여선을 세상에 드러냈다. 사고로 횔체어를 타고 집에 있게 된 노교수와 몇 년이나 박사논문을 쓰지 못하는 여제자가 논문지도를 받으러 노교수집을 드나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지만 노교수는 원하지만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자신이 어떤걸 원하는지 모른는 채 살아가는 여제자의 충돌로 이어진다. 서로의 입장에서 나만를 보는 시선도 곁들이고 있는데 두 사람외에 매일 약콩을 끓이는 파출부와 노교수의 명예에 맞지않는 제밥꺼리 찾지 못하는 두 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허상만을 바라보는 사고를 비꼬는 듯 하다.

반죽의 형상이나 문상에는 반복적인 설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반죽의 형상에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는 버스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면서 정확하지 않은 소통의 부산물로 폭식증과 거식증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문상에는 주변 모두에게 거절당하는 한 여자와 주인공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원하지 않는 관계맺음을 이어가면서도 끊지 못하는 아니 어는 한 곳에 적을 두고자하는 심리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솔숲 사이로 위험한 산책은 마치 꿈꾸는 이의 꿈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했다. 글의 흐름을 따라 읽고는 있었지만 글이 어디에 있느지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쉽게 읽힐꺼라 생각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난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물론 처음 접하는 권여선이라는 작가의책이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에 읽은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졌다. 편혜영이라는 작가가 송곳으로 우리의 드러네내고 싶지 않는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일부분을 걷드렸다면 권여선이라는 작가는 날이 잘 선 모양 예쁜 칼로 도려낸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분홍 리본의 시절, 그 시절이 지나면 어떤 리본의 시절이 올까 묻는다면 과연 작가의 답은 어떤걸까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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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전 읽긴 했는데 딱히 와닿진 않아서 리뷰는 그만 둬버렸지요 ;;

자목련 2007-09-0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여선이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습니다. 처셔고양이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