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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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의 단편집 『모든 것의 이야기』를 자꾸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쓰고 고친다. 모든 것의 이야기가 즉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나는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러기엔 나는 김형규란 작가를 몰랐고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소설 속 모든 것의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으니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내게 모호하면서도 궁금하고 까다로운 소설이었다.


수록된 5개의 이야기 중 표제작인 「모든 것의 이야기」를 보면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등장하는 인물이 동일 인물인가 싶으면서도 다른 인물 같고 다른 인물 같으면서도 같은 인물로 돌아오는 그런 돌고 도는 우리 삶의 이야기라고 할까. 아니다, 실은 잘 모르겠다. 현재의 술집이었다가 미래의 '화성' 마오 기지였다가 90년대 말 마석이었다가 이념만이 중요했던 1930년대 '레닌그라드'였다가 한국전쟁의 시기인 1951년 '하동'의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미래, 과거의 삶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체제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고 심지어 AI의 기술 발전으로 놀라운 시대가 되었어도 변하지 않는 그것, 노동자, 소외계층, 극심한 계급 차이에 대한 언급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 속에는 철저하게 외면받는 삶, 그러나 지속해야만 하는 삶에 대한 버릴 수 없는 희망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리고 따끔거린다.


삶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삶 자체도 썩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22쪽)

삶은 끝났다. 그리고 새 삶이 시작될 것이다. (92쪽)


「모든 것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사회의 계급, 자본, 교묘하게 행사하는 폭력을 역사 속 하나의 사실을 소설로 복잡하게 풀어낸 반면 「대림동에서, 실종」, 「가리봉의 선한 사람」, 「코로나 시대의 사랑」, 「구세군」은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동을 배경으로 그곳에 발령받은 경찰의 시선에 비친 대림동 이야기. 출동할 때마다 느끼는 선배 경찰 K의 묘한 태도, 대림동에서 자신이 살았던 낙곡을 발견하는 경찰. 그곳에서의 실종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K가 말하는 것처럼 정녕 유령처럼 살아가는 대림동의 삶.


대림동은 분지예요. 아무 건물이나 옥상에 한 번 올라가서 보세요. 신도림동, 신길동, 신대방동, 구로동의 고층 아파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요. 거인의 성벽처럼요.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중국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대림동에서, 실종」112~113쪽)


「코로나 시대의 사랑」란 단편은 코로나 시대의 우리 모습을 짐작게 하지만 실제는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부당한 임금과 노동 현장을 고발하며 시위에 나선 노동자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연대와 우정을 들려준다. 코로나 시국이라 농성장은 말 그대로 접근 금지. 그 안에 있는 이들이 느꼈을 고립과 단절, 그들을 응원하고 세상에 알리는 이들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시국의 특수성, 그러니까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관계와 소통. 노동자를 변호하지만 현장에는 접근할 수 없는 변호사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 사이의 묘한 감정은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겨우 3년 전의 상황인데도 코로나 초기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 고등학생 화자가 노동 현장의 실체를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과 시간이 지나 변호사가 된 그 학생이 노동 시위자를 변호하는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노조의 갈등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고발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기본소득, 의원내각제, 무직자로 가득한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구세군’이라는 조직을 필두로 인간 중심의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구세군」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그런 세상이면 어떨까 질문을 던진다.


헌법이 개정되어 기본소득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었다. 새로 개정된 기본소득법은 직업이 없는 모든 성인에게 중위소득의 20퍼센트에 해당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도록 했다. 주택과 교육과 의료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구세군」, 226쪽)


현재의 삶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그 삶의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 그 안에는 여전히 계급이 보이고 소수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으려는 노력, 김형규의 소설은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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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2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야겠어요^^

자목련 2023-09-26 16:55   좋아요 0 | URL
벌써부터 화가 님의 리뷰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