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 관계에 지친 당신을 위한 심리 코칭
황은정 지음 / 포르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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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에서 당신은 누구일까? 지정한 1명일 수도 있고 복수의 누군가 일 수도 있다. 이 책이 궁금했던 건 제목 때문이었다. 책에 대한 소개가 아닌 오직 제목이 나를 이끌었다. 누군가 죽기를 바랄 정도의 증오는 어디서 발현되었는지 정말 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지 궁금했다. 이토록 폭력적인 제목은 불편한 내용이라는 걸 예고한다.


저자는 귀걸이를 훔치다 들킨 일화로 들려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충동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닌 부모에 대한 반항이었다. 저자와 부모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무감각해진 엄마, 상처받은 아이를 돌보는 이는 없었다. 그렇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저절로 낫는 상처는 없었다. 공무원이 되었지만 민원인의 폭력에 노출된 저자를 보호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아이를 낳고 퇴사를 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를 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남편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어렸을 때 부모가 우리를 돌보던 방식은 우리가 성인이 되어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이 된다. (35쪽)


심각한 위기가 닥쳐왔고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다. 자신 안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아이와 만나는 일은 상담이나 심리 치료에서 접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상처받고 분노에 어쩔 줄 모르는 아이, 저자는 글쓰기 수업을 통해 위로받는다. 그러나 긴 시간 쌓여 온 상처가 글쓰기 수업 하나로 온전하게 치유되는 건 아니다. 저자는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자신을 돌아본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와 남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부부 상담으로 남편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 이를테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다르고 대화의 주제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남편은 가볍고 사소한 대화를 원했고 저자는 깊이 있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를 원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계속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많은 실수와 실패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렵지만 나를 용서하고 사랑해 주는 것. 그게 다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68쪽)


내가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고통을 알아보고 인정하자 처음으로 나만큼 고통스러운 타인의 아픔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나만의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시간이었다. (79쪽)


저자는 치유 전문가에게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시한다. 그때 그 시절 저자가 원한 게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내면 아이의 상처, 그것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아야 했던 것들의 결핍이라고 말한다. 그때의 그 아이를 이제라도 돌보고 보살피는 일이 필요하다고. 누군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에서 시작되었고 과거를 잘 정리해야 현재를 잘 살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안에 가득 차 있는 분노를 건강하게 밖으로 흘려보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분노가 나간 자리에 사랑을 채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그 분노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미치도록 화가 나는 이유가 정말 눈앞의 그 사람 때문일까?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 안에 있다. (130쪽)


『당신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에서 말하는 것도 관계와 심리에 대해 다루는 기존의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나아지는 과정이 같은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와닿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내면 아이를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면 아이를 안아주고 볼보는 일의 중요함과 그로 인해 어려웠던 관계가 나아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이해하고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침묵으로 듣기’를 실천해 보라.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몸짓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때까지 찬찬히 바라보자. 내가 입을 닫으면 상대방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194쪽)


나도 모르는 분노로 가득하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과 묵힌 감정으로 힘들다면,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이 그 마음을 알아주고 어루만져 준다. 누군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옅어지고 허물어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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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7-03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으니 두둥실 천국같은, 에세이 생각나네요. 작가도 엄마에게 어린 시절 폭력학대를 당했는데 엄마한테 맞으면 학교 일기장에 엄마한테 맞었다라는 말을 쓸 수 없어서 맞었다는 말 대신에 이런저런 글을 일기장에 쓰면서 글솜씨가 늘은 것 같다고.. 아마 작가에게는 그게 치유 아니였을까 싶네요!!

자목련 2023-07-04 09:23   좋아요 0 | URL
어떤 형태든 쓰는 일은 좋은 것 같아요. < 두둥실 천국같은>은 검색해보니 표지가 참 예쁘네요.
기억의 집 님, 비가 온다고 하지만 산뜻한 하루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