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조금 지쳤다 - 번아웃 심리학
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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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 빠진 사람은 자신에게 번아웃이 온지 모른다. 휴식하고 재충전해야 하는데,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니 치료의 시작도 없다. ‘내가 번아웃이라고?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자신을 속인다. 휴식할 시기임을 인정하고, 마음의 재활을 위한 긴 여정을 감내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데 도리어 억지를 부리며 집착한다. (246쪽)


주말이 지난 월요일 아침, 월요병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한 증상일 것이다. 하루만 더 쉬면 좋겠다는 생각,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결근을 해버릴까, 어디서 돈다발이 떨어지면 좋겠다, 등등 이런 생각이 출근을 시작해서 일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일은 그런 것이다. 생계를 위한 직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고 코로나19시대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는 말에는 답할 수 없지만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퇴사를 꿈꾼다. 어쩌다 보니 퇴사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박종석의 『우린, 조금 지쳤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랬다. ‘번아웃 심리학’이란 부제에서 짐작하듯 이 책은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다. 정신의학과 의사가 알려주는 처방전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러나 개인마다 번아웃의 강도가 다르니 보편적인 처방전이 더 맞겠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번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ㆍ생리적으로 지친 상태’이며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바빠서, 일이 많아서, 일이 좋아서 일에 몰두했지만 결국엔 다 타버리고 마는 상대. 나는 괜찮을 거야, 나는 아니야라고 했던 이들도 책 속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를 보면 달라질 것이다. 인생에 대한 회의, 자신감 하락, 출근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면 당신도 번아웃 증후군이다. 나의 상태를 파악하면 그에 따른 대책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우선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워라밸을 이루기 위한 대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균형은 항상 깨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지 말자. 필연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는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회복력’과 ‘유연성’에 집중하자.


둘째, 모든 면에서 100점을 목표로 삼지 말자.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그 무엇이든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순간 워라밸은 무너진다. 70점이든 80점이든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절충점을 찾자. 자신의 삶을 100만큼 채워나가는 것보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여백을 찾아내 또다시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오늘 틀려도 내일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하자.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말자. 당신 인생은 오로지 당신 것이다. (36쪽)


나 스스로가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아무리 좋은 처방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효과를 볼 수 없으니까. 물론 마음이라는 게 쉽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를 점검하는 시간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번아웃에 대해 솔직하게 들려준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의사가, 그것도 정신과 의사가 번아웃 증후군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니 그의 경험에 더욱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병원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어떤 목표도 목적도 없이 지낸 시간, 그때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말이다.


번아웃에 빠지면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와도 멀뚱히 쳐다보다가 놓치기도 한다. 가계약금 계좌이체를 하면 되는데 몇 번이나 미루고 부동산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성적인 생각에 기인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냥 출근하기 싫고 전화받기 싫고 그 어떤 생각을 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조차 귀찮고 우울했다. 결국 나는 집을 사지 못했다. (59쪽) 


세상에나, 이런 탄식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저자 역시 그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친구와 형이라고 했다. 그들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 어떤 조언이나 질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 힘들었겠다는 말, 그게 전부였다. 우리 주변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느껴지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도 나쁘지 않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또 일상에서 필요한 마인드풀니스 호흡법과 요가를 추천한다.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은 1. 기본자세를 취한다. 2. 몸의 감각을 느낀다. 3. 호흡을 의식한다. 4. 잡념이 떠오를 때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인정한다.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참선이나 명상도 좋을 듯하다.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직장에서 동료와 선후배와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해야 한다. 인간관계는 어디서든 필수인데 나와 같은 생각과 공감력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괜찮겠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정말 피곤하다. 저자는 이에 사례별로 자세히 설명하고 어떻게 응대하면 좋을지 알려준다. 이 부분은 다른 심리학 도서와의 차별성이라 할 수 있다. 편집성 인격장애, 분열성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연극성 인격장애, 강박성 인격장애, 의존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성향과 장애를 통해 어느 시절 내가 만났던 동료나 상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주위의 누군가와 대입할 수도 있겠다. 알고 나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다스리고 나를 챙기는 일이다. 기존의 책이나 방송에서도 언급되고 익숙하게 들어왔겠지만 가장 먼저 나를 응원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이 필요하다. 치료를 시작하는 일도 그 하나다. 지친 삶, 잠시 쉬어도 좋다는 말을 당신에게 들려주었으면 한다.


우리 내면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용감한 내가 숨어 있다. 꼰대 상사와 고객의 갑질, 직장 내 억울한 뒷담화, 과도한 업무와 야근, 쥐꼬리만한 월급 등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은 내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또한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경력을 쌓아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대출금이나 빚을 갚기 위해 직장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는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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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1-02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저 위쪽 1,2,3에 다 해당하는데 왜 출근이 매일 매일 싫을까요? 저의 진정한 리즈시절은 은퇴후라고 매일 다지면서 출근 중입니다. ㅎㅎ

자목련 2020-11-03 15:41   좋아요 0 | URL
추운 겨울에는 더욱 힘들지요.
바람돌이 님의 진정한 리즈시절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