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늦잠은 사라졌다. 귀가 아프고 병원에 다니면서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그랬다. 늦잠의 달콤함은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 괜찮다. 건강한 귀를 다시 찾는 건 어렵다. 꼬박 한 달 동안 약을 먹고 있다. 주말에 만난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다음 주에도 한 번 더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끝이 보이니까.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 나의 오른쪽 귀는 맑음은 아니었다. 투명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불안은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통증도 없다. 그러니 종종 잊는다. 나의 귀가 아직 아프다는 걸 말이다.

마음이란 이토록 간사하다. 처음 귀가 아파서 병원을 찾고 주사를 맞고 처방된 약을 먹으며 들었던 마음과 한 달이 지난 지금 병원을 방문하고 약을 먹는 마음은 같지 않다. 나아지고 있다는걸, 괜찮아지고 있다는걸, 몸으로 느끼면서 나는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내 귀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하는 마음도 줄어들었다. 밥을 먹고 약을 먹을 때에야 확인한다. 아, 나는 여전히 귀가 아픈 사람이구나. 여전히 귀는 아직 회복 중이구나.


무엇이든 필요한 시간이 있다. 뭔가를 배우데 걸리는 시간, 일을 하는 시간, 집안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양치질을 하는 시간. 짧게는 몇 초부터 몇 시간, 몇 날, 몇 년까지. 누군가에게 그 시간은 즐겁고 누군가에게 그 시간은 힘들다. 가장 공평한 게 시간이라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이는 많지 않다. 배우는 걸 생각해보자. 똑같은 교구, 교수가 아니라면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최고의 교재와 강사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독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집안을 청소할 때도 최신형 청소기와 구형 청소기를 사용하는 건 다르니까.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다르다. 2020년의 시간도 그렇게 흐를 것이다. 코로나19로 병상에 있거나 그들을 지키는 이들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학번 아이들, 21학번을 준비하는 고3에게도 올해는 남다를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그럴 것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을 맞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낙담하고 지친다. 올 초에 가졌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믿음, 괜찮아진다는 다짐, 서로를 격려하던 웃음. 잃어버린 마음, 희망을 품었던 마음, 기대했던 마음, 그 마음이 필요하다. 따뜻한 차 한 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런 책 한 권. 당신이 잃어버린 시간과 마음이 도착하는 가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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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10-2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 아픈 게 오래 갔지만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일 듯하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 시간을 보낼 때는 시간이 안 가는 듯한데 지나고 나면 빨리 간 것 같기도 하죠 한해라는 시간도 그렇군요 시월 얼마 남지 않았고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니... 자목련 님 앞으로는 건강 잘 챙기세요 아프지 않으면 아플 때 일을 잘 생각하지 못하기도 해요 다 그렇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까지 약 잘 드시고 잘 낫게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희선

자목련 2020-10-27 14:44   좋아요 1 | URL
네, 끝이 보여요, 근데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조심하며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정말 2020년도 2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희선 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평온한 오후 보내세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