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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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능 프로에 출연한 연예인이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인공지능이 아닌 고유한 인격을 지닌 인간 같았기 때문이다. 순간 무섭기도 했다. 어떤 미래에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물론 인공지능 챗봇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하나의 기술이 모두에게 제공되는 건 아니니까.


철학자 김만권의 『외로움의 습격』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예능의 한 장면이 떠오른 건 무슨 이유일까. 편리함으로 위장하고 가려진 사회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만연한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가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내용은 철학적 사유가 아닌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다.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외로움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외로움만 생각하자면 고립, 단절, 소외로 연결되는 노년층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일 거라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계가 말하는 건 달랐다. 20대가 느끼는 외로움과 좌절이 자살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을 안겨줬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외로움에 점령당했을까. 디지털의 시대, 초연결망의 세기를 살고 있기에 그렇다. 아마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일상을 살고 있을 테니까. 터치 한 번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굳이 인간과 관계를 맺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해주는 편리함.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건 그것이다. 디지털, 데이터,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플랫폼 노동자로 적락한 사람들. 빅데이터의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인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빅데이터로 만들어진 정보가 어떻게 차별을 만들고 생성하는지. 그저 내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 한 번으로 알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뿐.


외로움의 시대에서 인공지능은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연예인의 사례처럼, 정보와 조언을 구하는 사이. 그러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인간과 관계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이해나 배려를 모르는 채 인공지능(기계)와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쉽게 폐기할 수 있다.


인간을 대신한 AI 면접은 공정할까? 여러 책에서 읽었지만 인공지능이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의 근원이 우리의 정보이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대상이 인간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지난 시대 인간이 답습해 온 편견과 차별, 혐오가 그대로 축적된 데이터로 활용된다는 것. 그러니까 좋은 인간관계의 데이터가 있어야 좋은 인공지능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사용하고 있는 딥러닝이라는 학습법은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인간을 닮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고 아낀다면, 그런 우리의 모습이 빅데이터에 담겨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196쪽)


저자가 외로움과 능력주의에 대한 접점을 설명할 때 특히 외로움의 심각성이 와닿았다. 지난 코로나 시대를 돌아보면 비대면 시대에 사회적 약자의 삶은 말 그대로 곤궁 그 자체였다. 비대면 학교 수업에 필요한 전자기기(인터넷,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에게 디지털의 시대는 하나의 벽이었다. 얼핏 공정으로 인지하기 쉬운 능력주의에 숨겨진 이면도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주어진 평등한 기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정보를 수집할 능력, 고시나 시험만 집중할 수 있는 비용만 생각해도 그렇다. 거대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빅데이터와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은 상위계층이며 그들은 그것을 대를 이어 상속하고 싶어 한다. 계층은 사라지지 않고 격차는 심해진다.


어떻게 하면 외로움의 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빅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과 고유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해답은 인간에게 있다고 말한다. 아빠가 된 그가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듯 써 내려간 글에는 안타까움과 간절함이 가득하다.


아빠인 나는 묻는다. “왜 우리는 자식들에게 타인을 먼저 배려하라고 선뜻 말해주지 못할까?”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이 세상이 ‘각자도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가운데도 각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의 모순을 순순히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 아빠가 된 나는 이런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 내 아이에게 이런 ‘외로운’ 세계를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가 외롭지 않으려면 내 아이와 어깨를 맞대도 살아갈 다른 이들도 외롭지 않아야 한다. (346~347쪽)


두서없이 정리하고 말았지만 좋은 책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외로움과 직면한 문제를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외로움을 설명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고 디지털과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인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외로움의 습격』을 만나 인공지능이 아닌 진짜 친구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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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1-0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024년 갑진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목련 2024-01-04 12:3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오후 따뜻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