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를 곁에 두면 조금 든든해진다. 그래 나는 이 책을 읽을 거야, 읽어야 할 책이 있지 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여기저기 꽃놀이 같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찍은 자목련도 속속 도착한다. 나는 꽃과 조금 멀리 있고 책과 조금 가까이 있다. 그러니까 살짝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학 읽는 봄이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그리고 시집을 읽을 것이다. 읽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읽을 것이다. 수많은 책 가운데 고른 책들, 어떤 책보다는 조금 더 궁금하고 어떤 책보다는 조금 빨리 읽고 싶은 책들이다. 김지연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는 왠지 허심탄회한 솔직한 이야기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제목 때문일 것이다.


단편 「미조의 시대」가 무척 좋았기에 이서수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는 기대가 좀 크다. 시스터는 기분 좋은 단어이고 나에게도 그런 시스터가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내가 기대하는 그런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많이 궁금한 소설이다.





젊은작가라 언급되는 작가들의 소설은 점점 읽기가 어렵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도 그러하고 형식도 따라잡기가 버겁다. 그래서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이나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시리즈로 만나는 단편 중에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소설이 많아진다. 이번 소설보다 2022 봄에서도 이주혜의 단편이 우선 궁금했다. 장편소설 『자두』의 느낌이 남았기 때문이다. 단편이 장편보다 더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이서수와 이주혜는 둘 다 좋으면 좋겠다.


신철규의 두 번째 시집 『심장보다 높이』는 무거운 슬픔을 아름답게 그려낸 것 같다.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모두 상처와 고통이다. 시인이 끌어안은 상처와 고통으로 빚어낸 게 아닐까 싶다.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

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


시계는 물이 찼다

기도가 끝났다 (「불투명한 영원」, 전문)


4월은 거대한 슬픔의 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신철규의 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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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4-08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인데 소설 보다. 봄이 벌써 나왔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눈에 익은 작가도 있고, 처음 보는 작가도 있군요.

울 아파트에도 자목련 꽃이 한아름 피었더라구요. 이젠 자목련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자목련님이시네요.
어떤 물체를 보고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기이하면서도 소중한 인연 같아 보여요. 이곳의 세상이란....
소중한 봄, 자목련님께도 늘 함께 하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2-04-11 11:02   좋아요 1 | URL
자목련을 보고 저를 떠올려주시는 나무님이 계셔서 자목련이라 행복한 봄입니다. ㅎ
새로운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나무 님의 봄도 환하고 맑게 채워지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