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비는 무슨 빛일까. 초록빛일까. 그건 봄의 색일까, 여름의 색일까. 봄이어도 좋고 여름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5월의 첫날부터 비가 내리더니 비를 만나는 날이 많아졌다. 비는 고요함을 요구한다. 빗소리를 들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다. 창에 닿은 비의 흔적은 창을 열고 보면 찾을 수 없다. 비가 오고 있는 순간이어도 비는 없는 듯 보인다.





느닷없이 더위가 몰려오는 것 같더니 서늘해졌다가 다시 이 비가 그치면 봄날이 올 거란다. 봄날이 온다는 건 활동하기 좋은 날이 온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활동하기 좋다는 게 딱히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봄날은 봄날이어야 하고 감자꽃은 피어야 하고 장미도 피어야 한다. 꽃들은 피어나고 모를 심을 준비를 하는 논에는 충분할 정도로 비가 왔으니 5월의 비는 좀 쉬어도 좋겠다. 어쩌면 작년처럼 비가 많은 날들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좀 슬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다 지났다. 특정한 누군가의 날이 있다는 건 그만큼 그들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이 부족하다는 증거인 지도 모른다.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어린이가 없다. 어린이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소중하고 귀한 존재다. 그런 어린이가 자라서 성년이 되고 누군가는 어버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도 있겠다.


주말 스승의 날에는 나의 유일한 스승님께 꽃을 선물로 보내드렸다. 카네이션을 고를까 하다가 수국을 골랐다. 내가 좋아하는 수국을 선물하는 이기적인 제자다. 수국이 선생님께 도착하는 시간까지 걱정이 많았다. 수국의 상태를 알 수 없어서다. 그건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꽃을 주문할 때마다 그런 것 같다. 살아 있는 식물의 이동에 대한 불안함.





5월의 비는 계속 이어질까. 5월의 비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은 나희덕의 『예술의 주름들』, 구병모의 『바늘과 가죽의 시』,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이다. 시인이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신비로운 동화를 연상시키는 소설, 그리고 소설에서 죽음을 그렸던 소설가의 에세이.


5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고 2021년의 절반을 향하고 있다.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수요일의 쉼표를 생각하면 빨리 가는게 좋은 걸까. 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1-05-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국수국 복스럽네요. 색도 어쩜 저리 이쁠까요.
꽃을 받고 싶을 때가 있죠. 어떤 꽃이든 좋구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것이니.
살아 있는 식물의 이동, 걱정되는 맘 공감해요. 저도 그런 마음 든 적이 있거든요.
이번 어버이날에 작은아이가 멀리서 이곳 꽃집을 통해 꽃바구니를 보냈는데 넘 안타까운게
그날 주문량이 많아서였는지 몰라도 바구니가 넘 엉성하고 꽃 몇 개는 거의 시들하고 ㅠㅠ
아이가 보낸 마음을 아니 더 안타까워서 씁쓸했어요. 그래도 아직 몇 송이는 따로 작은 화병에
꽂아 살렸네요.^^ 자목련 님 건안하시길요. 어느새 오월도 중반을 지나다니요^^

자목련 2021-05-19 15: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안부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국수국의 날들인 것 같아요. 꽃은 언제나 좋아요.!
따님이 보낸 꽃바구니 그 마음을 생각하면 저도 속상하네요.

프레이야 님, 향기롭고 맑은 5월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