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박주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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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기자이자 앵커인 박주경의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를 읽기도 전에 나는 ‘구원’이란 단어에 사로잡혔다. 현재 복잡한 내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서 거창한 제목이 아닐까 혼자 심통을 부렸다고 할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구원이구나,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려는 사람과 살리려는 사람들. 안아주는 마음과 견뎌내는 용기. 언제 누가 희생양이 될지 모르는 재난재해와 사건사고, 범죄, 참사 현장의 아비규환 속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맞잡아 생명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들어가며 중에서, 8쪽)


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뉴스를 통해 놀라고 분노하고 감동하는 이들의 진짜 이야기. 짤막한 꼭지로 소개되는 그들의 사연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팬데믹의 시대를 살면서 기뻐할 일을 찾을 수 없어 불운과 불행 사이를 헤매는 우리에게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는 이들의 진심은 가장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의 안위보다는 위기에 빠진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의 시작은 어디일까. 1장 ‘인간의 시간’에서 소개하는 위인들은 보통의 우리 이웃이었다. 먼저 그 자리에 있었고 발견했고 도움을 줄 수 있었기에 달려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2장 ‘분노의 나날’에서는 모두가 울분을 토했던 사회 전반을 흔든 사건을 언급한다. N번방 사건과 차마 이름을 부르는 것도 미안한 정인이 사건. 매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뒤늦은 진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한다. 어쩌면 모두 방관자는 아니었을까. 뉴스에서 다룰 때에만 반짝 관심을 갖고 이후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잊어버리는 우리의 습관을 반성하게 만든다. 관련 지자체와 정부의 미흡한 대책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이기에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을 저자는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통해 함께 사유하기를 권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가 묻는다.


3장 ‘상실의 계절’과 4장 ‘역병의 시절’에서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들려준다. 구할 수 있는 목숨을 구하지 못한 세월호,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인명 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올바른 판단력과 실천에 대해 묻는다. 2005년 발생한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세월호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다시금 통탄하고 만다.


재난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귀한 목숨들이 경각에 달렸고 1분 1초의 판단이 생사를 가른다. 무엇보다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 방법이 엿보이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결단, 움직여야 할 때 빨리 움직이는 적극성이 조금이라도 살릴 가능성을 높인다. 그 증거를 세월호와 카트리나 등에서 우리는 역으로 목격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오판의 결과는 매번 참극이었다. (#25 “가만히 있으라” 중에서, 195쪽 )


그가 전하는 사연은 하나하나 우리의 이야기였다. 29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치킨을 배달하는 배달기사의 사연, 코로나19로 단절의 시대를 연결해 주는 사람들의 노고, 도움과 돌봄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홀몸노인과 장애인들의 고충까지 사회가 두루 살펴야 함을 언급한다. 누구 하나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전염처럼 각계각층 모두의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안전한 거리 두기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확진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들, 격리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 감염자가 폭증하는 나라에 고립된 교민과 유학생들, 확진자 방문 장소를 쫓아다니며 조사하는 공무원들, 환자를 옮겨야 하는 구급 대원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주는 택배기사들, 음식 배달 라이더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면과 접촉을 감수하면서 우리 생활을 떠받치고 있다. (#36 ‘거리 두기’의 역설 중에서, 256~257쪽)


사회를 읽는 올바른 눈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사는 방법을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주경 앵커의 글은 좋은 지침서다. 적확하며 부드럽고 차갑고도 안온하다. 2020년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간다. 현재 5천 명을 넘나드는 확진자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뉴스로만 보는 먼 일상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견디는 삶이다. 힘겨운 일상이지만 그래도 힘을 보태야 하는 한다. 터널은 끝이 있고 우리 삶은 계속되니까.


세상 모든 터널에는 끝이 있는 법이니까. 어둠 다음에는 반드시 빛이 오는 것이 순리이니까.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현실을 어찌 버티겠는가. (#48 그로부터 1년 중에서,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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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12-03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마다 만나는 박주경 앵커로군요. 글도 쓰네요. 몰랐습니다.
근데 29층까지 걸어서 치킨 배달을 했다구요? 이거 실홥니까?
왜 얼리베이터를 못 타나요?
그걸 시켜 먹는 사람은 사람은 누구죠?
암튼 생각할게 많은 책 같네요. 읽어 봐야겠습니다.

자목련 2021-12-03 17:28   좋아요 1 | URL
네,그 앵커가 맞습니다. 이미 다른 책도 두 권이나 있더라고요.
치킨 배달은 실화입니다. 갑질 이파트의 이야기지요.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해 우리가 무엇 놓치고 생각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고 할까요.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사유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