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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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3회를 맞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어느 하나 비슷하거나 포개지는 게 없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마다 수상작품집의 소설을 읽는 편이다. 점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 많아진다. 나와 접점이 없는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어떤 것이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가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상 수상작인 「초파리 돌보기」는 평생을 자신이 아닌 가족을 돌보며 살아온 엄마 원영의 삶을 소설가가 된 딸 지유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과거 실험실에서 초파리 돌보는 일을 했던 시절을 원영은 그곳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자신의 공간이 있었고 자신에게 지급된 것들이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원이 끊겨 일을 그만두었고 그 일이 원영의 마지막 일이었다. 원영은 이후로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다. 지유는 원영의 건강 악화를 실험실에서 찾으려 하고 원영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질문한다. 소설에 등장할 거라는 질문에 원영은 적극적을 대답하고 지유의 소설에 자신의 의견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행복한 결말 같은 것 말이다.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는 소재 면에서는 독특하지만 뭔가 아쉽게 다가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도 가지 못하며 살아온 원영과 원영의 돌봄으로 살아온 딸 지유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애쓰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녀의 소설 결말을 엄마의 바람대로 끝내는 것이라는 게 말이다. 내가 품었던 임솔아의 이미지보다 약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지유의 선택이야말로 한 사람의 삶을 위로하기에 충분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멜라의 「저녁 놀」은 두 번 읽은 단편으로 여전히 좋았다. 서로의 이름이 아닌 ‘눈점’과 ‘먹점’이라 부르며 함께 살아가는 여성 커플이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보편적인 관계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더 이상 ‘눈점’과 ‘먹점’이라 말을 사용하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그들의 사랑을 그려내는 김멜아의 의도는 멋지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소설 보다 : 봄 2022』에서 만난 「윤광호」가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발표 순서로 보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 먼저다. 이 소설의 화자 역시 게이 소설가로 소설 속 인물인 주호를 인권단체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주호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도착한 ‘나’는 주호의 연인 인주와 함께 주호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무성애자 주호와 인주의 만남 과정과 과거 ‘나’와 주호의 사이를 추억하다 ‘나’는 주호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주호를 안다고 여기고 함부로 내뱉은 말들, ‘나’는 주호의 개별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에 대해 생각한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얼마나 작고 편협한 틀에 갇혔는지 말이다. 나와는 전혀 닿을 일 없는 다른 세계의 삶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던가. 무지의 판단이다. 해서 김병운의 작가노트의 이런 구절이 오래 남는다.


소설과 삶이 서로에게 무용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소설과 삶이 서로를 외면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 요즘 내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이런 일들인 것 같다. (139쪽, 김병운 작가노트 「더 중요해지는 것」, 중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 공격에서도 피해자에게 기우는 책임을 일갈하는 김지연의 「공원에서」나 독서 모임에서 자신이 소유한 것들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옳은 선행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 엄마들과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약자다움을 강요받는 미애와 해민 모녀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김혜진의 「미애」는 가장 현실적인 소설처럼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행해지는 폭력에서 보호받을 없는 약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복지의 안과 밖의 경계에 누가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것이다.


빛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의 무게는 언제나 그림자에 속하는 현실은 서수진의 「골드러시」에서도 있다. 호주에서 보다 멋진 삶을 선택한 진우와 서인은 점점 더 늪에 빠지는 듯하다. 호주 정착에 필요한 비자를 획득하면서 꿈꾸던 황금빛 미래는 자꾸만 미뤄진다. 진우와 서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결혼 7주년의 여행에서 둘의 간극은 극심해진다. 그들의 바랐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진우와 서인은 빛나는 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빛나는 순간. 진우는 그들이 늘 그것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햇빛이 차 안에 가득 들어찼다. 진우는 온통 붉기만 한 세계를 바라보았다. (서수진 「골드러시」, 253쪽)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은 무척 실험적이 소설로 다가온다. 새의 개체수가 급증한 미래에서 인간과 새의 관계를 상상하는 일은 섬뜩하다. 그동안 인간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살처분을 당한 동물들, 그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까. 소설 속 새의 목소리는 서글프면서도 참담하다. 하지만 내게 파격적인 형식의 소설이 강렬하게 다가온 건 아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작가의 몫이고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한 권으로 다양한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이런 수상작품집에서 독자가 선택한 대상은 다를 수 있다. 그런 이야기의 장을 열어주는 일, 젊은작가상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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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멜라 작품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결국 완독을 못했어요...올해 작품들이 유난히 저는 어렵더라고요.

자목련 2022-05-24 09:59   좋아요 0 | URL
점점 더 젊은작가상을 읽는 일이 버겁게 느껴져요. 나와의 그들의 거리가 멀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서이제의 소설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