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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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그 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무턱대고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업무가 쉽다는 생각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게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가쓰키 아마네의 『머지않아 이별입니다』의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의 일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고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반도회관의 연락을 받는다. 원하는 분야는 부동산 업무지만 현재는 장례식에서 일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떠올리면 뭔가 슬픔이 몰려온다. 그 슬픔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되도록 가고 싶지 않은 곳 가운데 하나가 장례식장이니까.


소설은 장례식장 빈도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들려준다. 그러니까 미소라에게는 고객들의 사연이라고 할까. 미소라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 하루 전 언니가 죽은 것이다. 그 언니의 영향으로 미소라는 죽은 자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쩌면 장례식장에서 그녀는 꼭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미소라는 반도회관에서 특별한 죽음의 장례식을 담당하는 우루시바라와 함께 일을 진행한다. 우루시바라는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베테랑이다. 그랬기에 그에게는 자실이나 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죽음의 장례 의뢰가 많다.


살아있는 동안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온 이가 마지막으로 분신을 통해서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이의 장례식, 임신한 채로 사고로 죽은 임산부의 장례식, 인해 아파서 제대로 뛰어다니지 못한 어린아이의 장례식, 병으로 떠난 남편을 부정하는 아버지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결국 죽음을 맞은 아내, 모두 안타까운 사연이다. 온전히 이별하는 일은 죽은 자와 남겨진 자 모두에게 힘겨운 일이다. 특히 미소라가 볼 수 있는 영혼에게는 더욱 그랬다. 비슷한 나이에 죽은 언니에 대한 기억이 더욱 컸다. 자신의 장례식에 가방을 들고 찾아온 임산부, 엄마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미소라는 그들을 이야기를 들어준다. 소설이니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만약 그런 이들이 가족이라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면 미소라 같은 이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아.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40쪽)


우루시바라의 말처럼 장례는 가족에게 이별의 시간이자 마지막으로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을 집도하는 일이 참 대단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 소설은 장례식장의 업무와 죽음에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미소라의 경우엔 죽은 언니와 심장이 아픈 할머니를 통해 죽음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간다. 동생을 무척 기다린 언니, 자신을 향한 애정을 무한정 표현했던 언니가 미소라가 태어나기 하루 전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할머니를 통해 듣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미소라는 장례식장에서 다양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 선뜻 장례식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구나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97쪽)


우리는 모두 안다. 죽음이 찾아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일은 되도록 미루려 한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란 제목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머지않은 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은 그 머지않은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죽음을 다룬다고 해도 좋을까. 죽음을 만나고 죽음을 만지는 공간인 장례식장을 다룬 소설이지만 꺼림직하거나 무서운 기운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소설이다. 아마도 그건 떠난 이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떠올리면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 삶은 죽음과의 동행이라는 걸 알기에 이제는 그 슬픔도 삶의 힘이라는 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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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3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많이 경험할 수록 (간접이 대부분이겠죠)그리고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록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 뿐아니라,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슬픔이 사라진데요. 죽음과 관련된 어느 책에서 읽었어요. 어쩌면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이 죽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자목련 2020-10-26 09:55   좋아요 0 | URL
네, 말씀처럼 삶과 죽음은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합니다.
많이 쌀쌀해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